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만 있다면 모든 암에 사용 가능
'암종 불문 항암제'가 가져온 기회와 과제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 불구 신약 급여 정책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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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이제는 암종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특정 유전자만 있다면 모든 암에서 사용 가능한 '암종 불문 항암제(tumor-agnostic therapy)'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암종 불문 치료제는 종양이 발생한 신체적 위치가 아닌 바이오마커 기반의 암 치료법으로, NGS 검사 기술의 발달로 인해 최근 새롭게 등장한 치료법이다. 유전체 검사를 통해 확인된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제(Biomarker Guided Drug)으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로슈의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과 바이엘의 '비트락비(라로트렉티닙)'가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모든 고형암 환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상태다.
 
'암종 불문 항암제'는 환자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PHC) 및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산물로 여겨지고 있다.
 
◆ '암종 불문 항암제'가 가져온 기회
 
로즐리트렉과 비트락비는 NTRK(neurotrophic tyrosine receptor kinase)를 바이오마커로 접근했다.
 
NTRK 유전자 융합은 다른 유전자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종양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TRK 유전자 융합은 25종 이상의 다양한 암종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암종 불문(tumoragnostic) 유전자이며, 암종에 따라 발현율은 다르지만 모든 고형암종의 1% 내외에서 발견된다.
 
TRK 억제제는 이 NTRK 유전자가 있는 암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암성장 신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TRK 유전자 융합을 가진 고형암 환자의 연령이나 암종에 관계 없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반응률을 보였다.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고형암 및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하는 경구용 항암제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신경영양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성인 및 만 12세 이상 소아의 고형암 치료에 허가 받았다.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 양성이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육종,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 10여가지 유형의 암종에서 일관성 있는 반응률을 보였다. 또한 로즐리트렉의 반응은 CNS 전이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로즐리트렉은 3개의 글로벌 오픈라벨 단일군(Single-arm) ALKA-372-001(Phase 1) / STARTRK-1(Phase 1) / STARTRK-2(Phase 2) 임상연구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NTRK 융합 양성 종양을 가진 성인 환자 74명 환자 대부분은 이전에 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 치료 경험이 있었으며, (연구자 평가 기준) 기저 시점에서 임상 참여환자의 약 26%가 CNS 전이로 확인됐다.
 
로즐리트렉은 NTRK 융합 양성인 고형암 환자에서 63.5%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나타냈으며, 다양한 암종에서 치료에 대한 반응지속기간(DoR)은 12.9개월이었다.
 
2차 평가지표와 관련해 로즐리트렉은 NTRK 유전자 융합 양성인 고형암 환자에서 약 2년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을 보였으며, 로즐리트렉 복용 환자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1.2개월이었다.
 
로즐리트렉은 표적을 CNS에 노출돼 표적을 억제하고 종양 수축을 달성함으로써 뇌 암 및 뇌 전이를 예방하는 뇌 보호(brain protection) 효과를 보였다.
 
로즐리트렉은 CNS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62.5%, CNS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63.8%의 객관적 반응률을 나타내 중추신경계 전이의 유무에 상관없이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CNS 전이가 있는 환자군의 두개 내 반응률(IC ORR)은 50%이었다.
 
비트락비는 성인 및 소아 NTRK 유전자 융합 진행성 고형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8세 이상 성인 대상의 1상 시험 ▲성인 및 12세 이상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NAVIGATE 2상 시험 ▲원발성 CNS 종양까지 포함한 생후 1개월-21세까지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SCOUT 1/2상 시험 등이다.
 
3가지 임상연구로부터 NTRK 유전자 융합이 확인된 총 55명의 유효성 평가에 따르면, 비트락비는 다양한 암종(연부조직육종, 영아 섬유육종, 침샘암, 갑상샘암, 폐암, 흑색종, 결장암, 위장관기질종양, 담관암, 충수암, 유방암 및 췌장암 등)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75%와 부분 반응률(PR) 53%를 달성했다.
 
◆ 풀어야 할 과제
 
'암종 불문 항암제'의 개발은 치료 패러다임을 다시 써낼 정도로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급여'다.
 
의료계 관계자는 "특정 NTRK 유전자 융합 희귀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치료 대안이 생겼다. 신속 급여는 암종 불문 항암제 시대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내 급여 체계는 '경제성 평가'를 우선으로 삼고 있어 혁신 신약은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그동안 신규 기전의 약물이 도입된 뒤, 이를 평가하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 '급여'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NTRK 변이 환자에게는 표준 치료법이 없다. 다시 말해 이들 신약은 '비교 대상군'이 없는 셈이다. 이에 다른 항암제와의 비교로 어느정도 치료 혜택이 있는지 가늠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국내 급여 체계는 '암종'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암종 불문 항암제'는 유방, 간, 전립선 등과 같이 종양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에 근거한 일반적인 치료법과는 다르다.
 
맞춤의료, 정밀의료의 흐름은 이제 피할 수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모든 암종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제의 새로운 급여 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에 신약에 맞는 급여 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전자 변이 하나만으로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FDA, EMA, EUnetHTA 등 선진국 등록/평가 기관은 유병률이 낮아 현실적으로 대규모 임상 시행이 어려운 희귀 유전자 변이 암환자의 현실을 직시했다. 이들 기관은 낮은 치료 접근성을 고려해 단일군(Single-arm), 바스킷 임상(Basket trial)을 암종 불문 치료제 기술 평가의 적합한 근거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로즐리트렉, 비트락비와 같은 신약을 통해 창출될 사회·경제적 가치의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현재 의사들은 TRK 억제제의 급여 적용으로 NTRK 유전자 융합 희귀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환자의 국내 유병률은 약 0.3%로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모든 고형암을 대상으로 급여 적용해도 사례가 많지 않다. 따라서 건보 재정 영향성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향후 3~5년 내 다수의 암종 불문 항암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항암제의 새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는 국내 급여 정책 적용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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