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에 22일간 '노보세븐' 처방‥ 法, 삭감 '부당'

심평원 "발치 전후 노보세븐 처방에도 증상 지속됐다면 훼이바 등 다른 약제 썼어야"
병원 "노보세븐 처방으로 증상 완화… 약제 변경으로 인한 위험 감수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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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혈우병 환자의 발치 과정에서 지혈 및 통증 완화를 위해 '노보세븐'을 22일 동안 투여한 병원이 심평원으로부터 6억원 대 요양급여 삭감 처분을 받은 사건이 법원에 의해 뒤집어 졌다.

해당 환자에게 노보세븐 투여가 효과가 없었음에도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약물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투여했다며 삭감 대상이라는 심평원의 판단에 대해, 법원은 병원 의료진들의 처방이 적절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A대학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급여비용 조정처분 취소청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심평원이 A대학병원에게 한 6억2천여만 원의 요양급여비용 감액조정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지난 2011년 9월경 경 6세에 혈우병 A형 진단을 받고, 이후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발생해 일찍이 A대학병원 종양혈액내과에 내원해 치료를 받던 B씨가 잇몸 안쪽의 이상을 호소하며 A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B씨의 상태를 보고 17번 치아와 47번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혈우병 A형은 선천적으로 8번 혈액응고인자를 만들지 못하는 유전적 결함으로 초래되는 출혈성 질환으로, 혈액응고가 되지 않아 전신 어디에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관절과 근육에 잘 발생하고, 적절한 출혈예방조치가 준비되지 않은 발치나 수술 시 대량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고항체 환자의 출혈을 막기 위해서는 가급적 우회인자 투여가 권유되는데, 여기에는 주로 훼이바와 노보세븐이 사용되며, 치료제가 대부분 고가인 관계로 치료자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A병원은 B씨의 출혈 경향을 조절하기 위해 발치 이틀 전인 2011년 9월 27일부터 2~3시간 간격으로 노보세븐을 투여하기로 했는데, 발치가 이뤄진 9월 29일에도 B씨의 잇몸 부위에 혈종이 나타났고, 과거부터 지속된 왼쪽 팔꿈치 관절 부위 통증이 더욱 심해지면서 A병원 의료진을 2011년 10월 18일까지 B씨에게 노보세븐을 주기적으로 투여했다.

A병원의 치료를 통해 B씨는 증상이 완화됐고, 결국 10월 21일에는 출혈 소견 없이 퇴원하게 됐다.
 
하지만 심평원은 A병원이 발치 전 노보세븐을 2시간 간격으로 연속 투여했음에도 B씨의 잇몸 출혈이 악화되고 팔꿈치 통증, 손목 배굴 불가 등의 증상이 계속된 점에 비춰 해당 제제가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 발치 수술 전 출혈 제어를 위해 투여한 2일분과 발치 후 유지요법으로 투여한 2일분을 합한 총 4일분에 대해서만 적합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C씨에게 노보세븐을 지속적으로 투여해도 지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활성화프로트롬빈농축제제(aPCC, 이하 '훼이바') 등 다른 치료 약제로 변경하거나 외과적으로 국소 지혈에 좀 더 노력하는 등 다른 치료방법을 시도했어야 했다고 A병원의 지속적인 노보세븐 처방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결국 A대학병원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중 적합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나머지 투여 부분 6억2천여만 원을 감액 조정하는 처분을 내렸다.

A대학병원은 이에 불복해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기각했고, 결국 행정법원에 보험급여비용 조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대학병원 측은 환자 혈우병 환자인 B씨에게 발치 전후로 노보세븐을 지속적으로 투여한 결과 그 효과가 나타나 B씨가 퇴원할 수 있었으며, B씨가 과거 훼이바를 투여받았을 때 증상의 호전이 없었는데 노보세븐을 투여해 증상이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설령 B씨에 대한 노보세븐 투여 행위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B씨에 대한 노보세븐 투여 조치는 의학적으로 타당한 점, 이 처분으로 혈우병 의료기관이 경제적 손실을 부담하게 됨에 따라 혈우병 환자 치료를 포기하게 돼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점 등을 호소했다.

고항체 환자로서 출혈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약제인 훼이바와 노보세븐의 치료 효과는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약 30%의 환자에서는 둘 중 어느 한 가지가 다른 것보다 우월한 치료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제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약제를 선택함에 있어 환자의 지혈 반응 과거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촉탁의들의 소견이다.

재판부는 B씨의 경우 과거 훼이바 투여 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다가 노보세븐 투여로 증상이 완화됐던 이력이 있었으므로, A병원이 B씨의 과거력을 고려해 발치 시 출혈 예방을 위해 노보세븐을 투여한 행위는 요양급여 지급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C씨는 2011년 9월 29일 발치 후 2011년 10월 4일경 출혈이 완전히 멎지는 않았으나 호전됐다고 평가됐고, 이에 병원은 10월 4일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노보세븐 투여 횟수를 일 12회에서 9회, 6회, 4회로 줄여 투여량을 감량했다.

다만, 완전히 지혈이 되지 않아 약제를 감량하지 못하던 중 다시 발치 부위 발적과 통증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 기간 내 노보세븐 투여 행위는 완전한 치혈 효과는 아니었으나 환자의 증상이 완화됐으므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단순히 훼이바로 약제를 교체하지 않은 채 약물 용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는 출혈이 계속되는 경우 1~2일 내에 효과를 측정해 다른 약제로 변경하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판단했으나,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B씨가 노보세븐 투여로 인해 증상이 악화된 상태가 아니었고, 환자에 따라 변이가 심하고 13~14일까지 지혈이 지연되기도 해 약제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판부는 호전을 보이다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는 원인은 약제 외에도 자연출혈의 재발생, 상처 악화 등 다양하므로 약제를 변경할지 여부는 환자의 증상 관찰과 임상가의 판단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B씨는 지혈이 되지 않을 경우 대량 출혈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해당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를 요구할 정도로 통증을 자주 심하게 하소하고 있어 의료진으로서는 약제 변경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훼이바로 변경하더라도 그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과거 훼이바 투여 후 오히려 통증이 심한 경우가 많아져 노보세븐을 유지한 것은 의료진의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존중할 만 하다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A대학병원의 항소를 받아들여, 심평원의 보험급여비용 조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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