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 바뀌는 방역정책 혼란 속 현장 지킨 의료계
2021년 전 세계 화두는 여전히 '코로나19'이다. 과거형이 되길 바랐던 이 바이러스가 2년째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백신 개발 및 도입으로 올해는 코로나와 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은 커졌고,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역정책 속에 의료계는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의료 현장을 굳건히 지켰다.
국내에선 2월부터 의료기관 종사자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돼 '집단면역'을 향해 달려갔고 일일확진자 1,000명의 3차 대유행도 잦아드는 추세였다.
비록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얀센 등 코로나 백신 부작용 관련해 논란이 있었지만, 의료체계가 마비될 정도로 확진자가 쏟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도 진화했다. 올해 7월부터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국내 상륙하면서 일일확진자가 2,000명에서 3,000명에 달하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방역 완화' 카드를 만졌다. 또한, 1년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성이 떨어지자 고민에 빠졌다.
전국민 백신 2차 접종률이 80%에 달하자 정부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즉 '위드 코로나'로 방역을 완화했다. 결과론적으로 이 같은 결정이 제5차 대유행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평균 일일확진자는 이제 7,000여 명을 상회하자 위·중증 환자에 대한 민간 및 공공 병원들의 환자 수용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대형병원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생명의 분초를 다투는 환자가 들어가지 못하고, 중환자실이 꽉 차 이젠 중환자 병상도 입·퇴실 기준을 마련해 회전율을 높여야 한 판국이다.
게다가 약 2년간 방역현장에서 이미 번 아웃 상태인 의료진은 절망에 빠진 상황.
의료계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역지침과 한발 늦은 백신접종, 대책 없이 시작한 '위드코로나'에 불만을 토로하며 "갈팡질팡 하지 말고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철회하고 '사적모인 4인, 21시까지 영업' 등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회귀를 발표해 출발점 위에 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인들은 남은 힘을 짜 현장을 지키며 코로나와 싸우고, 의사단체는 코로나 종식을 위해 전문가 시각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확진자 감소로 이어져야 과부하 걸린 의료체계가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醫·韓·齒수장 교체, 보건의료계 새로운 바람 부나?
2021년에도 일부 보건의료단체장들 얼굴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예년과는 다르다.
바로 지방의대 출신 첫 의협 회장, 비수도권 출신 첫 치협 회장이 나왔으며, 현 회장 재선을 누른 도전자가 승리한 것.
이를 통해 각 단체 회원들은 기득권보다는 새로운 변화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쟁'을 앞세워 전례 없던 대규모 의사 총파업을 감행한 최대집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인물은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이필수 회장이었다.
임기 초부터 우파 성향을 숨기지 않았던 최대집 회장은 회장 퇴임 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하며 '박근혜 대통령 석방 운동'에 나서는 등 정치적으로 다소 편향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6명의 후보가 나온 제41대 회장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운 이필수 회장은 1차투표 에서 2위, 결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의협 회장에 당선됐다.
이전 집행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한 이필수 회장의 당선에 '변화'에 회원들의 염원이 투영됐다는 분석 속에 이 회장의 당선과 관련한 또 한 가지 이슈는 의협의 첫 지방의대 출신 회장이라는 점이었다.
그간 서울의대, 고려의대,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등 '빅4' 의대 출신이 주를 이었던 의협 회장에 전남의대 출신의 이필수 회장이 당선된 것.
학연, 지연 등에서 벗어나 위기의 의료계를 구할 최적의 인물을 선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진 가운데, 당선 이후 첫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이필수 회장은 산적한 의료 현안에서 의사들이 요구하는 정치적 중립에 서서 '실리주의' 외교를 적절히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치과계 수장 임기는 2023년 4월까지로 올해 예정된 선거는 없었다. 하지만 회장이 갑자기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끝에 보궐선거에서 새로운 회장이 뽑혔다.
지난 7월 19일, 제 31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에 기호 3번 박태근 후보가 총 6,490표(58.1%)를 기록해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는 이상훈 치협 회장이 지난 5월 대의원총회에서 노조협상 따른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사퇴하면서 진행됐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치협은 당황했지만 즉각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됐고, 회장 한명을 뽑는 원포인트 선거에 3명의 후보가 나와 박태근 회장이 당선된 것이다.
특히 박태근 회장은 부산치대 출신으로 비수도권 인사가 처음으로 치협 회장에 당선돼 주목을 끌었다.
한의계는 재임을 조리던 ‘최혁용’ 후보를 뒤로하고 홍주의 후보가 제44대 신임 회장 자리에 올랐다. '홍주의‧황병천' 후보는 14,736표 중 9,867표를 획득, 66.9%의 지지율을 얻었다.(최혁용‧방대건 후보 33.1%)
홍주의 회장 당선인은 1969년생으로 연세대 생화학과와 가천대 한의대를 졸업했으며, 서울특별시한의사회 지부 대의원과 재무/정보통신 이사,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및 부회장을 역임하고 선거 직전까지 서울특별시한의사회장(32대, 33대)으로 활동했다.
홍주의 회장은 대표적 공약으로 ‘첩약 급여화 전면 재협상’을 내세워 주목받았고 전집행부에 이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 ICT‧TEBS, 약침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한의 난임 치료 사업의 전국적 확대 ▲한의치매관리 사업 관련 한의계 역할 강화 ▲K-medicine으로 대표되는 한의약의 세계화 사업 추진 ▲4차 산업의 흐름에 맞는 한의약 정보화 사업 실행 ▲공공의료분야 한의계 참여 확대 등을 약속했다.
3. 대리수술 논란에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일사천리로 국회 '통과'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지난 8월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CCTV 설치 준비 등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면서, 오는 2023년 9월 25일부터는 예외 없이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수술실 CCTV 법은 지난 2016년 대리수술로 인한 사망 사건 이후 수술실 내 불법시술, 대리수술, 성추행 등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에서 제안한 대책이다.
올해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된 원인은, 잇따라 터진 '대리수술' 사건의 영향이 컸다. 지난 5월, 인천 소재 척추전문병원 수술실에서 의사가 아닌 병원 관계자들이 수술과 봉합을 행하는 등 무자격자들의 대리수술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형성돼 버린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로 대규모 반대 시위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 직역, 학회, 의사회의 반대 성명서, 국회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수술실 CCTV 법이 통과될 경우 ▲방어적 의료행위에 대한 우려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외과 기피 현상의 심화 ▲의료 현장의 신뢰 붕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을 '민생 법안'으로 정해 통과를 밀어 붙이면서, 의료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혀버렸다.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전 회원 총궐기 투쟁, 백신 접종 포기 투쟁 등 과격한 투쟁 필요성마저 제기됐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의료계는 향후 대응 로드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의료계의 노력으로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또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른 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수련 등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및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들이 수술실 CCTV 녹화를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이 담기면서 의료계는 유예 기간 2년 동안 복지부 하위법령 제정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4. 보건의료 총파업 결실 '노정합의'…예산 3조원 추가 이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국민을 지키던 보건의료인력을 위해 약 5만6000여명의 대규모 총파업을 불사, 결국 보건복지부와 합의를 극적으로 타결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의 노정 실무협의는 총파업 날인 9월 2일 새벽 총 13차례 교섭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보건의료노조가 협의한 5개 핵심 과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기준 마련 및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마련하는 공공의료 확충 세부 계획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교육 전담 간호사 확대 ▲야간 간호료 확대 등이었다.
또한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수(ratios) 제도화 ▲2026년까지 300병상 이상 급성기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전면 확대 시행 ▲교육전담간호사제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 ▲2022년 1월부터 야간간호료와 야간전담간호관리료를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 ▲예측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시행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제도개선 ▲헌혈의 집 토요일ㆍ공휴일 근무 2시간 단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이에 대해 의료계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9.2 노정합의 내용 속 공공의료 강화, 의사인력 증원 등이 지난해 9월 4일 의-정간 합의에 따른 의정협의에서 논의할 사항임에도 정부가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공수표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즉, 아직까지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사 없는 보건의료노조와의 합의에 '의정협의'의 진행이 포함되고, 여당이 강행하려고 하는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보건의료노조의 '정치적 거래'라는 반발이다.
그럼에도 보건의료노조는 꿋꿋이 정부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국회 앞 집중투쟁에 돌입했고 구체적인 이행 예산 증액과 공공의료 강화 3법 제정을 위해 나순자 위원장과 이선희 부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607조 7,000억 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예산안에는 지난 9월 2일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노정 합의문에 담긴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 약 1,438억 원도 포함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예산 확보를 바탕으로 정부가 합의 이행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도 일부 미반영된 예산들은 대선 후보들과 정책협약식 등을 통해 차기 정부에서 맨 먼저 추경을 통해 추가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5.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설립 가속화, 의료계 내 우려시각도
"첨단의료시대, 규모 경쟁은 끝났다." 21세기 들어 병원계에서는 이런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19년 이대서울병원, 은평성모병원에 이어 지난해 용인세브란스 올해 의정부 을지대병원까지 수도권에 1,000병상에 가까운 대형병원들이 문을 열고 있다.
'대마불사' 그야말로 규모의 경제의 논리가 병원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기세를 이어받아 대형병원들은 올해에도 수도권 내 분원 설립 사업에 적극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했다. 따라서 향후 1,000병상 가까운 대형병원 분원들이 계속 들어설 예정이다.
먼저 올해 3월 서울시 송파구 소재 위례신도시 공모사업 결과, 길병원이 웃었다. '위례신도시 의료복합타운' 조성 사업에 따라 약 1,200병상의 '위례 길병원'이 들어선다.
뒤를 이어 7월,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사업 우선협상자에 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약 500병상의 '청라 아산병원'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8월 수도권 동쪽에 위치한 경기도 하남시의 H2프로젝트에는 '명지병원'이 속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800병상의 병원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어 8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김포시 풍무 인하대병원 설립계획도 구체화되면서 2024년 착공이 예상돼 있다.
이외에도 오는 2022년 개원을 눈앞에 앞둔 600병상 규모의 광명 중앙대병원, 2026년 문을 열 예정인 800병상의 송도세브란스병원, 2027년 오픈 예정인 800병상의 배곧 서울대병원까지 사업이 구체화되어 있는 상황.
끝으로 경기도 평택 아주대의료원, 경기도 안산에 한양대의료원 건립 관련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병원들 수도권 '깃발 꼽기'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우려가 크다. 왜냐하면, 수도권 대학병원이 블랙홀처럼 지방환자를 빨아들이게 돼 의료비 급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 간 무한경쟁 속에 규모가 작은 개원가는 몰락하고 의료전달체계 쏠림 현상 가속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형병원 분원 러시 사태' 지역민들은 환영하고 반기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체계가 망가지진 않을지, 향후 전문가들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6. 코로나19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의료계 찬반 속 법제화 '속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전 사회에 '비대면' 일명 '언택트'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의료 시스템에도 물 흐르듯 '비대면 진료'가 도입됐다.
코로나 확진으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재택치료, 생활치료센터 환자는 물론,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우려가 큰 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2월 24일부터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단기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코로나19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비대면 진료는 올해에도 계속됐고, 올해 8월 말까지 비대면 진료 건수는 총 2,647,967건으로 총 1,318,58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원격의료'에 학을 떼던 의료계 역시 환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료기관 역시 11,687개소로 전체 의료기관의 16.5%를 차지했다.
올해 11월 백신 접종률이 70%를 돌파하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중단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으나, 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며 '비대면 진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위기 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는 아예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각각 원격의료의 범주를 확장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비대면 협진'과 '비대면 진료' 조항을 새로 추가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무조건 '반대'가 주류를 이뤘던 의료계 내부에서도 연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등 변화가 감지되는 속에,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7. 올해도 이어진 진단키트 열풍…수출 뻗어가는 K-진단기술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K-방역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그 중에서도 국내 체외진단분야 의료기기가 기술력을 입증함에 따라 괄목할만한 보건산업 수출 확대를 이뤘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및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잠시 주춤했던 수출 증가세도 델타,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다시금 ‘상승’ 반열에 올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1년 보건산업 주요 수출 성과 및 2022년 수출 전망’에 따르면 올해 보건산업 수출은 전년보다 15.6% 증가한 251억달러(잠정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액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 진단키트의 발빠른 긴급사용승인으로 한국과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진단제품은 EU(2.5%→15.8%)와 ASEAN(3.8%→11.3%)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료기기 주력 수출 품목으로 올라섰다.
체외진단용 시약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다. 올해 유럽지역 내 저가의 중국산제품이 대량 유입돼 수출 성장이 주춤했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 대상국도 넓어져 예년에 비해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시장이 아님을 보여줬다.
또한 12월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춤했던 진단키트 수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왔다.
지난달 면역진단키트 수출액은 3억6664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0월 2억1226만달러 대비 72.7% 증가했다. 분자진단시약도 덩달아 수출이 증가했다. 수출액은 지난달 8976만달러를 기록해 전월 6326만달러 대비 41.7% 올랐다. 이는 올해 최대 규모였던 1월 9259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외진단기기 업계는 시시각각 나타나는 변이바이러스에 대비해 재빠른 진단 범위 확대를 입증하는 반면, '코로나' 기업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다른 질환 혹은 동물 진단키트 등 새로운 분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8. 의료계 뇌관 'PA' 수면 위로…전문간호사·진료지원인력 제도화 시도
모두가 알지만, 말할 수 없었던 병원의 '유령', 'PA(Physicians Assistant)'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문제가 됐지만, 애써 외면해오던 병원 내 다양한 이름의 PA에 대해 병원계가 스스로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등으로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병원 내 PA의 숫자는 늘어나는데, 병원 내 대리수술이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의료 현장의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이 원인이 됐다.
특히 서울대병원이 총대를 메고 그간 암암리에 운영해왔던 진료지원인력, PA의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로 변경하고 소속을 간호본부에서 진료과로 바꿔 그 역할과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PA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에 정부는 전문간호사의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전문간호사를 합법적인 진료지원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가 위임할 수 있는 의료행위 범위를 정해 진료지원인력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전문간호사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 "의료체계의 근간을 붕괴시키고 직역간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보건복지부 앞 릴레이 시위를 통해 대한간호협회와 갈등했다.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 간호계, 병원계와 지속 소통하며 내년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타당성 검증'을 실시할 계획을 밝혀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9. 70년 숙원 간호법, 국회 논의 올랐지만 결국 '또' 보류
70여년의 숙원을 담은 간호법이 올해 정식으로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또 '보류'로 남게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 여야 3당이 지난 3월 각각 발의한 '간호법안'과 '간호‧조산법안'이 11월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 상정돼 심의했다.
간호법 제정은 지난 1970년대부터 시작돼 100만 대국민 서명운동, 간호정책 선포식 등을 통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역대 국회에서 3차례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본격 심의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의 희생이 언론을 통해 주목됐고, 보건의료노조의 노정합의와 같이 간호사 인력부족 및 업무과중을 문제로 한 여러 이슈들이 부각되면서 간호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진 것이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특정 직종 관련 입장을 표명하거나 집회를 꺼리던 시민단체가 20년만에 처음으로 간호법을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미래소비자행동, 간병시민연대, 소비자 연맹단체, 사단법인 소비자 포럼 등 시민단체가 연맹을 맺고 간호법 제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 문 턱은 높기만 했다. 간호계와 타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 양상으로 국회 상임위 제1법안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계류’됐다.
국회 논의 이전부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는 강력한 연대를 약속하며 '간호법 제정 결사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 혼란을 초래하고, 간호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직종이기주의 법안이라며 특히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한 부분은 향후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타보건의료직역들의 반대는 국회에서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홍형선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간호법의 개별법 제정은 상술한 직역단체 간 상반된 의견대립을 해소•완화시키고 국민적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절충안의 마련과 이에 대한 직역단체 간의 타협과 양보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공익주체로서 국회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숙고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계속심사’ 상태에 놓인 간호법은 정부가 12월 중 임시국회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명확한 일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간호계는 릴레이 1인시위, 국회 수요집회 등 연내 임시국회 개최 및 간호법 제정 통과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 코로나 2년,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코로나19 사태는 의약계 학술 교류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직접 만나야만 소통이 된다고 여겼지만 이젠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공유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섞은 '하이브리드' 학술대회가 이젠 하나의 포맷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2월 코로나 사태 초기,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의학계도 2020년 춘계학술대회는 계획대로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1, 2차 대유행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오프라인 학술대회 운영에 제약이 생겼다.
이에 대한의학회 차원에서도 공정경쟁규약 예외규정을 만들어 온라인 학술대회도 부스 지원이 가능하게 길을 열었다.
처음 해보는 온라인 학술대회는 익숙지 않았다. 인터넷망이 끊겨 강의가 도중에 끊기는 것은 예사이고, 녹화된 영상이 없어지고 했다. 특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영 낯설다"는 의사들이 많았던 것.
이후 2년간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학회들은 방역지침으로 현장 참석인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온라인 학술대회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 이젠 기술적으로 안정화됐다.
이에 더해 외과계는 직접 수술이나 시연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에 제한된 인원을 오프라인으로 초청해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일반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한 외과계 학회는 국내 연자가 방에서 교육하고 이를 웨비나로 송출해주면 국가별로 모여있는 공간에 실시간으로 송출해 실시간으로 시연하는 시스템 구축에도 이르렀다.
의학계에서는 "코로나가 끝나도 '하이브리드' 방식의 학술대회는 계속 자리 잡을 것 같다"고 관측한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자유롭게 뛰어넘기 때문.
코로나 상황에서는 '하이브리드' 학술대회가 서로가 만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코로나 이후 시대에서는 하나의 '옵션'으로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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