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표준화 없는 첩약 급여화…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효과·안전성’ 우선 원칙 위배…명분 취약
첩약 등 한방분야 성장 위해선 급여화보다 표준화부터 추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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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어떤 정책이든, 어떤 조직이든 ‘대의명분’은 필요하다.

명분이 없다면 동의와 지지가 없는 독단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명분이 있다한들 제3자조차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이 역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기자 개인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논의·추진 중인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그렇다.

첩약 급여화 정책은 한약제제와 첩약 등 한방 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 한방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한방분야 안전성과 유효성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환자를 위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추진된 정책이지만, 이를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여러 의약단체가 입장 차이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나머지 의약단체 모두는 첩약 급여화를 반대한다. 각 단체마다 반대하는 실제 이유나 배경이 어찌됐든, 대외적 명분 핵심은 첩약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이는 그 어떤 명분보다도 앞선다. 모든 의약품은 환자 건강과 생명에까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만 비로소 ‘약’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보건당국에게도 마찬가지다.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활용·혼합해 조제한 약으로 규정된다. 첩약은 전국 모든 한방 병·의원이 조제할 수 있지만, 각 의료기관마다 조제하는 방식과 환경, 기준 등에 다소 차이가 있어 모든 첩약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첩약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이른바 ‘표준화’가 요구돼왔다. 표준화가 돼야만 비로소 효과와 안전성을 논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 표준화마저 숙제로 남아 있는 첩약에 정부가 앞장서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것은, 짧게나마 보건의료분야를 겪어온 경험상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급여 적정성 재평가와 급여범위 축소를 결정한 바 있다. 반면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심지어 표준화조차 되지 않은 첩약에 대해선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누가 봐도 ‘이중 잣대’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대한의학회까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반대편인 한의계에서 대한한의학회가 이번 논란과 갈등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한의학회는 무엇보다 ‘한방 표준화’를 추구해왔다. 한방에 대한 국민 신뢰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한방 세계화를 위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첩약 급여화에 불을 붙인 것도 결국은 한의계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표준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첩약 급여화로 국민 건강 보장성을 확대하고, 나아가 한방 분야를 키우겠다는 정부 취지는 공감한다. 다만 그 취지로는 국민건강 안전성보다 우선하는 명분이 될 수 없고, 급여화가 실현된다 한들 표준화가 되지 않는 한 첩약분야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했다. 2018년 추진된 ‘원외탕전실 인증제’와 같이 ‘첩약 표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보다 우선돼야 한다. 표준화 후 급여화라는 ‘정석’만이 한방 분야를 가장 빨리 성장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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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 king 2020-07-10 16:17

    양약이 과학적으로 검증 됐다는 근거가 어디있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판매 허가 받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처방 했던 양약이 발암 물질 , 부작용으로 판매금지 되고 있는데 , 그게 과학적으로 검증 된건가?ㅎㅎ, 양약은 근본적으로 온갖 독성 물질로 범벅인 석유 찌꺼기로 만드는 합성 화학제품 이라는거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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