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사단체 투쟁 끝났지만, 의사국시 논란 여전…해법은?

의료계 "정부의 잘못으로 시작된 투쟁, 결자해지의 자세 보여라"
국시응시 의사 밝혔지만, "국시가 장난인가?" 여론 역풍도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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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조운 기자] 지난 8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던 의료계의 총파업 정국이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의사단체 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의대정원 확대 반대' 등 그들의 주장을 사회에 알리고 전공의,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이 모두 진료현장에 복귀했지만, 아직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의사들이 있다.

바로 올해 국가고시를 통해 전문직업인이 될 예비의사인 의대·의전원생들로 9월 8일부터 일부만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아니 의대생이 먼저 국가고시를 보겠다는 말이 없는데 어떻게 구제책을 내놓을 수가 있나요?" 이는 앞서 "의대생의 국시 거부로 내년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답이다.

그러나 지난 24일 4학년 의대생들이 "의사국가시험 응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만큼, 의료계와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디파나뉴스는 의대·의전원생들의 8월 투쟁 이력과 최근까지 이들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 1인 시위 나섰던 의대생들
 
◆ "우리는 계속 투쟁할 건데…왜?" 9·4 합의 이후 구심점 잃은 '국시거부'투쟁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가 의료계의 동의 없이 관련 정책을 추진하자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지난 8월부터 동맹휴학과 의사국시 접수 취소 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진행했다.

이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합세하고 개원가, 대학교수, 대한의사협회 등이 합류하며 8월7월 여의도 집회, 8월14일 제1차 의사총파업, 8월 26일 제2차 의사총파업 등 이들이 투쟁 열기를 이끌었다.
 

▲8월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의대생들
 
하지만 최대집 의협 회장이 9월 4일 국회와 정부 간 합의를 하면서 이들의 투쟁에 물을 끼얹었다. 이에 의대생들을 포함한 젊은의사 비대위 안에서 단체행동 유지와 거부를 놓고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갈등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아직 '의사'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의협 주도의 의정합의에 구속되지 않았고 9월 6일 '의사 국가시험 거부 유지' 및 '동맹휴학' 단체행동을 지속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처럼 단체행동 유지를 택한 의대협과 달리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전협 비대위)는 의협 산하단체로서 의정합의를 무시한 채 단체행동을 유지하는데 리스크를 느끼고, 9월 7일 공식적으로 집단 진료거부 중단을 선언하며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총사퇴한 박지현 집행부를 대신해 투쟁 지속을 외치는 신(新)비대위가 탄생했지만, 신비대위 역시 9월 9일부로 진료복귀를 결정하면서 의대생들의 믿을 곳이었던 전공의들이 투쟁을 완전히 멈춰버렸다.

따라서 의대생들은 '낙동강 오리알'이 돼 버렸다는 혼란과 불안함이 엄습했고 의대협 내부에서 단체행동 중단과 지속을 놓고 논쟁이 오갔다.

결국 9월 13일 의대협은 국시응시자대표자 회의를 통해 모든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지만, 의사 국시 응시를 요구하지 않았다.
 

▲9월 8일 부터 시작된 의사고시 실기시험
 
◆ 의대 학장·교수 중재 속 의대생들 "국시 보겠다" 입장 선회

의사총파업 정국이 끝나 파업투쟁의 동력을 잃어버린 가운데 의대협은 단체행동 유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9월 1일 진행 예정에서 한차례 미룬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9월 8일부터 시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의사 국시 재접수 마감일을 9월 6일까지 두 차례 연장을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의대·의전원 학장들과 교수들이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KAMC)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회(이하 전의교협)는 물론 의협도 나서 정부를 향해 "의대생들에게 의사국시 재응시 기회 등 구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시험을 검토하더라도 의대생들의 응시 의사가 전제돼야 하며,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공정성을 고려해 국민적인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전국의대와 의전원 학장을 이뤄진 KAMC와 의대교수들로 이뤄진 전의교협은 의대협과 정부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AMC는 지난 22일부터 의대생 본과 4학년 대표단과 화상회의를 열고 '사과 없는 실기시험 응시 의사 표명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고, 이를 통해 정부에서 요구하는 의대생들의 자체적인 의사국시 응시 의사 표명을 진행하는 데 앞장섰다.
 
또 전의교협은 의대협과 함께 정부의 합의문 이행을 감시하고 정부에 능동적으로 정책을 제언하는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를 만드는 등 의대생들에게 교육 정상화를 위한 회유도 했다.

특히 '대국민 사과'에 대한 의대생들의 반발이 큰 점을 감안해, 의대교수들이 직접 정부에 의대생들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사실도 알려졌다.

결국 올해 의사국시 응시 대상인 본과 4학년 의대생 대표들은 24일 공동성명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산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의료 인력 수급 문제가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학생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국시 응시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국시 응시하겠다'는 키워드가 올라가는 등 사회적 주목을 받는 상황. 하지만 의대생 대표의 성명서에는 '대국민 사과'가 빠졌다는 점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의대생이 벼슬인가?" 반대 여론…젊은의사 구제 요청한 의사단체와 충돌 예상

이같은 의대생들의 입장 선회에 의사단체는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제 이 문제를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24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 속에서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들을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함으로써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 정부가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투쟁은 오로지 불통, 오만, 독선으로 일관했던 정부의 태도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본연의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망설이지 말고 전향적인 조치로서 화답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국시 응시 의사를 밝힌 이들의 결정과 관련된 글에 "국민 건강을 담보로 아등바등 하다가 자충수에 걸렸다. 내년에 꼭 응시해라"는 조롱 섞인 댓글이 달리고, "의사국시를 한차례 미루고 접수를 두 번이나 미뤘는데 의대생들이 뭐 벼슬인가?"라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까지 청원이 만료된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57만 1,995명의 동의 글이 달려 정부의 답변 기준을 훨씬 넘어섰다.

청원인은 "추후 구제, 또는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그들은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는 현 전공의들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며 그때마다 국민은 질병 자체에 대한 불안함 더욱 더 큰 불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에게 구제 방법을 제시하지 말아달라. 대신 그들에게 스스로 지나침을 경계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동안 강경일변도인 의대생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9월 8일부터 국시에 응시해 시험을 치고 있는 다른 의대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되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에 의대생들은 분명히 1년 유급을 각오하고 투쟁에 임했다. 그러나 기성 의사들이 국시 응시에 매달리는 행보를 보였고 후배인 3학년 의대생들과 시험이 겹치는 등 현실적인 문제로 입장을 선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한 차례 국시를 연기하고 두차례 재응시 기회를 줬으며, 이미 국시를 치르고 있는 학생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해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이 국시를 보지 못한다면 내년도 의료수급 문제와 의대생 구제를 조건으로 의료현장에 복귀한 의사단체의 반발이 심하기에 정부는 복합적 요소들을 고려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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