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6년 만에 전공의 파업
거리에 선 전공의들 절절한 외침‥"정부, 진정성 있는 대화하자"

'덕분에'라던 정부, 의료계 배제한 채 의대 증원 등 일방적 정책 추진‥"포퓰리즘 정책 추진 STOP"
코로나19 속 방역 지침 준수한 채 1만여 명 운집‥"환자·교수님께 죄송하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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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던 의사들이 병원이 아닌 거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진료를 중단하고, 오후 2시부터는 거리로 나와 야외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참석해 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수업 및 실습을 중단한 의대생 및 의전원생들도 함께했다.

당초 예상 운집 인원은 약 3,000~4,000명이었으나, 이날 모인 인원은 1만 명 가량으로 나타났다.

2000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전공의 파업인 2020년 8월 7일, 젊은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덕분에'라고 의사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코로나19 '때문에'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태도를 바꾼 정부를 규탄하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젊은 의사들 절절한 외침‥"엉망인 의료체계 뒤로 한 채, 숫자 늘리기 답 아냐"
  
이날 여의대로에 모인 전공의들은 어제까지 자신의 목숨만큼 소중한 환자들을 보기 위해 여느 때처럼 당직을 섰고, 콜을 받았다.

단체 행동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환자들을 뒤로 한 채 거리로 나와야 하는 현실에 유감을 표하며, 절절한 목소리를 전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고, 살리는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젊은 의사들이, 제 목숨처럼 돌보던 환자들을 떠나 이 자리에 섰다"며, "정부도, 병원도, 젊은 의사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지 관심이 없다.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젠 바보 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부회장은 "엉망인 의료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 제대로 배우고 수련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은 대한민국엔 없었다"며, "숫자만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무턱대고 급여화 해주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 국민을 위한다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해법이 아닌, 진짜 해답을 찾아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 역시 전공의의 현실을 개선하지 않은 채로, 전공의 수련과 의료전달 체계에 대한 고려도 없이 의대 정원이 무작정 증가되고, 공공의대가 도입될 경우 의료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고통 받는 전공의 수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전문과목별 전문의 수 추계도 되어 있지 않아 얼마나 부족하고 얼마나 넘치는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늘어난 의사를 어느 지역에 어느 기준으로 분배할 것인지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 10년간 지역에서 근무 후에 당연하게도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는 첩약에 대한 급여화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아무런 기준도, 계획도, 소통도 없이 진행되는 정부 정책 추진에 반발했다.

결국 전공의가 원하는 것은‥"정부, 터 놓고 진성있는 대화하자"
 

자유발언에 나선 서울성모병원 내과 김솔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무턱대고 안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실제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기 전에 '왜 특정 과들이 인기가 없는지', 그리고 '왜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기 원치 않아 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전공의들은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의료계와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는 데 분노했다.
 
▲ 대전협 박지현 회장

박지현 대전협 회장 역시 "젊은 의사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논의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4천명 의대 증원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는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를 코로나 전사들이라며, '덕분에'라며, 추켜세우다가 이제 단물 빠지니 적폐라고 부르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에 우리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며, "백 년의 국민건강을 좌우하는 국가 의료정책 결정에, 정작 국민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우리들의 목소리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정부에게, 우리는 최근의 의료 개악책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를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외쳤다.

나아가 "대화하자 하고 뒤로는 병원에 압력을 넣어 우리들의 결의에 찬 행동을 감시하려는 저들의 야비한 행태에도 우리는 굴하지 않고 투쟁의 의지를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대전협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에 대해 전면 재논의하라 ▲정부는 모든 의료 정책 수립에 젊은 의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정부는 수련병원을 통한 협박과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언론플레이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대생들도 "교육에 대한 고려 없는 포퓰리즘 정책" 규탄
 
▲조승현 의대협 회장

이날 집회에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전공의들이, 학생까지 거리로 나서게 됐다. 정부를 의료계를 절벽으로 밀어붙여 학생까지 거리로 밀려 나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조 회장은 오늘(7일) 새벽 2시 반 대한민국 의대협을 대표해 온라인으로 세계의대생대표협회연합 정기총회에 참여해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대해 역설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오로지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고에 의해 간신히 버텨지는 의료전달체계에서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포퓰리즘적 지역이기주의 무논리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코로나19 이후 본 협회 설문조사에서 3124명중 무려 70% 비율이 현행 의학 교육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피교육자 응답에도 불구하고 그 어디에도 교육에 대한 언급은 없고 숫자 놀음만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조승현 회장은 'Education without populism'을 외치며, 교육에 대한 고려 없는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포퓰리즘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 회장은 "이 울분을 삭히고만 있을 수 없다. 이 땅위에 제대로된 의학교육이, 제대로 된 의료가 바로잡히도록 우리의 교육을 멈추겠다. 부디 큰 의사가 되는 길을 향해. 세계에 이 목소리를 계속해서 외칠 것이다"라고 외쳤다.

코로나19 속 철저한 방역지침 하에 질서정연한 집회 진행
 

사실 파업과 단체행동이 계획될 때만 해도, 코로나19 상황 속에 단체 행동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전협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젊은의사 단체행동 방역지침'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단체행동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집회 장소에는 출입하는 이들에 대한 발열, 호흡기 증상을 확인하는 부스가 마련됐고, 참석자들에 대한 QR코드, 첨석명단을 확보했다.

사용하는 마이크는 사용자가 바뀔때마다 커버를 교체했고, 단체 행동 시 꼭 들어가는 단체 구호 제창 등의 순서도 줄였다.
 

다만, 구성원 간 2m(최소 1m)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침은 몰려드는 전공의 숫자로 인해 지켜지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주최 측에서 예상한 것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면서 차도에 마련된 집회장소를 벗어나 여의도공원까지 전공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일부 전공의들은 온라인 생중계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주최측인 대전협은 집회 중간 중간에 코로나19 방침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고, 질서 정연한 집회 진행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대전협 관계자는 "오늘 이 자리를 위해 불편을 감내해주신 환자분들, 우리를 대신해 근무를 서 주시는 교수님들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모두 느낀다"며, "특히 고된 근무 속에서도 오늘 이 자리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오실 줄 몰랐는데, 부족하고 열악한 속에 참여해 주신 전공의, 의대생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협은 오는 11일 복지부와 소통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예정하고 있다. 이번 파업과 단체행동 이후에도 복지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지속할 경우 오는 14일로 예정된 의협의 집단 파업에 다시금 동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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