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거부' 하는 의료기관 없어…"수용 곤란 대책은?"

고질적인 응급실 과밀화, 환자 협조 없이는 해결 불가…경증환자 전원 시 민원 폭발 '우려'
이송 전에 응급환자 정보 줘야 수용가능성 판단…"응급실 이용문화, 대국민 인식 개선 필요"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지 못하게 명문화하고, 수용곤란의 사유를 구급차와 응급의료기관까지 통보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용할 응급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례의 재발방지대책이라는 주장과 달리 경증환자들의 잦은 응급실 방문으로 인한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는 혼란만 발생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6.jpg


지난 2일 오후 8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환자단체와 의료계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최종 통과됐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날 국회는 강선우, 김성주, 도종완, 송옥주, 조명희, 최혜영, 허종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7건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대안을 재석의원 207인 중 찬성 206인, 기권 1인으로 가결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법안의 내용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응급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경증 응급환자를 다른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게 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용능력이 없다고 통보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에서는 제48조의 2(수용능력 확인 등)의 규정을 통해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응급환자의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응급의료지원센터를 통하여 구급차 등의 운용자에게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응급의료기관의 장은'이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을 요청받은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으며'로 수정되고,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응급의료지원센터를 통하여 구급차 등의 운용자에게 지체 없이’ 조항이 ‘제2조 제7호의 응급의료기관 등에 지체 없이 관련 내용을'으로 개정됐다.


대한응급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등의 우려에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계는 응급실 이용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앞서 대한응급의학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환자를 수용하기 곤란한 상황은 명문화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으며, 일반적으로 환자를 수용할 공간, 필요한 의료장비, 의료진의 구비와 이송 시기의 시간이라는 4가지 요소 중 1가지라도 미비한 경우 환자를 수용하기 곤란한 상황이 된다"며 "이와 같이 다양한 요인에 대한 논의 없이 법으로 수용곤란에 대해 규정할 경우 오히려 법적분쟁이 증가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 사업으로 '응급환자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마련'이라는 여러 요소를 고려한 연구과제가 진행 중이기에 해당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후에 법안이 발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응급의료기관에서 어떠한 사유로 수용이 곤란한지와 같은 수용거부 사례와 건수 등의 조사를 선행하고, 그 근거로 현실성 있는 최소한의 기준 마련 후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등으로 최대한 유연성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응급환자의 진료 요청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용요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경우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매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반영하여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을 고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응급의학회는 환자 수용 가능성 판단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환자를 무조건 받을 경우, 오히려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가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점도 우려했다.


따라서 "응급환자 불수용으로 인한 문제 발생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자가 적절한 절차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의료기관에서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였는지와 의료기관에서 정당한 사유에 따라 수용을 거부하였는지 구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다른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는 적용대상에 대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협회는 "중증도 분류결과 4등급(경증응급환자) 및 5등급(비응급환자)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나, 개정안에서 '경증 및 비응급에 해당하는 응급환자'로 규정함에 따라 5등급(비응급환자)도 응급환자로 적용해야 하는지 등 현장에서 이송할 환자를 정함에 있어 개념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응급의료현장의 혼란 최소화를 위하여 현행 이송규정을 적극 감안하고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이송의 타당성 및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명확하고 현실에 맞는 이송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내원한 환자를 '경증환자 및 비응급환자'로 판단하여 다시 다른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이송하는 것은 응급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민원이 발생할 수 있으며, 행정적·시간상으로 많은 부담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응급실 이용문화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과 함께 병원전단계(구급단계)에서 적절한 응급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해당 법안에 우려를 표하며 "응급 환자를 받고 싶지 않은 병원은 없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대학병원 응급실 환자 쏠림이 심각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환자 수용을 어렵게 하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나아가 "의료기관이 응급환자의 '수용 곤란'을 결정할 때 응급환자의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같은 응급환자라 하더라도 우리 병원에 있는 전문의가 커버할 수 있는 환자인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응급환자의 수용 가능성 유무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병원 전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병원 전 K-TAS가 먼저 시행돼야 한다"며 "이송 중에 환자 상태를 어느정도 판단해서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정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택시 및 사설 구급차 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며 "경증환자들이 병원의 안내를 잘 받아들이고, 스스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안 통과 소식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19구급차로 이송중인 당시 5살 (고)김동희 어린이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수용거부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2년 만에 얻은 결실"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환연 역시 응급의학회의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된 응급환자 수용 불가능 통보 기준 설정에 있어서 의료계, 전문학회, 소방청, 보건복지부 등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 합리적인 기준이 만들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2021메디파나뉴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대한민국 의약뉴스의 중심' 메디파나뉴스
관련기사 보기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카카오스토리 이메일 기사목록 인쇄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메디파나 클릭 기사
  1. 1 [현장] 코로나 전담 3년차, 인력‧지원부족에도 자리 지켰다
  2. 2 셀리드·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개발 코로나 백신 속도전
  3. 3 [현장] 의료진 대거 사직…거점병원 역할분담 필요
  4. 4 백신 피해 보상, '인과성' 놓고…국회vs정부 '이견'
  5. 5 의원급 재택치료 더딘 이유 "보건소 업무부담 때문"
  6. 6 병원계 메타버스 바람…의료메타버스 연구회 발족
  7. 7 '척추MRI' 3월부터 건보 확대… 환자부담금 '10만원'대로
  8. 8 '비줄타점안액·스킬라렌장용정' 내달부터 신규 등재
  9. 9 유한양행, 올해 분기 매출 5,000억 달성 예고 주목
  10. 10 3상 젬백스 GV1001, 약심 긍정 평가‥다른 약물 없어
독자들이 남긴 뉴스댓글
포토
블로그
등록번호 : 서울아 00156 등록일자 : 2006.01.04 제호 : 메디파나뉴스 발행인 : 조현철 발행일자 : 2006.03.02 편집인:김재열 청소년보호책임자:최봉선
(07207)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1가길 19, B동 513호(양평동 5가 우림라이온스벨리) TEL:02)2068-4068 FAX:02)2068-4069
Copyright⒞ 2005 Medipan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