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보건의료인들의 취미는?
'노마드 의사' 김한겸 교수‥렌즈를 통해 세상을 치유하다

[연중기획] 보건의료인들의 취미는? ⑭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병리학과 김한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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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병원에서는 현미경 렌즈로, 병원 밖에서는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치유하는 병리의사가 있다.

우리 몸을 해치는 암세포나 기생충도 그의 현미경 렌즈를 거치면 예술이 되고, 거칠고 삭막한 아프리카도 그의 카메라 렌즈를 거치면 희망과 환희가 넘치는 생명의 땅이 된다.

스스로를 '노마드(NOMADE)', 유목민이라고 칭하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병리학과(고려대 의대 병리학교실) 김한겸 교수 이야기다.

2016년 몽골사진전, 2017년 현미경 예술작품전, 2018년 이태리 여행스케치&사진전에 이어 본인 작가의 이름을 내건 첫 공식 사진전 '노마드 인 아프리카(Nomade in Africa)'가 지난 6월 17일부터 7월까지 '갤러리 쿱'에서 개최됐다.

특별히 선발된 사진작가만이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쿱’에서 본인의 사진전을 열고 있는 김한겸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병리의사'로서 시작된 '렌즈'와의 인연‥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
 

사진전 마지막 날 전시장에서 만난 김한겸 교수는 사진전을 찾은 손님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의사가 아니라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 할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로 흑백사진을 찍으며 사진의 매력을 느꼈던 그는, 병리의사가 된 이후 잊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들게 된다.

사실 그와 '렌즈'의 인연은 깊고도 진하다.

우리 몸의 세포조직을 관찰하고 병을 찾아내는 병리의사이기 때문에, 김한겸 교수는 매일 같이 현미경 '렌즈' 속을 들여다 봐야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미경 '렌즈' 속에서도 예술을 발견했다. 국내 최초로 현미경 사진 전시회인 'Nmoad in a Small World'를 열었던 김 교수는 암세포, 기생충, 각종 세포조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취미는 카메라 사진이다. 병리학과 의사로 과학수사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시체 검안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카메라를 들게 됐고, 연구소의 특수 사진 부서를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사진 찍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1981년부터 약 40년 세월 동안 사진을 찍어 온 김한겸 교수는 자신도 모르는 새 어디를 이동할 때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일거수일투족 카메라와 한 몸이 된 김한겸 교수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면 가장 먼저 손이 움직인다.

의료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몽골과 아프리카 등을 이동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이 속에서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그는 "카메라를 찍을 때면 아름다움을 찍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사람을 찍고자 했다. 웃고, 즐기는 사람. 아프리카에서 찍은 30만 장 중 슬프거나 괴로운 사진은 거의 없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 즐거움. 그런 순간들을 포착하며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차로 이동 중에도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같이 간 동료들은 이제 그의 카메라 셔터 소리에 이골이 나, 그와 헤어진 후에도 셔터 소리가 환청이 들릴 정도라고 한다.

편견에 가려진 아프리카‥흥과 생기 넘치는 아프리카 아름다움 전해
 

이번에 김한겸 교수가 개최한 아프리카 사진전의 이름은 '노마드 인 아프리카(Nomade in Africa)'다.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1년 동안 우간다,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마다가스카르 등 다양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며 무려 30만 장을 찍었는데, 그 중에 풍경, 사람, 동물, 문화 등으로 사진을 분류해 이번에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제한적이다. 먼 나라인 만큼 알려진 것도 적기 때문이겠지만,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아프리카는 대부분 부정적인 모습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염병, 전쟁, 기아 등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이미지지만, 실제 김한겸 교수가 봉사를 떠나 만난 아프리카는 오히려 밝고,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곳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과 색다른 동물들 그리고 활기 넘치는 사람들과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를 몸소 느끼며, 김한겸 교수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실제로 그가 소개한 사진들은 모두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그들만의 질서와 문화를 향유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을 그는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사실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 기부 등을 유도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안 좋은 면을 선전하는 봉사 단체들로 인해 생겨난 이미지인데, 오히려 그런 이미지가 인종 차별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며, "직접 만나 아프리카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와 다르다고 그들이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삶의 질이 세계최고이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꿈과 희망이 있는 곳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레소토의 시골 교회 미사가 끝난 후 찬송가를 부르며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아이들이 있고, 개기월식이 있는 날 쏟아져 내리는 비속에 피어오른 무지개가 있는 흥 넘치는 사람과 생명체, 경이로운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다.

병리학과는 의료봉사와 거리가 멀다?‥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
 

사실 그가 아프리카에 방문하게 된 계기는 의료봉사 때문이었다.

10년 전 의료 봉사 차원으로 처음 우간다를 갔던 김한겸 교수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병리학 현실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수십 년 전만해도 제대로 된 병리학 체계가 없었다. 하지만 WHO의 도움으로 병리학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었고, 현재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의 발생률 감소를 견인한 것이 바로 병리학 덕분이다.

김한겸 교수는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받은 교육이 현재 우리나라 건강증진에 큰 기여했음을 인정하며, 보답의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선진 병리학을 열악한 국가들에게 전수하는 방식으로 의료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전만 하더라도 병리학과는 환자를 직접 돌보는 임상의가 아니기 때문에 봉사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많았고, 실제로 병리의사들의 의료봉사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도 타 전공에 비해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의 선각적인 자세에 동료와 후배들도 점차 동참하기 시작했고, 이후 아프리카 국가에 조직검사실 구축, 병리의사 양성 등을 할 국가들을 찾아다니며 아프리카 국가들을 돌았다.

그 중 마다가스카르는 지난 2015년 대한세포병리학회에서 의료소외국가의 병리의사 육성을 위해 '바오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 갔다가 올해까지 연을 맺은 나라로, 현재 마다가스카르의 병리는 독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아프리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김한겸 교수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병리의사들도 이 전에는 다소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열악한 국가에 병리학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 천국' 별명답게‥노마드 의사 신조는 "인생은 하나 뿐, 삶을 즐기자"
 

다른 사람들은 김한겸 교수를 '호기심 천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흥미가 생기면 일단 부딪혀 보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파평 윤씨 모자(母子)미라가 한국에서 발견됐을 때, 그 부검을 지휘한 것도 그다. 이후 고고학에 대한 관심으로 몽골에 갔던 것이 몽골 의료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김한겸 교수는 본인을 '노마드'라고 칭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바꿔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 유목민이라는 의미에서다.

김 교수는 "인생은 하나뿐이다.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이기 때문에, 그 순간 하고 싶은 걸 못하면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삶을 즐기자. 즐겁게 살자. 이 것을 내 삶의 신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간, 순간을 소중히, 인생을 즐기며, 다양한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살아가는 '노마드' 김한겸 교수.

그가 즐거운 마음으로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보는 세상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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