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날숨의 조화 '하모니카' 매력, 담배도 끊게 됐어요"

[연중기획] 보건의료인들의 취미는?⑱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영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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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소리가 크지 않아 타인에 방해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면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

대학병원 교수연구실 문을 열자, 수십 가지 종류의 하모니카가 진열되어 있다. 5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인사와 함께 바로 마스크를 벗으면서 하모니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손가락만한 하모니카부터 큰 몽둥이와 같은 하모니카까지, 울림과 음색이 각기 다른 소리가 동요 가락에 얹혀 10분간 자그마한 연주회 속에 빠지고 말았다.

연주를 마친 그는 수줍은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리가 다양하지만 크지 않아서 옆방에 잘 안 들려 걱정마세요."

상대방의 마음을 읽은듯한  그는 '하모니카 전도사'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영식 교수<사진>이다.

메디파나뉴스는 약 7년 전부터 '하모니카 연주'에 빠져 연주회를 이어오고 있는 이영식 교수를 만나 하모니카가 주는 삶의 활력에 대해 들어봤다.
 

 
◆ 악기와 이어온 인생…정년퇴임 앞두고 만난 작은 행복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접했던 이 교수가 하모니카에 빠지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다.

이 교수는 "내년 대학병원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할 때 쯤 선배 신경외과 교수가 병원 직원들과 직장 하모니카 동호회를 만드니 참여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 후로 7년, 하모니카는 나의 삶 전부가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원래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다뤘기에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처음에는 혼자서 배우다가 더욱 더 잘하고 싶어 개인 레슨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모니카는 내부에 공기가 들어가거나 빠져나올 때 울림판을 떨리게 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로 들숨과 날숨으로 소리를 내는 유일한 악기이다. 또한, 양손이 없는 사람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이기도 하다.

하모니카의 종류는 일명 복음 하모니카로 불리는 트레몰로, 째즈 부르스에 사용하는 다이아토닉, 가장 작은 크기의 크로마틱 하모니카 등 수백 종의 하모니카가 있다.

흔히 4중주, 5중주 혹은 심포니에서 사용되는 특수 하모니카로는 알토, 베이스, 코드, 호른 하모니카가 있는데 특수 하모니카의 경우 일반 하모니카보다 구멍 크기가 커서 호흡할 때 레,파,라,시 계명을 들이마시기 힘들어 모든 음을 내 불게 되어있다.

이 교수는 "하모니카 곡은 동요가 많다. 그곡을 연주하다 보니 어린시절 행복한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느낌이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한동안 잊었던 추억도 생각나고 가장 좋았다"며 "사실 근무하면서 원내에서 평생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하모니카를 통해서 대화의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고 장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날숨과 들숨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가 없는데, 하모니카는 호흡이 중요하다. 환자들이 수술을 하고 나면 숨 쉬는 연습을 많이해야 하는데 이 악기가 큰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 "담배도 끊게 한 '하모니카'의 매력, Harmony(조화) 배우다"

이 교수가 개인적으로 하모니카와 함께하면서 가장 크게 덕을 본 것으로 꼽은 것은 바로 40여 년간 피워 온 담배를 끊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주를 하며 숨을 들이마실 때 하모니카에 묻어 있는 니코틴 냄새가 역겨워 담배를 기피하게 된 것이 금연의 계기가 됐다"며 "담배를 끊고 나서는 허탈한 구강 욕구를 하모니카로 달래며 남들보다 쉽게 금연에 성공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담배를 끊는 사람은 독종이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금연의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하모니카와 함께 하면서 극복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모니카 연주회를 통해 타인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하모니카도 돈 주고 배우냐?'며 시답잖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연주를 시작하면 '어 신기하네'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에 힘입어 가족행사를 시작으로 각종 소모임, 망년회, 돌잔치, 퇴임식, 결혼식에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배짱이 생기고 이를 준비하는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고 돌아봤다.

나아가 중급 이상의 실력을 겸비한 이 교수는 한국하모니카연맹과 연이 닿기도 했다.

이런 인연을 통해 2018년 8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대회에서 4중주, 소합주, 대합주 부문에 참여했으며, 2019년 국내에서 개최된 경연대회에서는 소합주 부문에 참여하여 2번의 수상기회를 가졌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연주하기 힘든 시기였지만, 한국하모니카연맹 이혜봉 회장님의 지도하에 호른5중주 팀을 결성하고, ‘유튜브 오픈 기념 축하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개인적으로 유튜브 공연을 올해 매우 뜻깊은 일로 회상한다.

그렇다면 이 교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 또는 경연대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정신과 병동에서 수간호사와 함께 한 연주를 최고의 기억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우리 병동에 기타를 잘 다루는 수간호사가 있었다. 이 간호사가 하모니카를 배워 지난해 연말에 정신건강의학과 내 송년 행사와 병동 환자를 위한 모임을 가졌다. 환자들이 좋아하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 "정년 이후, 하모니카 동호회 만들어 소통하는 것이 꿈"

내년 2월 정년을 앞둔 이 교수는 은퇴를 하게 되면 하모니카와 함께 제2의 인생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은퇴 이후, 어느 곳에서 의(醫)업의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개인의원이든 병원이든 본인이 있는 공간에 하모니카 동호회를 만들어 내가 느낌 기쁨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뿐만아니라 하모니카 연맹활동도 계속이어나가 국내대회, 아시아대회, 세계대회도 내가 숨이 닿는 한은 함께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하모니카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940년. 일본의 야마하(Yamaha) 하모니카 회사 소속 합주단이 평양 Y.M.C.A 강당에서 연주회를 하며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후 1953년 공보부에 정식으로 사단법인 대한하모니카협회가 발족됐고, 협회 산하에 80여 명의 고려하모니카 연주단이 결성돼 활발한 연주회를 가지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

그만큼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주변에서 하모니카 연주자를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하모니카를 어디서 배워야 하는 것일까?

이 교수는 "낮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구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 중에 하모니카반이 있다. 만약 직장 동호회나 소모임의 경우, 원하는 시간에 강사분을 초빙해 집단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지금은 유튜브 강의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독학의 경우 잘못된 습관이 생길 수가 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가 몇 배 힘들다. 따라서 독학하더라도 전문 강사들과의 접촉이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연마하여 중급 정도 생각되시는 분은 합주나 협주가 가능한 하모니카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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