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약가통제·저효율 위험분담제 한국‥신약접근성 강화 대안은?

'선급여 후기준' 도입, 건보 별도 기금 조성 등 대안 제시‥ 政 "고민하겠다" 원론적 입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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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신은진기자] 약가정책을 완화하고 위험분담제를 개선하면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까.
 
23일 이용호 의원 주최로 개최된 '코로나19 시대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비대면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급여제도를 분석,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대안마련을 위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먼저 이형기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사진>는 우리나라 약가정책은 약가 통제에만 집중되어 있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떨어짐을 지적하고, ▲ICER 임계치의 축소 적용 ▲경제성 평가 대안 확대 ▲별도 기금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신약허가가 낮은 국가다. 신약을 실제 사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미국보다 28개월 늦다. 신약 허가까지의 시간이 대만보다 빠르고 일본보다는 다소 늦은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신약 보험 급여 지연의 원인으로는 낮은 ICER 임계치와 ICER 자체의 한계, 비효율적인 위험분담제 등이 지목됐다.
 
이형기 교수는 "ICER는 명시적인 임계값을 사용하지 않으나 1인당 GDP를 참고범위로 하고 있다. 문제는 2006년 선별등재제도가 시행된 이후 2008년 GDP 참고범위가 2만불이었고 2019년 기준 1인당 GDP는 3만불이 넘는 다는 것이다"며 "또한 비교 대상이 고가의 표준요법이나 다른 약물, 의료서비스와의 병용요법이라면 비용효과성 입증이 매우 어렵다. 말기신장암 환자는 기본적으로 신장투석과 빈혈, 칼슘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비용은 기본단위가 크기 때문에 아무리 신약이 나와도 비용효과성 입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험분담제는 도입이 됐음에도 전체 급여 약제 급여가 746일, 위험분담제 약제가 729일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고, 위험분담제 이외의 대안은 마땅치 않아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약가제도는 약가 통제에만 집중하고 있고 사용량이나 사용금액에 대한 제한이 적지만 다양한 약가 인하 정책을 중복 적용하고 있고, 혁신의 가치 인정에 인색하다"며 "경제성 평가가 어렵거나 암·중증질환 치료제는 ICER 값을 범위(band)의 형태로 유용하게 적용하거나 위험분담제 확대, 선급여 후기준 결정 도입등을 고려해야 한다. 건보 재정 상태와 무관하게 신약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 기금 조성 적용과 가격 경쟁 유도를 통한 제네릭 약가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현 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미래건강네트워크 이사<사진>는 신약급여 확대는 재정적 측면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현 교수는 "항암제 급여 적용률 44%, 급여등재기간이 757일이라는 점은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할 때 애통한 현실이다"며 "신약급여 적용을 논의할 때 재정적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환자의 보장성 확대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선 급여 후 기준조정방안 도입 등을 통해 신약등재기간을 축소하고, 취약계층 지원 치원에서 암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대표도 "신약이 허가를 받는 순간부터 보험이 등재되기 전까지 환자들은 희망고문에 시달린다"라며 "선등재 후평가 제도 도입과 함께 제약사에게는 보험등재 전까지 무상프로그램을, 정부에는 위험분담제의 후발신약 적용 시행 등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신약접근성 개선 방안으로 ▲합리적 약가정책 ▲신약급여 심사인원 확충 및 절차 효율화 ▲ICER 임계값 상향조정 및 질환중증도 등에 따른 유연한 적용 ▲위험분담제 확대 및 다양한 재정분담방식 등을 제시했다.
 
최인화 KRPIA 급여개선소위 위원장(한국로슈 전무)<사진>는 "제약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이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이지만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약가를 많은 나라에서 참조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국가에 미치는 spill over impact을 우려해 실제로 한국에 대한 R&D 우선 투자 및 신속 등재에 대한 결정을 점점 유보하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신약접근성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 측은 이 같은 제안들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환자 접근성을 위해 여러 대안이 있는 것은 좋지만 제안들이 실제 적용이 가능한지, 제도로써 시행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경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사진>은 "ICER 임계치 조정은 생각보다 단순하거나 쉽지 않다. ICER 임계치를 상향조정하면 신약등재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으나 약가상승의 가능성이 있다. 선 등재 후 기준 도입도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약 부터 사용을 하게 되면 추후 계약이 파기됐을 때의 안전장치나, 퇴출 시의 문제 등을 우려해야 한다"라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에도 퇴출과정에서 사용중인 환자의 지속적인 사용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무관은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과 현장의 갭 차이는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기에 안정적으로 제도 운영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다"며 "항상 비용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더 꼼꼼히 살필 수 밖에 없다"고 정부입장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전략실장은 "신약보장성 목표 설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재정적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초고가 항암제나 유전자치료제 등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별도 기금조성 등도 해외사례를 검토했는데 결정구조에 따라 운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임상데이터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은 협상기간을 줄이기 위해 사전협상 등을 통해 쟁점을 최소화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용량연동제 개선 등 구체적 대안을 고민하겠다"면서 "일단은 하반기까지 제약사들에게 약가협상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최소한 '깜깜이 협상'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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