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중인 녹지국제병원…사법부 개설허가 취소 이유는

'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개설허가 불복 소송 중이지만…법원 "본래 외국인 전용 사업계획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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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이름을 알린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개설허가 취소 위기에 놓인 가운데, 불복 항소장을 제출하며 장기전이 예고되고 있다.

앞서 외국인을 타겟으로 하겠다던 녹지국제병원이 입장을 바꿔 내국인까지 진료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한 의료법에서 정한 개소 일자를 지켜야 한다며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사법부는 아직 '외국인 전용' 개설허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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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논란 제주 녹지국제병원‥'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 논란

녹지국제병원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설립한 의료기관으로, 국내 최초 영리병원 타이틀과 함께 사회적으로 찬반 논쟁에 휩싸이며 논란이 됐다.

당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에서 개설 불허 권고 결정을 내렸음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8년 12월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이후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영리병원' 허가 취소 및 공공병원 전환을, 녹지국제병원은 병원대로 외국인 전용 부관 취소를 요청하며 대립했다.

특히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은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을 진행하며 개원을 미뤘고, 결국 의료인들도 이탈하며 개원 법정기한이 넘어서게 됐다.

결국 원희룡 도지사는 도가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허가를 내렸음에도, 의료법에서 정한 개설 기한인 2019년 3월 4일까지 병원을 개설하지 않음에 따라 사전청문절차를 거친 뒤 4월 17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시민사회와 의료계 등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찬성했지만,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녹지국제병원 측 "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피해 막심‥개원 지연됐다" 주장

지난 10월 20일 제주지방법원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에 내린 개설허가 취소 처분의 사유는 ▲개설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업무를 시작하도록 한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1호 위반 ▲2월 27일과 3월 5일 두 차례 현지점검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관계 공무원의 직무 수행을 기피 또는 방해한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3호 위반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이 사건 개설허가에 부가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뢰보호의 원칙 내지 적법한 기대 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녹지국제병원은 개설허가 중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위법성을 다투면서 위 조건의 취소 또는 이 사건 개설허가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병원 측은 위 조건에 의하여 내국인 진료가 제한될 경우 경제성이 떨어져 녹지국제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내국인 진료 거부에 따른 의료법위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형사처벌 또는 행정적 제재의 위험으로 법적 지위가 불안하게 된다며, 관련소송에서 법적 쟁점이 해결될 때까지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미루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녹지국제병원 개원 지연은 개설허가에 부가된 조건의 위법 내지 부당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당한 사유'에 따라 업무를 개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관계 공무원의 직무 수행을 기피·방해했다는 사유에 대해서는 제주도의 현지점검이 사전통지가 이뤄지지 않은 위법한 행정조사였으며, 병원 측은 직무 수행 방해 또는 기피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하며 오히려 이번 처분이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 제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러한 행정행위의 공정력은 판결의 기판력과 같은 효력은 아니지만 그 공정력의 객관적 범위에 속하는 행정행위의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한 때에는 그 처분이 취소되지 않는 한 처분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허가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녹지국제병원으로서는 제주도의 개설허가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원고로서는 일단 이 사건 개설허가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업무를 시작했어야 되고, 이 사건 개설허가의 위법을 다투며 관련소송을 제기한 사정만으로 무단히 그 업무 시작을 연기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국인으로 진료 제한 반발‥法 "본래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사업계획 세워"
 

한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부가됨에 따라 개원·운영 실익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병원 측이 내국인은 녹지국제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주요 이용객으로 상정해 사업계획을 세웠던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는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므로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이에 개설허가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부가됐다고 하더라도, 그 조건이 부가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녹지국제병원의 주요 이용객이나 경제성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조건이 부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녹지국제병원이 업무를 시작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내국인 진료 거부에 따른 의료법위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형사처벌 또는 행정적 제재의 위험으로 법적 지위가 불안하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내국인 진료가 제한되는 이상, 녹지국제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내국인이 갑자기 응급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없고, 녹지국제병원에 응급실 등 응급의료시설이 없어 내국인 응급환자가 응급 이송되는 경우를 상정하기도 어렵다며 형사처벌 또는 행정적 제재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소송의 쟁점이었던 내국인 진료의 적법성 판단은 보류했다. 1심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 제한과 관련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은 기각된 허가 취소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했다.

마지막으로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은 자가 허가만 받고 장기간 의료기관 업무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배치 가능한 병상 수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병상 수급·관리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로 인해 이후 이뤄지는 제3자의 의료기관 개설허가에 대해서도 적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바, 행정청으로서는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개설허가 시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의료기관 업무를 시작할 것을 강제할 필요가 있는 설명이다.

따라서 제주도의 이번 행정처분은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병상 수급계획 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행정청이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업무 시작을 강제하는 한편, 업무 시작 여부(병상 공급 여부)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수단의 적합성 역시 인정된다.

사법부 판단에도 녹지국제병원 1심 패소 불복 항소장 제출

녹지국제병원 중국 녹지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녹지국제병원은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주도의 약속을 믿고 엄청난 금액의 투자를 했으니 그 법과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 이번 분쟁의 본질"이라며 "상식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받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해 반인륜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조건이라고 지적하며, "영리병원 허용 여부는 대한민국 법과 제도, 정책결정권자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이는 정책결정권자가 부담하고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해당 행정소송도 동시에 진행할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녹지국제병원 사업을 위해 8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대한민국 판단을 받을 수 없다면 외국 사법기관에서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우리 정부에 투자손실 책임을 묻는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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