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질 담보되지 않은 의대 증원‥"의료의 질 저하로 귀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조승현 회장 인터뷰]
공공의료에 대한 컨센서스, 의대 교육에 대한 고민 없이 졸속 진행‥"강력히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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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 의사 인력 부족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보건의료계가 해당 주제를 놓고 격렬한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논쟁의 한 가운데 있는 법안은 두 개.

평가인증기구의 평가 인증 없이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면 의과대학 등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대표발의)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무소속 이용호 의원 대표발의)이 바로 그 것이다.

보건의료계 주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결사반대 입장을, 대한병원협회는 찬성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그 당사자인 의과대학 학생들의 목소리는 없었던 것이 사실.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이에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긴급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공공의대) 설립에 관해 회원들에게 의견 조회를 실시했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을 직접 만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당사자,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의대생 97% "의대 증원 불필요"‥"부실한 의대교육, 의료 질 저하 심화될 것"

긴급으로 실시한 의대협의 의견조회에는 약 2만명의 의대협 회원 중 20%가 넘는 4,058명이 참여했다. 평소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응답률로 의대협은 해당 주제에 대한 의대생들의 높은 관심이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대협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단 3%로, 나머지 97%의 학생이 현재 정원 유지 및 축소를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의대 증원에 부정적인 이유는 ▲의료 인력의 질 관리 어려움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가 예상된다고 가장 많이 응답하였으며, 그 외에 ▲필수 의료에 대한 기피 증가 ▲교육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질 하락이었다.

조승현 회장은 특히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우회해 의과대학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한 김원이 의원의 '의료법 일부개정안' 자체가 교육기관인 의과대학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의사 면허는 아무에게나 주어도 되는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의과대학 인증 평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은 미국이나 유럽의 전통 의과대학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폐교된 서남의대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의학교육의 질을 무시한 채 대학을 설립할 경우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남의대는 오랜 기간 부실 교육 문제로 인증 평가에서 불(不)인증을 받아 10년 동안 폐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해 서남의대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례다.

이 같은 부실 교육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의 질 격차가 극심해, 지방으로 갈수록 의과대학 인증 평가의 조건부 인증(2년 인증)이나 불인증을 받는 학교가 많은 상황이다.

일부 지방 의대는 교육 인력과 실습 시설, 해부 실습용 카데바 등 교육 자원들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특정 과목의 교수 구인난에 시달려, 의과대학 간 교육 불균형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기존 의과대학의 교육도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의과대학을 신설할 경우 학생들의 교육권은 제대로 보장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결국 의료의 질로 이어져 환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500~1000명까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 이 경우 현재 3058명 정원을 최대 33%까지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재 40개 의대에서 의대를 13개 늘려야 가능한데, 이렇게 늘어난 의대에 충분한 교육 자원, 교수 인력, 실습 병원 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의대를 신설하지 않고 단순히 정원을 늘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40명인 의대 정원을 60명으로 늘린다고 해도 늘어난 학생 수 만큼 자원 투입이 필요한데, 이 경우 기존 의대의 교육의 질마저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조승현 회장은 "이처럼 의학교육에 대한 평가 인증체계를 무시하고 교육부장관 인증으로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의학교육의 질을 무시한 행태이며, 이는 의료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의대 설립으로 공공의료 인력 양성?‥"근본 원인 해결 없인 불가능"

의대생들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적절한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질문에 대해 약 80%의 응답자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한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응답한 20%라 하더라도, 그 중 90% 학생은 공공의료 취약 지역 혹은 기피 전공 분야 근무 의무화와 기존 의과대학과 차별되는 별도의 공공의료 교육, 그리고 적절한 교육 인력이 확보된다는 점이 전제돼야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의대생 스스로 공공의대가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조승현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가 없다. 어떤 것이 공공의료이며, 왜 공공의료가 부족하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단도 없다. 단순히 취약지, 기피과 지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면,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단순히 의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왜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해 이름 붙여진 '기피과'의 경우 전문의가 되고 나서 보상이 부족하거나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워 지원이 이어지지 않고 있고, '취약지'의 경우에도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의대생들은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수·공공 의료 분야 가산 수가 신설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공공의료 분야 정부 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회장은 "저소득층,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를 공공의료라 한다면 전국민 건강보험 및 당연지정제를 시행하는 국가에서 모든의사는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또한 저소득층, 취약계층은 의료급여 환자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실제로 적정 가격보다 낮은 투석 정액 수가, 낮은 종별 가산 수가 적용 등으로 이미 많은 민간의 의사들이 저소득층, 취약 계층을 위해 상당 부분 희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현재로서 정의도 확실하지 않은 공공의료에 대한 컨센서스도 서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지어 관련된 교수를 임용할 수도 없다고 본다. 공공의료가 중요한 만큼 그에 대한 교육은 더욱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교육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진행‥"강력 대응 나설 것"

전례없이 많은 회원들이 설문조사에 응해, 빠른 시일 내에 회원들의 의견을 모았다는 의대협은 향후 회원들의 더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자 오는 6월 27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승현 회장은 "설문조사 과정에서 많은 회원들의 호응이 있었다. 그만큼 현안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크다는 것을 느끼며, 의대협도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와 국회의 졸속 처리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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