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승격 후에도 또다시 한계 드러낸 질병청

승격 후 2개월 불구 일상감염 통해 확산세 ‘악화’…‘경제 활성화’ 명분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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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사태로 계기로 지난 9월 승격한 지 2달째를 맞이한 시점에서 또다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일일 국내 발생 환자는 193명을 기록했다. 지난 9월 16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이후 국내 발생으로만 200명대에 육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일 코로나19 확진자는 경제 활성화를 고려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개편 시행 이후 점차 증가해왔으며, 지난달 중순부터는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한 주간 일일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는 122.4명으로 직전 주 88.7명에 비해 33.7명 증가했다.

질병청은 승격을 계기로 감염병 대응 역할과 기능이 확대돼 코로나19를 더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정부 방침 하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감염 확산 양상이다. 이전까지 일일 2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 수는 대구·경북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태에 한해서만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이번 대규모 확진자는 특정 집단감염 없이 ‘일상감염’ 만으로 발생했다. 특정 집단감염은 역학조사를 통한 확산 통제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상감염은 생활 곳곳에서 발생하는 특성 때문에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앞서 발생한 2차례 집단감염 사태는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가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꾸준한 증가를 보인 일상감염은 급격한 감소가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최근에는 가족과 지인간 모임,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생활 위주 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일상감염이라는 새로운 감염양상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감염속도를 고려하면 현재 상황은 매우 위태로운 국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과 같이 방역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추진해야 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중시하는 정부 방침에 가로막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질병청은 승격 전후로 다를 게 없다. 질병청 승격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방역 대응체계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이뤄졌음을 주목해야 한다.

주간 일일 평균 수도권 내 확진자 수 100명 초과 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상향한다는 원칙에 얽매여 있기보다는, 방역당국 주도하에 상황 악화 가능성과 경제 상황 등을 따져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고려돼야 한다.

질병청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은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한 발 늦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져서야 추진됐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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