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의 매력에 빠진 의사 "타인의 이해 깊어지는 스포츠"

[연중기획] 보건의료인들의 취미는? ⑪원자력병원 홍영준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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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수술 등 기력이 쇠한 환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게는 신체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걸음을 딛는 것부터 시작해 산책을 하고 힘이 붙으면 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있는지 고민을 해본다. 이에 한 의사는 "활력을 찾는데 탁구만큼 좋은 스포츠가 없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골프처럼 넓은 공간이 없어도 되고, 야구처럼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으며, 축구, 배구나 농구처럼 여러사람이 모이지 않아도 된다. 스쿼시나 테니스처럼 숨쉴틈없이 격렬하지도 않다.

다만 직사각형 나무 탁자에 네트를 걸치고 두사람에게 탁구채와 공만 쥐어주면 바로 경기가 진행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다.

탁구는 모든 구기종목 중에서 2.7g의 가장 무게가 작은 공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떄문에 힘조절을 조금만 달리해도 공이 튀는 궤도가 달라지는데 이것이 바로 탁구의 매력이다.

탁구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수교를 튼 '핑퐁외교'가 현대사에 이름을 남겼다면, 탁구를 통해 환자와 소통하고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푸는 일명 '핑퐁의학'을 추구하는 의사가 있다.

그는 탁구에 대해 만남의 스포츠, 성장의 운동, 타인을 이해하는 그릇을 키우는 창이라고 간단히 정리했다.

메디파나뉴스는 의료계 내 탁구치는 의사로 잘 알려진 원자력병원 홍영준 병원장(진단검사의학과, 사진)을 만나 탁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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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접한 '탁구'…병원 내 '원탁회'까지 구성해 '소통의 창구'

탁구는 실내에서 소수 인원이 짧은 시간 내 경기를 할 수 있기에 날씨에 영향을 받지도 않고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서 킬링타임으로 실력을 가다듬기도 하며, 초·중·고등학교에서도 동아리가 있어 일반 사람들도 대부분 한 번씩 라켓을 잡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홍 원장이 탁구를 처음 접한 것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바로 당시 국민학교 3학년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으며, 중·고등학생 때도 한번씩 이 스포츠를 즐겼다.

홍 원장은 "중·고등학교 청소년 시절, 그때는 당구장 출입도 되지 않던 시절로 놀이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건전한 여가장소로 꼽히던 탁구장을 찾아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돌아봤다.

그러다 탁구를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게 된 것은 서울의대로 진학한 이후. 시간이 빡빡한 본과생과 레지던트 시절, 탁구를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탁구 실력도 일취월장했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지상의 '서울의대 탁구부'보다 서울의대 본과 강의실 지하에서 활동했던 동아리 '지탁'(지하탁구의 줄임말)의 실력이 뛰어났다"고 자평하며 웃었다.

홍 원장은 "서울의대 본과 강의실이 지하에 있었는데 거기에 라커룸과 탁구대 하나가 있었다. 여기서 지탁 멤버들과 매일 내기 겸 탁구를 했다. 격투기로 치면 프로레슬링이 있고 지하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링 같은 게 있다고 하면 딱 그런 분위기였다. 지상탁구부보다 지하탁구가 더 잘 쳤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홍 원장은 전공의, 해군 군의관 시절을 탁구와 함께 보내다가 1998년 원자력병원에 부임한 이후 한동안 진료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해외연수를 다녀온 2011년 병원 의사 후배들이 만든 체력단련실에서 탁구를 다시 시작했고 소통을 위해 동호회까지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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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원장은 "탁구가 좁은 공간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원자력병원 내 동아리를 2011년 만들었고 약 20명에서 3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며 "동호회 이름은 원자력병원 탁구 동아리회 줄인 말로 원탁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 10년간 동아리를 유지하며, 원내 보건의료인의 화합을 도모하게 되었으며, 병원과 가까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삼육대학교, 고려대학교와 활발한 교류전을 가졌으며 탁구팀이 잘 구성된 중앙대병원과도 정기적으로 경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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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탁회, 현정화 전 대표팀 감독 초청해 암환우 희망을 쏘다

원자력병원 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를 아우르는 동호회로 병원 직원 내 소통의 장이 된 '원탁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지 않았다.

병원 특성상 암환자가 많은데 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신체의 균형감각을 높이는 것에 탁구가 도움된다는 점을 알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런 뜻에 1988 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현정화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공감을 표했고 병원을 찾아 암 환우들과 시간을 보낸 바 있다.
 
바로 홍 원장이 탁구 동호회를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으로 꼽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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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원장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앞두고 현정화 전 선수가 대표팀 감독 선임되어 태릉선수촌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자력병원은 그 위치상 가까우니 현 전 감독에게 방문을 요청했고, 흔쾌히 병원을 방문해 암을 앓고 환자들에게 탁구채 쥐는 법을 알려줬다"고 돌아봤다.

원자력의학원 내에는 특히 유방암 환자들이 많은데 재활과정에서 탁구만큼 적합한 운동이 없다. 따라서 유방암 환우회에서는 탁구동아리가 많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로비 비우고 환우들을 초청해 1일 탁구교실을 열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하루로 홍 원장은 또렷이 기억했다.

홍 원장은 "소아병동의 아이들은 현정화 선수를 모를 수 있지만, 어머니들이 나서 더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분위기에 현 전 감독도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해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나아가 홍 원장은 탁구가 단순히 신체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만남의 스포츠, 성장의 운동, 타인을 이해하는 그릇을 키우는 창이라고 정의했다.

홍 원장은 "탁구는 절대 혼자서 경기 운영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만남의 스포츠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 한번 식사하자'는 인사치레는 공수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탁구인은 '언제 한번 경기하자'는 말을 그냥 흘리지 않고 언젠가는 다시 만나 경기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탁구는 과거 자기가 못 받던 서브를 받고 이기지 못했던 상대를 제압하는 것으로 스포츠 중에 탁구만큼 본인 실력의 향상을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흔치 않다"고 돌아보며 "가장 주요한 부분은 상대방이 어떤 서브를 넣고 스핀을 줄지 볼 배합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중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마음에 관해 관심 커진다는 점이 가장 좋은 부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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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탁구대회 1부리그 진입…그래도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홍 원장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병원장에 임명되어 업무가 가중되었고 최근 신종코로나 사태로 바빠 탁구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여전히 현역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아마추어 탁구대회는 1부부터 10부까지 있는데 1부는 과거 선수출신들이 활약하며, 비선수출신으로는 2부리그까지 진출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다.

아울러 의사들이 참여하는 탁구대회는 전국의사탁구대회와 서울시의사회 배 탁구대회가 가장 규모가 큰데 1부부터 5부리그까지가 있다. 다만 1부리그에 활동하는 의사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홍 원장의 경우, 지난해 노원구청장배 아마추어 탁구대회 6부로 출전해 우승했다. 따라서 이제는 5부리그에 참여하게 된다. 아울러 의사탁구대회에서는 최근 2부에서 우승해 이제 1부리그에 진입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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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다시 말하면 국내 의사들 중 탁구실력이 10명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실력을 갖춘 그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홍 원장은 "전국에서 탁구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서 아마추어 5부리그에 안착한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조금 더 실력을 갈고닦아 의사탁구 1부리그에서 3위안에 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꾸준히 탁구를 하고 건강관리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홍 원장은 탁구를 스포츠 측면에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과거부터 꾸준히 해왔던 글쓰기와 접목을 해 궁극적으로는 탁구관련 해외 서적을 번역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

홍 원장은 "본과 4학년 시절, 정신과 병동을 돌 때 한 색정광 환자를 보며 느꼈던 점을 당시 유행하던 하이텔에 '예쁘게 미쳤던 한 싸이코 소녀를 그리며'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꽤 화제가 되었다. 이후 에세이나 칼럼을 계속 써왔고 해외 연수를 다니면서 번역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번역을 하며 느낀 점은 영어보다 우리나라 말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탁구 관련한 서적이 거의 전무하다. 해외에서는 '탁구의 형이상학'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내용을 국내 탁구인과 공유하기 위해 번역해 출판하는 것이 소기의 목표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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