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는 연말연시 인사철과 함께 최근 정기주총시즌을 통해 17개 기업의 대표이사 체제에 변화를 주었다.
국내 제약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특성이 강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해 왔으나 특히 이번에는 임기가 남아있는 전문경영인들까지 임기와 무관하게 전면 교체되는 등의 큰변화를 엿볼 수 있었고, 올해도 2~3세들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말 임기만료 3개월을 앞둔 테라젠이텍스 류병환 대표가 사임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초 대한뉴팜은 창업주인 이완진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몰러나고, 2004년 입사해 20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아온 2세인 이원석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를 알렸다.
이어 대웅제약 관계사인 알피바이오는 오너인 윤재훈 대표에서 윤재훈- 이현정 각자대표 체제로 변화를 주었고, 유유제약은 3세 경영인 유원상 단독 체제에서 경영지원본부 박노용 상무를 대표이사로 선임,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유 대표는 국내·외 R&D, 영업마케팅, 신규사업개발을, 신임 박 대표는 재경, HR, 홍보, 준법, 전산 등 경영관리 부문 전반과 생산 부문을 주관한다.
반면 진양제약은 2세인 최재준 대표 체제에서 부친인 창업주 최윤환 회장이 각자 대표로, 화일약품은 조중명 - 조경숙 각자대표에서 조경숙 단독대표로, GC셀은 전문경영인 박대우 대표의 임기만료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 부사장(Chief Business Officer) 출신의 제임스박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SK바이오팜은 조정우 대표에서 이동훈 대표로 교체했다. 신임 이 대표는 동아에스티 글로벌 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했고,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SK바이오팜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하며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자문을 해왔다.
(위 좌측부터) 최태홍 대원제약 대표, SK바이오팜 이동훈 대표, 한올바이오파마 박수진 대표,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아래 좌측부터) 지씨셀 제임스박 대표, 코오롱생명과학 김진선 대표, 유유제약 박노용 대표, 차바이오텍 이현정 대표
코오롱생명과학은 임기 1년이 남아있는 이우석 대표 후임에 서울의대 출신으로, 세계적인 암센터인 미국 텍사스대 엠디 앤더슨(MD Anderson) 교수를 역임한 김선진 박사를 선임했다. 신임 김선진 대표이사는 다양한 바이오산업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KLS-2031(신경병증성통증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시험과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제약은 오너인 김상재 - 전문경영인 김기호 대표체제에서 JW신약 출신의 정성택씨를 새롭게 선임, 김상재-정성택 대표체제로 변경했다. 대웅제약 계열 한올바이오파마는 박승국-정승원 공동대표에서 정승원-박수진 공동대표 체제로 변화를 주었다. 박승국 전 대표는 사내이사 재선임과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대웅제약 연구개발 총괄 CTO를 겸직하게 됐다.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박수진 대표는 20년 이상 대웅제약에서 병·의원 대상 전문의약품 영업, 마케팅, 시장 분석 등 대웅제약의 ETC(전문의약품) 영업 활동 전반을 이끌어온 영업 베테랑이다. 박 대표는 한올의 국내·외 R&D 부문을 제외한 영업마케팅본부와 관리본부, 그리고 생산본부 등 국내 제약 사업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JW신약은 임기만료 앞두고 있던 백승호 대표 후임으로 김용관 전무를 지난 1월 2일자로 각자 대표로 선임한데 이어 지난 3월 29일자로 백 대표의 사임을 알리고 김용관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한미약품은 우종수 대표에서 박재현 대표로 전환했다. 그동안 우종수- 권세창 체제에서 임기만료 3개월을 앞둔 권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임한데 이어 임기 2년을 앞두고 있던 우 대표까지 전격 사임했다. 박재현 신임 대표이사(55)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의약품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및 생산 총괄 등 직무를 수행해 왔다. 상무이사와 전무이사(팔탄공장 공장장)를 거쳐 부사장(제조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관순, 권세창 고문과 함께 기존의 한미를 이끌어온 우종수 대표도 사임함에 따라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경영진 세대교체가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우 전 대표는 이관순, 권세창 고문과 함께 한미약품 고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차바이오텍은 오상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오상훈·이현정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인사는 사업부문과 R&D부문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살린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현정 신임 대표이사는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 경험을 가진 임상개발 전문가다. 화이자, 일라이 릴리, 박살타와 샤이어(현 다케다), 삼양바이오팜USA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20년간 항암제 개발을 주도했다. 2022년 12월 차바이오텍 R&D 부문 사장으로 합류했다.
동화약품은 유준하·한종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유준하 단독 대표이사로 전환했다.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계열사 책임 경영을 위한 겸직 해소를 이유로 밝혔다. 이에 따라 한종현 전 대표는 4월부터 동화약품 자회사인 ㈜메디쎄이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회사 육성과 코스닥 입성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쎄이는 국내 척추임플란트 등 관련 1위 업체로 현재 코넥스(KONEX)에 상장되어 있다. 메디쎄이는 동화약품 오너 4세인 윤인호 부사장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면서 2020년 9월 메디쎄이 오너가(家) 지분 52.93%를 196억원에 인수하고 재무적투자자(FI)였던 기술보증기금 보유주식까지 사들여 총 59.95%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하나제약은 3월 31일자로 최태홍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지난달 하나제약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최태홍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알리면서 최 대표 영입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따라 기존 이윤하 대표는 연임 임기 1년을 앞두고 사임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태홍 신임 대표에 대해 "국내·외 제약업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발돋움 중인 하나제약을 잘 이끌어 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일양약품은 4월 1일자로 김동연 대표이사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3세인 정유석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킨다고 밝혀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를 예고했다. 정 대표는 2011년부터 사내이사(등기임원)로 선임돼 경영전반에 관여하면서 경영승계 과정을 밟아왔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 27일 향년 97세로 타계한 창업주 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도언 회장의 아들이다.
2008년 첫 대표이사에 올라 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 반열에 오른 김동연 부회장은 지난 1976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에 입사, 차세대 항궤양제 '일라프라졸' 개발 및 기술계약 체결과 백혈병 치료제 '슈팩트' 등의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제약업계 신약개발의 산역사로 인정받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을 위한 경영효율성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사개편, 그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2~3세 오너들의 전면 부상에 따른 인사 조치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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