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입증 안 됐지만, '불성실한 진료' 책임…法 "위자료 지급"

국민건강검진 결과 '만성신장질환 4기' 환자, 안내 못받은 채로 방치
5기로 질환 발전한 데 대한 '인과관계' 명확하지 않지만…"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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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의료과실에 대한 입증은 의료진의 진단 및 시술 과정에서 의료과실과 환자의 좋지 않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백하게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건강검진 결과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의료기관의 행태가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라는 이유로 위자료를 인정한 판례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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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의료법학회지에 '2020년 주요 의료판결 분석'(박노민, 정혜승, 박태신, 유현정, 이정민, 조우선)에 대한 논문에서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이 건강검진 결과를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사건이 재조명됐다.


의료진들의 의료 행위가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일으킨 '의료과실'이 아님에도, 단순히 건강검진 결과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의료기관의 행태가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불성실하게 진료를 한 경우'라며 환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흔치 않은 판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은 다음과 같다. 환자 A씨는 지난 2015년 4월 17일경 B영상의학과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당시 A씨의 상태는 만성신장질환 4기에 해당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B영상의학과에서 작성한 건강검진결과 통보서에는 종합소견으로 '정상B, 일반질환 의심'이라고 기재돼 있고, 그 아래 '소변 검사상 단백뇨 소견 보이므로 재검 요합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그 후 A씨는 2015년 5월 11일 C내과에 내원해 B영상의학과에서 받은 건강검진결과지를 보여주었고, C내과 의료진은 A씨에 대한 소변검사를 시행해 단백뇨가 검출됐음에도 신장질환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2016년 1월 18일까지 고지혈증, 빈혈에 대해서만 치료를 진행했다.


한편, A씨는 2015년 6월 23일 D의원에 내원해 2015년 건강검진결과가 정상이라고 진술했고, 경추디스크 초기증상을 진단받았다.


A씨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었던 D의원은 중증신장애 환자에게 금기시 되는 클란자정, 트라몰정, 뉴마탈정 등을 처방했고, 장기간 복용하는 동안 신장 기능에 대한 별도의 검사조차 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6년 1월 18일, C내과에 내원해 자신이 무릎관절약을 복용 중인데 몸이 붓는 증상이 있다고 호소했고, 의사는 혈액검사를 해 혈청크레아티닌, 혈색소 수치 이상소견을 발견, A씨를 상급병원으로 이송했다.


원심 신체감정일 당시 원고는 만성신장질환 5기로 상태였다.


원심은 B영상의학과에서 건강검진 당시 A씨가 단백뇨까지 검출된 망성신장질환 4기에 해당했으므로 비록 해당 검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위탁에 의한 통상적인 건강검진이라고 하더라도 질환의 심각성에 비추어 반드시 해당 질환을 일반인의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도록 고지할 필요가 있고, 종합소견란에 그에 관한 진단이나 추가검사의 필요성을 간략하게나마 기재할 필요가 있었다며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의 고지혈증을 장기간 진료한 C내과에 대해서도, A씨의 건강검진 결과상 단백뇨 소견을 확인했고, 직접 시행한 소견 검사에서도 단백뇨가 검출돼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A씨의 신장 질환을 의심해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었다.


원심 재판부는 두 의원에 대해 "각각 의사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의료와 진단상의 의무를 현저히 불성실하게 위반한 것으로 그 정도가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로 B영상의학과 1,000만원, C내과 2,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A씨가 B영상의학과에서 검진을 받을 당시의 상태가 이미 만성신장질환 4기에 해당하는 상태였으므로 곧바로 치료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비가역적 질환인 만성신장질환을 회복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A씨의 상태가 자연적인 병의 진행 경과에 비해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고들의 과실과 A씨의 신장상태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정하고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에 대한 위자료 지급만을 인정했다.


한편, D의원에 대해서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은 있으나, A씨가 건강검진결과가 '정상'이라고 말한 만큼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으로 평가될 정도는 아니라며 위자료 지급의무를 부정했다.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불성실한 의료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의료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예외적으로 의료진의 ‘불성실한 진료행위’와 좋지 않은 결과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해도 불성실한 의료 행위 자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 의무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대법원은 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에 이른 경우라면 그 자체로서 불법행위이므로, 환자나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른바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여 불법 이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흔히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상판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위탁에 의해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건강검진이라 하더라도 질환의 심각성과 국민 건강검진의 목적 적에 비추어 환자가 일반인의 관점에서 검진 결과상의 이상소견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피고 병원들은 해당 원심 판결에 상고해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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