[기획] 18일 늦은 '메르스 교훈'에 즉각 대응했지만 '정석' 안통한 코로나19

투명한 정보공개·마스크 대란 진정세 불구 '신천지' 중심 집단감염 계속‥감염경로 아직까지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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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국내 확진자 첫 발생, 효과 발휘한 '메르스 교훈'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했던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보건당국은 즉시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 대책반을 가동해 지역사회 감시와 대응을 강화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반장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운영하고, 환자감시체계 강화 및 의심사례에 대한 진단검사, 환자관리를 강화하는 등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확대 가동했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른 확진자의 동선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역조치도 마쳤다.
 
메르스 때와 같은 정보폐쇄나 한발 늦은 방역은 없었다. '메르스 백신'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메르스 당시를 살펴보면, 국내 메르스 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15년 5월 20일이었으나 정부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8일 만에야 환자가 거쳐간 병원들을 공개했다. 확진자 87명, 2천여 명의 격리자가 발생한 후였다.
 
세계보건기구(WHO)합동평가단은 한국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춰 메르스 방역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하루만에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 확인 및 유증상자 검사를 마쳤다. 확진 자 발생 직후, 보건당국은 해외유입 확산을 막기 위해 검역소 검역을 강화하고 의료기관 방문 환자 여행력 확인 및 선별진료도 지시했다.
 
박기수 고려대 의대 연구교수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 차원에서 감염병 역학조사를 신속히 실시해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출 의료기관 등 관련 정보 노출을 신속히 공개하는 일은 추가 확산방지에 효과적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계속됐고, 1월 27일 보건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 국립증앙의료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 대한 전문치료 기능을 중심으로 전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이후 병원 내부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한 서울대병원
 
속도전 수준의 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빠르게 대응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주의'단계였던 1월 24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면회 제한을 공지했다. 외래 환자들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시 행동요령에 대한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병원내부에 열 감지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전체 출입객을 검사하는 등 내부 출입감시체계 강도를 높였다.
 
메르스 이후 응급실 과밀화 해소, 병문안 문화 바꾸기, 신종 바이러스 대응훈련 주기적 실시 등을 수행해 온 노력이 빛난 것이다.
 
약사사회도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약국 내 근무자 보호장구 착용과 약국 방문객 대상의 예방 홍보 활동에 나섰다. 약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약국에 방문하는 경우 여행력을 확인하고 즉시 관할 보건소 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메르스 당시 질환을 의심하지 않았거나 본인이 환자 접촉자임을 인지하지 못한 환자들의 약국 방문으로 대거 강제휴업을 겪은 약국이 적지 않았기에 역시 빠른 대처가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뼈 아픈 메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의료계와 보건당국은 '방역의 정석'을 수행해나갔다.
 
◆1월 29일, 고개 든 마스크 대란‥말 바뀐 정부에 혼란스러운 국민들
 
'방역의 정석'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못했다. 주범은 마스크였다. 정확히는 마스크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엇박자가 '마스크 대란'을 가중시켰다.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당시만 하더라도 질병관리본부는 당일 브리핑을 통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발표할 만큼, 마스크 착용 대상자는 중국 등 해외방문객이나 호흡기 증상자 정도로 한정됐다.
 
질본의 발표에도 불구 설 연휴 사이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마스크 수요는 급증했고,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얼마나 착용해야 하는지' 등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1월 28일부터 1월 31일까지 소비자시민모임에 마스크 관련 상담만 782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97.1%가 품절 등으로 주문이 취소됐다는 내용일 정도였다. 가격 인상 상담 126건 중 98건은 품절을 이유로 마스크 주문을 취소했는데 검색해보니 동일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서 판매하고 있었다는 상담일 만큼 국민들의 마스크 수급난은 심각해졌다.  

▲공적마스크 공급이 시작된 이후에도 마스크 품절사태는 한동안 지속됐다.
 
마스크 수급 논란이 거세지자 1월 29일 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반면,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2월 6일 "KF94, KF99는 의료진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다. 일상생활에서는 보건용 마스크나 방한용 마스크로도 충분히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정부는 "면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는 정도이지 감염예방용은 아니다"라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3월 3일에는 또다시 "감염 우려 높지 않다면 면 마스크 사용이 도움"되고 "일시적 사용시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고, 또다시 "KF94 착용을 권고한다"는 등 수차례 지침을 변경했다.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는 논란은 의협과 식약처가 2월 12일자로 마스크 사용법을 권고하면서 끝나는 듯 했으나 마스크 수급논란은 계속됐다.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 조차 구하기 힘들어져 감염위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재사용 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전국 곳곳에서 나왔다.
 
결국 정부는 2월 26일자로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약국을 주 공적판매처로 지정, 3월 9일부터는 '마스크5부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고 '수급대란'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 분수령 된 2월 18일, 신천지 교인 '31번' 확진
 
마스크 대란을 가중시킨데는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도 한 몫 했지만, 대란의 정점에는 '31번' 환자가 있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31번 환자는 이전 사례와 달리 해외여행력이 없고, 확진자의 접촉자가 아니었기에 보건당국은 31번의 감염경로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여부와 국내 유행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봤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월 초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이만희 교주 친형 장례식장이 열린 경북 청도대남병원을 방문했던 31번 환자는 병원, 교회,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과 대중교통을 빈번하게 이용했고, 이미 지역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31번 확진자가 감염됨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청도대남병원
 
결국 정부는 2월 23일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코로나19 대응 강도를 높였다. 선별진료소 검사를 통한 확진자 중 중증도 이상의 환자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및 음압병상 보유 일반 종합병원 등에서 입원치료를,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생활 및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후베이성 발급 여권 소지자의 입국 제한, 14일내 후베이성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 제한, 제주 무사증제도 일시 중단도 시작됐다.
 
그럼에도 2월 29일에는 일일 신규확진자가 813명이 발생할 만큼 급속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5천명을 넘은 3월 4일에는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발생이 64.5%(2,583명)에 달했다.
 
위기경보단계 조정에 따른 검역 강화, 의료기관과 약국의 선제적 조치, 세계적 수준의 진단검사와 빠른 임상시험 진행, 전 국민적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31번 확진자의 주 활동지역이었던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지 한달여 만인 2월 20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도 나왔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정신질환으로 입원중이던 63세 남성이었다. 역시 신천지 신자와의 접촉이 원인이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대구경북 신천지 교회의 감염경로, 청도대남병원의 감염경로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있어 하는 대구경북 신천지교회 감염경로나 청도 대남병원 감염경로 등 대형집단발병 사례에 대한 조사를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 중이다"며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찾아 더 이상의 추가전파가 일어나지 않게끔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하고, 감염경로를 찾아 혹시 놓치고 있는 감염원이 어디가 있는지에 대한 추적조사를 위해서 진행하고 있다. 확인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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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 팩트체크 2020-04-01 09:43

    기자님 31번 확진자보다 일찍 발병자가 6명 있다고 질본에서 발표했어요. 팩트체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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