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 노출 의료인 위한 고민, 사원증 아이디어의 시작"

의료인 폭언·폭행 문제 해결 위해 출시한 사원증 모양 '버즈녹음기' 의료현장 호응
오광빈 '뮨' 대표 "의료인에 안전한 근무환경 구축 목표‥적극적 방어 수단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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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보안인력 배치 및 비상벨 설치 의무화, 형사 처벌 강화 등 법과 제도 개선의 노력에도, 환자의 바로 곁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으로서는 무방비 상태로 폭언과 폭행 등에 노출된 기분이다.

이에 보건의료 스타트업 기업인 '뮨'은 근무 중인 의료진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사원증 케이스 녹음기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뮨'은 사원증 모양의 '버즈녹음기(BUZZ)'를 통해 진료실에서 의료인을 향한 폭언, 성희롱 등의 상황을 녹음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녹음 증거를 바탕으로 의료진들이 법적 대응까지 할 수 있도록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과도 협업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뮨' 오광빈 대표<사진>를 만나 어떻게 현장의 일선 의료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개발하게 됐는지 들어봤다.
 

폭언·폭행 무방비 노출된 의료인‥스스로 방어 위한 사원증 모양 '버즈녹음기'

면역력이 생긴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이뮨(Immune)에서 이름을 따온 '뮨'은 지난 2017년 3월 설립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뮨은 앞서 사용이 끝난 주사기를 자동으로 폐기해주는 기기인 '앤디(ANDY, Automatic Needle Destroyer)'를 출시해 주사기 바늘 안전사고에 노출된 의료인들에게 호응을 얻어 주목받은 바 있다.

앤디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인들의 필요와 요구를 경청한 결과 만들어진 제품으로, 실제로 앤디를 설치한 서울의료원에서는 주사바늘 분리 시간이 단축되고 주사침 찔림사고가 8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 의료인의 안전에 초점을 둔 뮨이 두 번째 제품으로 출시한 것이 바로 '버즈녹음기(BUZZ)'다.

오광빈 대표는 "뮨은 의료인의 근무환경 개선과 안전 향상을 목표로 만들어진 회사다. 사고 방지를 위해 만든 앤디가 호응을 얻은 이후, 실제 의료현장 의료인들의 니즈를 알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 목소리를 청취했다. 그 무렵 의료기관에서 폭언과 폭행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그리고 故 임세원 교수님이 진료실에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안전한 의료현장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2월 진료 도중 환자가 휘드른 칼에 찔려 운명한 故 임세원 교수 사건은, 의료진들이 얼마나 위험에 무방비 사태인지를 보여줬다.

오 대표는 "다양한 법안이나 아이디어들이 나오긴 했지만, 의료 현장의 의료진 스스로가 항상 불안을 느끼고 있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했다. 의료인을 공격적으로 만들 순 없기에 방어를 위한 차원에서 폭언 및 폭행 현장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녹음기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버즈녹음기가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일반적인 녹음기와 달리 버즈녹음기가 의료인들이 항상 패용하는 사원증 케이스 모양이라는 점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의료진이 별도로 녹음기를 소지하는 것은 어렵기에 초경량인 34g의 사원증 케이스 모양 버즈녹음기가 언제 어디서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폭언 또는 폭행 현장을 녹음할 수 있는 것이다.

오광빈 대표는 "사실 폭언 또는 폭행이 일어나는 순간은 굉장히 찰나의 순간이다. 가벼운 수준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버즈녹음기로 근거를 확보하면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의료인의 70% 이상이 폭언을 경험한 적이 있었고, 응급의료 종사자는 97%가 폭언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 환자 또는 보호자의 폭언 등에 대해 대응한 사례는 겨우 1%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소되지 않은 폭언과 폭행 문제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는데, 그때 그때 근거가 없다보니 의료진 개인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원인을 따질 것도 없이 본인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받아왔다.

이에 뮨은 공동소송플랫폼인 '화난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의료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비대면 법률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화난사람들'은 간호사 경력을 가진 의료 전문 변호사인 이경희 변호사(법무법인 지우)와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인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지우)로 하여금 본인이 대화에 참여중인 당사자일 경우, 상대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은 합법이기에 녹음 내용을 근거로 직접 의료인이 받을 수 있는 법률 구제와 소송과정을 상담하고 있다.
 

뮨의 아이디어는 제대로 적중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폭언 등에 이골이 난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버즈녹음기는 사전구매신청 물량만 3,500개가 넘었고, 공식 출시 이후 전국 217개 의료기관에서 주문된 것으로 집계됐다.

SNS를 타고 후기가 줄을 이었고, 최근에는 서울시 차원에서 공공병원에 대량 구매를, 또 병원 노조와 의국 또는 부서별로 단체 구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 뿐 아니라 정신건강센터, 사회건강센터 등 감정노동 및 직원들이 폭언 폭행에 노출된 직장에서도 직원 복지 차원에서 구매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용자들은 버즈녹음기를 패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다. 폭언과 폭행 상황에서 방패막이 생긴 기분이라는 것.

이용자들은 단순 폭언과 성희롱뿐 아니라 진료내용을 안내했는데도 못 들었다고 주장하거나 의료진의 안내 이후 말을 바꾸는 의료인 설명의무 문제, 환자의 갑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버즈녹음기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후기를 남기고 있다.

오광빈 대표는 "버즈녹음기는 소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서로 한 마디라도 조심하는 환경과 안전한 진료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뮨은 폭발적인 의료인들의 호응에 부응해 이번에는 가로형 사원증 모양 버즈녹음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우리 회사의 미션은 의료기관의 근무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데 있다. 사실 병원이라는 집단의 특성 상 환자 치료가 최우선이다 보니 근무하는 의료진의 처우나 근무환경 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료진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환자도 안전한 것이기에 계속해서 뮨의 이상을 실현해 나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교대근무가 불가피해 의료인에게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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