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협 강성 일변도…부드러움이 단단함 이길 수 있어"

[인터뷰]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전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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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길 수 있다."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태극권이라는 이름으로, 체육계에서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고전적인 진리이다.

이렇게 명료한 답이 왜 현실에서 적용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강성의 목소리가 당장 눈에 띄고 단기적 성과를 보여준다는 착각 때문일 것이다.

현재 의료계 상황도 이같이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과 관련해 의사들이 전문가적 시각으로 문제점을 꼬집지만, 국민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의사 집단행동 금지법, 의사 설명 의무화법, 의료기관 실손보험 청구대행법 등 국회에서는 의료인을 옥죄는 법이 연일 발의되고 있으며, 정부는 타임테이블대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등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

지난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너희들은 포위됐다"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바야흐로 "의사들은 포위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판세 속에 과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 몸담았으며, 초대 의협 세종사무소장을 지낸 김봉천 전 기획이사<사진>가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길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명제를 다시 언급했다.

그의 말은 현재 의협 집행부에 쓴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의사 사회가 다시 각성하고, 국민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에 응했다.
 

◆ "현재 의협 집행부는 강성 일변도…국민·실리 놓쳐"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정책이 발표되면서 의료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이미 진행되고 있던 정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의료비 절감정책으로 비춰지게 되고, 과거 의약분업 이후 재정악화로 실시된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김 전 이사는 "최대집 의협 집행부의 탄생은 더는 지지말고 이겨달라는 의사들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 의협은 대중들에게 너무나도 강하고 투쟁 일변도 인상을 준다"고 언급했다.

2018년 최대집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1인·철야시위, 단식투쟁, 궐기대회, 전국의사총파업 등 강경 대응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행보에 의사들은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강한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비호감'이라는 결과로 부메랑을 맞았으며, 강경일변도는 결국 더 강한 강경의 벽을 마주하게 됐다.

김 전 이사는 "현 의협 집행부는 분명 공과가 있겠지만 강한 투쟁을 통해 따라온 역풍에 현 집행부는 최선을 다해 선방해 주길 바란다. 의사국시를 거부했던 학생들의 희생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숭고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의사와 국민 생각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스텐스를 취해야 할까? 이에 대해 "보다 더 겸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전 이사는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길 수 있다. 우리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강력한 전문가 집단이다. 의협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때 해당 전문기와 함께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의협 세종사무소 개소식

◆ "정부와 소통 끊겨…세종사무소 사실상 개점휴업"

지난 2017년 12월 16일, 당시 의협 집행부는 정부청사 이전으로 세종청사 인근에 세종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를 통해 정부부처와 유기적이고 원활한 정보교류를 통해 앞으로 발표되는 정책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했다.

실제로 의협 세종사무소는 ▲입법추진 상황에 대한 신속한 정보 파악 및 조율 ▲각종 행사(심포지엄, 세미나) 모니터링 및 분석 ▲정부 개최 주요회의 파악 및 지원(참석인사 편의제공 및 자료준비 등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와 관계 악화로 세종사무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초대 소장이었던 김 전 이사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전 이사는 "정부와의 소통을 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세종사무소는 수많은 현안을 초기 단계부터 논의하기 위해서 설립됐다. 이미 진행된 안건을 되돌기 위해서는 힘이 많이 든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세종사무소는 현재의 의협의 기능 중 상당 부분을 옮겨서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시적이고 선언적인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세한 부분을 직접 담당자와 대화해서 문제점을 찾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담당자와 얘기해 보면 엄청 공부를 많이 하고 와서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디테일에 승부가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즉 대외적으로는 대립과 반목을 하더라도 정부와 물밑에서는 계속 소통해야 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청사와 지근거리에 있는 세종사무소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전 이사는 "의사들의 의견을 시원하게 피력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건강을 위하고 회원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의협의 존립 목적이라면 어디든 쫓아가 우리의 의견을 전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21년 다가오는 의협 회장선거…화합할 수 있는 인사 출마하길"

아울러 오는 2021년 3년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에 벌써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추이를 보며 출마를 저울질해보는 인사들도 있다.

의협 전 임원 입장에서 다가오는 의협 회장 선거가 더는 반목이 아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력이 되기를 소망했다.

김 전 이사는 "한풀이가 아닌 설득하고 경청하는 의료계 지도자들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일에 모두 동참하여 대의를 모아야 한다. 겨울이 온다. 아마 이번 겨울은 유달리 추울 것 같다"며 돌아봤다.

그러면서 "코로나의 시대를 넘어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의 위상을 세우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시스템과 열의에 찬 의사들이 의학의 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의사 지역, 직역간의 갈등이 이제 세대간 갈등 양상으로 보이고 있기에,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인재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김 전 이사는 "의료계의 의견은 지역, 직역에 따라 다양하고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세대간의 갈등도 추가되어 더욱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8월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도 파업을 주도한 전공의 등 젊은의사와 기성의사들간 이견이 부각됐다. 9·4합의 과정에서도 최대집 의협 회장과 박지현 당시 대전협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전 이사는 "의협의 대표성은 실로 막중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선도하는 참신한 인물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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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 태극권같은소리하고앉았네 2020-11-25 08:26

    의사들이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는 순간 민주당이 법으로 사지를 묶을 게 뻔한걸 기자만 빼고 다 안다. 제아무리 무술의 고수라 하더라도 팔다리를 결박당한 상태에선 죽을 때까지 반항 못 하고 두들겨맞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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