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감 극에 달해"…추경 예산 20억 확보에도 싸늘한 '약심'

홍남기 부총리 발언에 잇단 분노 표출… 국민청원·성명서 등 비판 목소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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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3차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약국의 방역물품 지원 20억원이 확보됐지만 약사사회의 반응은 싸늘한 모습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차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약국에 대한 마스크 무상공급에 의문을 제기하며 "약국 주인한테 제공하는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힌 홍남기 경제부총리 발언에 대한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차 추경 심사 과정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서영석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결산조정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개최하고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에 대한 수정안'을 확정, 의결했다.
 
이번 추경에는 약사사회에서 관심을 모았던 약국 방역물품 지원에 대한 예산 20억원이 확보됐다는 점에 대해 의미가 크다.
 
그동안 약국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주민들을 상대하며 공적마스크 판매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지원되는 마스크 등 방역물품이 없어 직접 고가의 마스크를 구입해야 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 놓였었다.
 
약국 방역물품 지원 예산 확보에 힘을 썼던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20억원은 국가를 도와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온 약사분들을 위한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그동안 약사분들은 지역 감염의 최전선에서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채 국민들에게 공적마스크 공급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스크 등 방역물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었다"며 "이번 예산 지원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약사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약국을 위한 예산 확보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부총리 발언에 대한 약사들의 배신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홍 부총리는 서영석 의원의 약국 방역물품 지원 관련 질의에 "약국이 아니고 만약에 편의점에서 팔았다면 편의점 주인에게 마스크를 제공해야 하는지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며 "필수지급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의아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직접 다루는 의료인이라던가 정말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했다. 하루에 100만장 이상도 제공했다"며 "약국 주인에게 제공하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후 홍 부총리는 "약사들이 일선에서 마스크를 사러 오신 분들로 인해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며 "마스크를 판매하면서 많은 분들을 접촉하면서 그런 사례가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감안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잘못된 발언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약사 주인'이라는 표현과 감염병 사태에 약국 역할에 대한 인식 부재를 보여준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약사들은 "망언이다", "상처가 됐다"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공적마스크 판매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정부가 약국에 대한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던 것과 대조적인 고위 관료의 인식에서 실망감을 넘어 허탈하다는 지적이다.
 
한 약사는 "홍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너무 화가났다. 뭔가를 바라고 시작한 공적마스크 판매는 아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약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약국 주인'에게 마스크 지원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냐는 발언에 힘이 빠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약사는 "이미 공적마스크 판매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약국 방역물품 지원 예산을 확보해서 지원하는 것은 무슨 의미"라며 "정부 고위 공직자의 인식을 보면 추후에 공적마스크 등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참여하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 발언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역시 주말 사이 6,200여 명이 동의를 하며 홍 부총리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청했다.
 
약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정부는 약사와 약국에 어떤 방역, 위생에 대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며 "약사들은 자체적으로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고 약국을 소독하며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방문하는 약국이 집단감염의 발원지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부총리의 발언처럼 '약국 주인', 소매업 점주라서 이렇게 노력해 온 것이 아니다. 보건의료인, 대한민국 약사로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반문했다.
 
이 청원인은 "지금도 약국 주인에게 마스크를 제공하는 일이 의아하나"라며 "그 부당한 발언 때문에 지금껏 마스크 공급을 위해 노력한 많은 약사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정식으로 발언에 대해 사과해 달라. 청와대 역시 홍 부총리와 같은 의견인지 묻고자 한다"고 전했다.
 
시도약사회들 역시 홍 부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아 릴레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약사회는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은 약국이 지난 4개월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감염 예방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국가 방역일선에 뛰어든 약사직능의 사명감과 자존감을 무참하게 짓밟고 그동안의 노고를 내팽개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부산시약사회 역시 "약사와 약국직원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 사소한 부분을 원해서 공적마스크를 취급한 것도 아니다"며 "문제는 약사를 보건의료인으로 판단하여 공적마스크를 판매하게 만든 정부와, 그 정부를 신뢰했던 약사들의 믿음을 헌신짝처럼 내 던져진 약사들의 배신감과 허탈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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