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반영 안 된 유연근무제 도입 주장 '뭇매'

일선 간호사들, "유연근무제는 반쪽자리 일자리"‥ 이·퇴직 막기 위한 근본 대책 1인당 환자 수 감소 등 근무환경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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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간호협회가 간호사 이·퇴직을 막기 위해 의료 현장에 '유연근무제' 도입을 주장했다가 일선 간호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다양한 근무 형태 도입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이라는 간호협회의 주장과 달리, 현장 간호사들은 유연근무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된 '유연근무제' 도입 주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간호사 근무 형태 도입'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와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함께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허종식, 이수진 의원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해당 국회 토론회에서 신경림 간협 회장은 "여성이 96% 이상인 전체간호사 중 29%에 해당하는 30대 가임기 및 육아기 간호사가 이·퇴직을 고려하는 1순위는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불규칙한 3교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협은 ▲단축시간제 ▲휴일전담제 ▲2교대제 ▲고정근무제 ▲재량근무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의료현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차원에서 '간호사 근무형태 시범사업'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나아가 실제로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한 병원들의 사례가 소개된 가운데, 송영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도 "현재 국회에서 유연근무제 관련 예산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간협의 주장에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은 각각 "유연근무제는 간호사와 환자를 죽이는 근무형태다. 공공의료 역행시키는 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 규탄한다", "일·가정 양립 운운하며 간호사에게 반쪽자리 일자리 제안하는 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발했다.
 
그들은 간호사 유연근무제가 간호사를 저임금 소모품으로 쓰려는 병원경영진의 입맛에 맞춘 제도라고 꼬집으며 시범사업 전면중지를 요청했고, 지금 현장 간호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와 처우개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8년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의 주유이직사유는 낮은 보수수준, 과중한 업무량, 열악한 근무환경에 의한 것으로, 3교대제를 직접적인 이직 사유로 꼽은 사례는 적었다.
 
또 간협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유연근무제 중 2교대제는 오버타임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더 빨리 소진되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가게 돼 일선 간호사들은 꺼리는 근무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서울지역 대형병원 4년차 간호사 A씨는 "2교대 근무에 대한 간호사들의 요구가 있는 이유는 쉬는 날이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밤근무가 한 달 평균 8-9개, 최대 12개에서 극단적일 때는 15개까지 나오는 3교대 병동에서 오프가 월 8개면 매주 있는 나이트 스케줄 다음에 있는 오프는 자느라 다 지나가고 수면오프, 보건휴가를 받는다고 쳐도 이것이 사람의 노동인지 노예 노역인지 모르겠는 실정"이라며 유연근무제의 허점에 대해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4년차 간호사 B씨는 "2교대를 하면 오프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니까 원하는 것이지 진짜로 12시간의(인수인계 등으로 12시간도 아니고 14시간쯤 일하겠지만) 휴게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게 뻔한 고강도 노동을 원해서 요구한 걸까"라며 "심지어 2교대 도입 병원조차 그저 도입목적이 필요인력을 감소시키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에 오프 수는 그대로고 일만 12시간인 심각한 초과노동이 일어나는 일이 왕왕 일어나고, 이 때문에 간호사들이 소진되고 사고율이 올라가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일부 특정병원의 12시간제 경험 간호사 의견을 일반화해서는 안된다. 12시간 근무에 쉬지도 못하는 휴게시간과 인수인계시간을 넣으면 현실에서는 14시간 근무가 될 것이다. 그리고 휴일전담제·고정근무제 등 근무시간 혹은 요일을 고정해서 일하는 경우 나머지 간호사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단축시간제, 시간제(파트타임) 근무는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환자파악도 어려워서 간호사의 업무가 액팅(간호 처치) 위주의 업무로 한정되게 된다. 결국 투약오류 등 환자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간호사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액팅 위주의 업무로는 충분히 숙련된 양질의 간호사를 양성할 수 없다. 이는 또다시 간호 인력의 공백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지역 10년차 간호사 C씨 역시 "간협은 경력단절이 유연근무제로 모든 게 대처될 듯 말하지만 유연근무제나 시간선택제가 도입된다면 간호사들의 근로조건은 더 후퇴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 싼 인력을 필요시간 때에 마구 넣을 것이고 필요 없으면 그만두게 하면 그만일 테고 현장 간호사와의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절대 이런 내용으로 도입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모 병원의 내부 직원은 해당 병원의 이직률이 50%에 가깝디거 폭로하며 "시간선택제를 제한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간호사들이 불만이 많다 선호하는 시간대외에도 휴일과 E근무(이브닝 근무) 등 다른 간호사들이 그 자리를 메꿔야 하기 때문에 일부만 하고 있다. 특히 퇴사하는 간호사들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현실을 털어놨다.
 
간협이 들고 나온 유연근무제가 일선 간호사들의 이·퇴직을 막을 묘수가 아니며, 오히려 충분한 임금과 경력 개발이 불가능한 반쪽 자리 일자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장 간호사들이 생각하는 진짜 간호사들의 이·퇴직를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사들의 이·퇴직의 근본 원인은 간호인력 부족으로 휴게시간조차 가지지 못하는 형편없는 근무환경에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는 평균 15~20명으로, 미국의 경우 4~5명, 영국은 8.6명인것과 비교해 2배에서 많게는 4배에 달한다.

간호사 1명 당 담당해야 할 환자가 많아, 법정 근무시간이 8시간 내에 업무를 다 하지 못해 1~2시간 일찍 출근하고, 1~2시간 늦게 퇴근하며,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간호사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유연근무제도는 업무만족도를 높이고 간호사 이직을 방지하고 재취업을 유도하여 환자에 대한 간호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하는 방안이라고 발표하는 것에 현장 간호사들은 매우 분노한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역시 간호사들이 단순히 3교대제가 아닌 인력 부족으로 인한 높은 노동 강도와 장시간 노동으로 임신·출산·육아를 일과 병행하지 못하는 것임을 지적했다.

유휴 간호사 C씨는 "간호사들은 근무시간이나 3교대 근무형태 하나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1인당 환자수가 많아서 생기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많이 그만두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또 서울지역 대형병원 간호사 D씨는 "강도가 가혹하기 때문이며 지금 업무강도가 유지되는 한 어떤 유연근무 형태도 병원 수익창출과 간호사 착취의 도구가 되고 말 것이다. 노동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간호사당 환자수를 줄여 노동 강도를 낮추는 일이 우선이다"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사가 이직과 경력단절을 줄이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인력충원을 통해 간호사가 봐야할 환자수를 줄이고 지금까지 주지 않았던 시간외수당과 체계적인 간호사 교육 등을 제대로 제공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유연근무제는 결과적으로 저임금 간호사 인력으로 병원운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간호사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제도에 불과하고 병원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들을 양산시키며 결국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다. 신규간호사 배출을 늘리는 것도 더 많은 소모품 간호사를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현장 간호사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간호사들이 '일 가정 양립'을 하기를 원한다면 편법이 아닌 간호사들이 늘 요구해왔던 간호 인력 충원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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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하 2020-11-23 15:45

    더 싼 값에 부려먹으려는 꼼수지

  • 간호 2020-11-23 15:51

    전문직종의 수준을 낮추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나간 자리 채우려는 꼼수 말고 일하는 사람들 처우개선부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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