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약국 사회적 역할 확대, 의무와 함께 지원도 필요

이호영기자 lhy37@medipana.com 2021-01-12 09:02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의약품 조제와 판매를 넘어서 약국의 사회적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현실화가 되는 모양새다.

의약분업 이후 20년이 지난 약국의 현 주소는 의약품 조제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어느새 과거 약국이 갖고 있던 접근성과 전문성이라는 장점을 잊고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해 공적마스크 제도를 통해 전국 약국이 보여준 일사분란한 공적 역할은 약국이 가진 장점을 뚜렷히 보여주며 새삼 약국을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역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약국의 접근성과 마스크 판매에 있어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중복판매를 구분하는 등 마스크 대란을 잠재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적마스크 제도 이후 약국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지킴이 역할을 부여받으며 역할 확대를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대한약사회와 경찰청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아동학대·노인학대·가정폭력 피해자와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약국이 주민들을 가까이에서 접촉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그 어느 직군보다 아동·노인학대, 가정폭력 등 범죄 징후는 물론 약물을 통한 자살 고위험군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최근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 약사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학대행위자들이 아동을 학대한 뒤, 병원 내원이 아닌 약국에서 약품을 구입해 치료하려는 성향이 크다는 이유다.

질병관리청이 약사회에 약국 내방자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하도록 협조를 요청한 부분도 비슷한 맥락이다.

무증상 및 경증환자가 해열제 및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조기발견에 가장 실효적인 기관이 약국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이어지며 사회가 약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되고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약국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약국이 가진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사회 안전 지킴이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의무만 부여하기 보다 현실적인 지원방안 역시 고민해야 한다.

약사들이 공적마스크 제도를 통해 마스크 대란을 잠재운 영웅이 됐지만 결국 '약국주인'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인식으로 상처를 받았고 면세법안 불발로 허탈함만 불러온 사례를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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