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워크스루 개발에 특허까지…진화하는 H+양지병원

[신년기획] 코로나 위기 속 기회로 만든 병원들①
공중전화 부스서 착안한 아이디어 현실화… 자동화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스템 매뉴얼 공유로 활용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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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기침 가래, 인후통, 호흡곤란이 있는 분은 왼편 호흡기 안심진료센터로, 발열이나 위험국가 방문 및 확진자 접촉이 있었던 사람은 오른쪽 응급실 옆 선별진료소로 가주세요."

신축년이 시작되고 첫 평일인 지난 4일에도 서울시 관악구 소재 'H+양지병원'에는 여전히 내원객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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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4일 H+양지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센터와 선별진료소 구분 입장 안내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냥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면 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입구에서부터 이처럼 환자 분류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병원은 특별한 무엇인가 있다. 바로 '워크스루' 검사를 시작한 곳이기 때문이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환자들은 밀폐된 부스 안에 들어가 빠른 시간 내 검사를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하루에 평균 약 150여 명, 최대 200명까지 검사를 받을 수 있어, 서울 서남부 지역 코로나19 확산세를 꺾는데 기여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지난해 '코로나19 검사 시스템' 진화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H+양지병원를 찾아 '워크스루'의 개발 스토리와 활용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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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출입 통제 시스템 갖춘 H+양지병원

◆ '드라이브스루' 다 좋은데 공간 부족…공중전화 부스 착안 '워크스루' 개발

지난해 1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전국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감염병 의심 환자 분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숱한 병·의원 폐쇄를 목도한 탓이다.

H+양지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회상한다. "2020년 초만 하더라도 병원 응급실 앞 컨테이너 하나를 두고 하루 8명에서 10명까지 검사해야 하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무엇보다 의료진 스스로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위험에 두려움이 컸기에 환자 진료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이는 당시 이 병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의료기관 외부 별도 공간에 선별진료소가 마련했지만, 이 공간에 모인 환자들 간 감염 우려, 그리고 검사 비효율성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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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에서 시행된 드라이브 스루

이에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의 아이디어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차를 타고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스루'가 개발돼 경북 칠곡경북대병원에 처음 적용된 뒤, 전국으로 퍼졌다.

하지만 한계점이 있었다. 병원 내 별도의 넓은 공간이 있어야 했지만, 서울 시내에 여유공간을 가진 2차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것.

H+양지병원 관계자는 "드라이브스루 개발을 소식을 들었지만, 우리 병원은 주차장 협소 등 주변환경이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차 없이 방문하는 환자들은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대안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환자와 선별진료소 의료진과 직원에게 더욱 안전하고 빠르게 많은 환자를 진료,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때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공중전화 부스였다. 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휴대폰이 상용화되기 전 시내 곳곳에 있던 부스를 떠올렸다.

김상일 병원장이 동물안전대(BSC) 에서 착안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감염비상회의에서 "공중전화박스처럼 진료검사부스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비용문제 등의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환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모이자 병원 지하에 있는 시설관리팀 작업공간에서 부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에서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더욱 위급해졌고 "더는 미루지 말고 바로 워크스루시스템을 임상에 도입하자"는 의견에 3월 10일 본격 시행을 했다.

이렇게 '공중전화 크기 부스' 내 환자가 들어간 뒤 밖에서 안전하게 의사와 간호사가 검사를 진행하고, 환자가 나가면 음압시설을 이용해 불과 몇 분 사이 공기를 바꿔버리는 '워크스루'가 탄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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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양지병원에서 개발한 워크스루

◆ X-ray 원스톱, 자동 소독 시스템 구비… 현장에서 진화하는 '워크스루'

어렵사리 마련된 워크스루의 만족도와 효용성은 컸다.

H+양지병원 호흡기 내과 민주원 전문의는 "의료진이 부스 내부를 직접 소독하고 강한 음압으로 환기까지 총 10분 정도 소요되고 기존 선별진료소보다 효율이 더 증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하게 임상현장에 투입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먼저 휠체어 환자, 앰블런스로 내원하는 환자 등 몸이 불편한 경우와 나이가 어린 유아 환자는 부스에 들어가 진료 검사를 받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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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환자 맞춤형 워크스루

따라서 상황별 워크스루를 추가로 설치하게 됐고, 진료 중 급하게 X-ray 검사를 해야 할 환자가 발생했을 때, 원내 검사실로 들어오지 않고 선별진료소 내에서 원스톱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H+양지병원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의료진과 직원들이 레벨 D를 입고 부스에 들어가 직접 부스 벽면을 꼼꼼히 소독하는 과정이 너무 위험하고 힘들어 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남아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부스 내 롤러를 장착해 부스밖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으로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소독되는 완전소독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는 부스 내부에 직원이 전혀 들어갈 필요없이 완전 자동으로 벽면을 꼼꼼하게 소독을 하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부스에 테블릿을 설치해서 검사를 위해 부스에 입장한 환자는 부스 내에 혹시 남아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최종 제거하기 위해 1분간 대기하게 되는데 이때 1분간 동영상을 보여주며 진료와 검사 과정을 설명하는 등 실제 운영을 토대로 진화했다.

또한 부스를 둘러싼 선별진료소 환경과 전체 시스템도 2020년 4월 중순부터 텐트나 컨테이너 박스를 없애고 비가 많이 오는 여름, 추운 겨울에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영구적인 건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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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양지병원에서 개발한 워크스루

◆ 새로운 검사 방식에 전 세계가 주목… 특허 등록 통해 표준화 마무리

의료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고, 환자가 전화부스에 들어가서 검사를 받는 '워크스루' 방식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H+양지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내셔널지오그래픽, 하버드비즈니스 리쥬, ABC, CNN 을 비롯해 일본 NHK, 아사히신문, 영국 BBC, 프랑스 유명주간지 르푸앙, 독일 국영방송, 중국 CGTN 등 외신 기자들이 방문해 취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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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양지병원 선별진료소 입구

특히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례적으로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게재되면서 해외의 주목도를 끌었는데, 이후 하버드의과대학교 부속병원인 MGH 의 혁신연구소에서 메일을 통해 워크스루 부스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 현지에서 8개 부스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

나아가 미네소타 소재 중독재활센터도 메이요클리닉과 함께 관련 노하우를 요청해 알렸으며, 캘리포니아 도시설계회사 Solutions 2050, 일본 설계회사 TSP 태양주식회사와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 관련 기관에도 워크스루 시스템을 공유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부산의료원, 강원대병원 등 의료기관도 관심을 보이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방문했고 운영메뉴얼 등이 공유돼 현재는 워크스루 방식을 운영하는 곳이 다수이다.

하지만 워크스루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화를 진행했으며, 2020년 8월에는 이 시스템이 특허청 K-워크스루 제1호 특허로 등록됐다.

또한 워크스루를 한 달간 운영한 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 에 발표해 많은 국내외 의료기관들이 워크스루 시스템을 적극 참고하도록 프로세스와 운영노하우 등을 공유하게 됐다.

H+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은 "워크스루 시스템 매뉴얼을 다른 병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워크스루를 비롯하여 비대면출입관리솔루션 등 다양한 방역시스템 등의 운영 노하우를 대형병원의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많은 중소병원과 지역병원들에 전파해 큰 이들에게 희망이 될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 이후 국내에 많은 결핵, 인플루엔자를 포함해서 새로운 호흡기 감염 공기와 비말을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 감염 등을 진단할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콘텐츠와 시설 보강 등으로 계속 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워크스루 외 병원 측이 개발, 운영 중인 방역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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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원스톱 감염안전예방시스템 'HOPE' 와 8월에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스피드게이트 기반의 병원 출입관리 스마트솔루션 '일사천리', 내원객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 여부 등 최대 10명까지 얼굴인식이 가능한5G 기반 'AI 방역 로봇' 등 안전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

H+양지병원의 워크스루 사례를 통해 변화와 진화는 치밀한 계획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사소한 관찰과 실천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021년에는 이런 움직임들이 의료계 곳곳에서 나와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기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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