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마스크 현장서 약사들이 전달한 공감과 위로의 메세지

윤선희·허란 약사, 회지 통해 소회 전해… "약사 헌신·노고 빛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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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지난 4개월 간 약국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공적마스크 판매 고시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약사들이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들이 눈길을 끈다.
 
최근 발간된 경기도약사회지와 서울시약사회지에서는 약국 현장에서 겪었던 4개월 여간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약사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세지를 담은 글들이 실렸다.
 
먼저 윤선희 부천시약사회장<사진>은 경기도약사회지를 통해 '뜨거웠던 공적 마스크 100일 이야기' 제하의 글을 통해 그간의 경험을 정리했다.
 
윤선희 회장은 "보건용 마스크가 약국에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고 대형 할인 매장이나 심지어 편의점에서 샀다는 시민들을 만날 때 어찌 주민 건강 지킴이 약국에는 이토록 공급이 안되고 있는 것일까 답답해하고 분노했다"며 "약사회가 정부와 함께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취급하게 하겠다고 하자 다시 한 번 동요했다"고 초창기 분위기를 전했다.
 
윤 회장은 "생전 듣지도 못한 마스크를 공적으로 취급하고 그것도 주빈번호를 다 입력하고 판매하라니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고 이 사업이 우리에게 어떤 상황을 가져다줄지 막막하기만 한 상황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윤 회장은 "마스크가 슈퍼에 유통이 되고 왜 정작 약국에 없는지를 속상해 하던 마음을 상기하자고 설득했고 이번 기회에 약사의 공적인 역할에 대해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자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제도가 진행되면서 회의감도 들었다는 것이 윤 회장의 토로다.
 
윤 회장은 "공적마스크 취급 초기에 직원들과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을 먹으러 외출하고 2시 반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부터 약국 문앞에 줄을 서기 시작해 몇 백미터에 달했다"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이분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내가 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카톡 방에서 약사님들이 알려준 생전 먹어보지도 않았던 천왕 보심단도 먹어봤다"며 "또 어떤 약사님은 인데놀에 디아제팜까지 먹어야 했다고 털어놓는데 얼마나 슬프던지"라고 어려웠던 점을 설명했다.
 
그는 "방문 약료 강사를 하면서 약사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고는 했지만 약사들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이성도 지성도 지킬 수 없게 무너쳐버렸다"며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시민들은 약국마다 가서는 친절했던 약사가 어디로 가버렸냐고 하실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만 윤 회장은 지난 4개월 간의 공적마스크 판매 경험이 약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 회장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까지 바라본다는 코로나 사태는 약사들에게 많은 경험을 가져다 줬다"며 "공적마스크 공급 문제를 일사분란하게 해결해 가면서 얻은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고 약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먼 훗날, 2020년 코로나라는 역사의 고비에서 한 장짜리 작은 마스크로 인해 시민들과 웃고 울었던 약사들의 이야기가 찬란하게 빛나길 믿는다"고 전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밝은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허란 약사<사진>도 서울시약사회지를 통해 공적마스크 판매로 처음 겪어 보는 다양한 상황들에 당황하면서도 어려운 시기 속에서 약사들의 헌신과 노고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약사는 "어려운 사태에서 국민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 약사로서의 자긍심도 생기고 뿌듯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치고 화가 나는 일도 무척이나 많았다"며 "별 탈없이 하루가 마무리 되는 듯 하다가 처음 겪어보는 상식 밖의 손님을 만나는 경험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들이 일어났고 손이 덜덜덜 떨리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허 약사는 "마스크만 있으면 감사했던 날들에서 시간이 지나니 각종 불만이 약국과 약사에게 쏟아진다. 낱개 포장인지, 제조 회사가 어디 것인지, 색깔이 있는지, KF94인지 KF80인지, 가격은 왜 내려가지 않는가, 신분증이 왜 아직도 필요하냐 등 날카롭고 짜증난 목소리로 약사를 공격한다"며 "정부의 지침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약사 편은 아닌 듯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하루에도 수백 명을 상대하는 약국에서 일일이 입맛을 맞춰주는 일은 보통의 업무가 아닌데 거기에 대리구매 기준까지 고려해야 했다"며 "대리구매가 안되는 조건임에도 마스크를 요구하는 손님들의 고성, 짜증, 불만 등을 받아내고 참아야 했던 약사들의 스트레스는 마스크 없어 발 동동 구르던 시기의 스트레스와 또 다른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허 약사는 신분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손님을 상대하며 겪은 황당한 사례도 소개했다. 허 약사는 "한 아주머니가 90 넘은 친모가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신분증은 내가 가지고 있는데 그 약국에서 샀다고 나와 신분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며 "제 이름으로 구입해 갈 수 있게 도와드리겠다고 하는데도 명의가 도용된 것이 불쾌하고 억울해서 알아야겠다며 CCTV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 또한 화가 나서 약국업무를 제쳐두고 CCTV를 찾아보니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90살의 친모가 직접 나와 구입한 것이 찍혀있어 도리어 사과를 받아냈던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허 약사는 "이게 뭐라고 온갖 협박과 모욕을 참아가면서 인내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며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너무나 어려운 시기 속에서 약사들의 헌신과 노고는 분명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허 약사는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약사들도 수고하고 있음을 대다수 국민들도 인정하고 기억할 것"이라며 "마스크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오는 요즘, 이 시기만 잘 이겨내면 마스크 '덕분에' 그래도 이겨냈어라는 말로 바뀌기만을 기대하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마음 비우기를 노력 중이다. 어차피 약사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왔고 마스크 때문에 조금만 더 힘들 뿐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며 "고생한다며 일부러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사가려 약국을 두리번 거리는 손님들과 마스크 사가며 기쁘게 사가는 손님들을 보며 위로를 얻고 힘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두 달 넘게 태권도장을 닫아야만 했던 지인, 손님이 10분의 1 수준도 타지 않는다며 한탄했던 택시기사 단골손님, 행정처분이 내려져 장사를 하지 못하는 약국 옆 노래방 사장님의 한숨 등을 듣고 있으면 그저 감사해야 하는 직업임을 깨닫는다"며 "스트레스와 피로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약사 스스로 긍정적인 시선과 마음으로 이 상황을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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