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리스 'aHUS' 사전 심사, 낮은 승인율 여전‥이대로 괜찮나

'18~'22년 251건 신청됐지만 51건(20.3%)만 승인‥올해도 8월까지 35건 중 33건 불승인
임상 경험 축적될수록 나아질 것이란 시각‥그러나 승인율 개선 기미 보이지 않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16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2018년부터 사전승인 목록에 포함된 '솔리리스(에쿨리주맙)'의 낮은 승인율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역시나 '까다로운 기준' 때문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임상 현장에서의 경험이 충분히 쌓인다면 이 승인율도 개선될 것이라 바라보지만, 올해 8월까지 솔리리스 사전 승인 심사는 '불승인'의 연속이었다.

1992년부터 운영 중인 사전승인제도는 고위험·고비용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전 적격한 환자인지 여부를 심의하고, 약제의 경우 투여 중단 결정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허가된 사전승인 항목들은 ▲1992년 조혈모세포이식, ▲2007년 면역관용요법, ▲2012년 솔리리스주(PNH), ▲2016년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 거치출(ICD)&심장재동기화치료(CRT), ▲2018년 심실 보조장치 치료술(VAD)와 솔리리스주(aHUS), ▲2019년 스핀라자주, ▲2020년 스트렌식주, ▲2021년 울토미리스주, ▲2022년 졸겐스마주, ▲2023년 크리스비타주와 에브리스디가 있다.

이 가운데 솔리리스의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사전심사 승인율이 유독 낮아 눈길을 끈다.

솔리리스는 2016년 3월 aHUS에 대한 국내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2018년 7월에 급여가 됐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만성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보체의 활동으로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힌다. 이에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 Thrombotic Microangiopathy)이 발생하는 극희귀질환이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해 뇌, 심장, 신장 등 생명 유지와 관련된 주요 장기가 손상돼 급성신부전, 뇌졸중, 심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혈장교환술과 혈장주입술 등 증상 완화 및 합병증 관리를 위한 치료만이 가능했으나, 질환의 근본 원인인 보체에 직접 작용하는 솔리리스가 등장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TMA) 중 (1) 혈소판수: 해당 요양기관의 정상 하한치 미만 (2) 분열적혈구(schistocytes) (3) 헤모글로빈 < 10g/dL (4) lactate dehydrogenase(LDH): 정상 상한치의 1.5배 이상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또한 신장 손상 부분에서는 (1) 기존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eGFR 20% 이상 감소 (2) 기존의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에서 혈청 크레아티닌이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정상 상한치 이상을 확인한다.

추가적으로는 (가)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 (나)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심장 손상 (다)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소화기계 손상 (라)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한 폐 손상 등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혈장교환 또는 혈장주입을 하기 이전의 혈액 샘플에서 ADAMTS-13 활성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변 STEC(Shiga toxin-producing E.Coli) 결과는 음성이 조건이다.

한 눈에 봐도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관련 학회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급여 기준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었다.

이러한 탓에 솔리리스의 aHUS 사전심사 신규 신청('18~'22년)은 총 47기관에 251건이 신청됐지만 51건(20.3%)만이 승인됐다.

올해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다.
 

올해 공개된 심의사례에서도 1월 3건이 신청됐으나 3건이 불승인, 3월에는 8건 신청 중 7건이 불승인, 4월에는 4건 신청 중 4건이 불승인, 5월 4건 신청 중 3건이 불승인, 6월 5건의 신청 중 5건이 불승인, 7월 6건 신청 중 6개 불승인, 8월 5건 신청 중 5건 불승인이다.

1월부터 8월까지 총 35건의 신규 신청 중 33건이 불승인된 셈이다.

현재 심평원은 사전승인 결과를 매월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사유와 함께 공개하고 있다. 심사의 투명성과 수용성을 제고하고 임상 현장의 적정 급여 제공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다.

솔리리스의 aHUS 불승인 이유도 자세히 명시돼 있다.

7월 심의 결과에 따르면, A씨(남/44)는 혈소판수, LDH 수치 등이 요양급여 투여 대상에서 정한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에 적합하지 않고 신장 조직검사 등을 참고해 신장 기능 저하는 말기신부전 양상으로 판단됐다. 아울러 DIC(혈액응고이상)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아 이차성 혈전미세혈관병증을 배제할 수 없어 심평원은 솔리리스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했다.

B씨(여/70)는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 소견으로 혈장교환술을 시행했으나 신기능 저하 지속돼 혈액투석 시행하며 솔리리스주를 투여했다. 심평원은 요양급여 제외 대상에서 정하고 있는 자 중 기타(감염, DIC 등)에 의한 이차성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판단된다며 B씨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했다.

C씨(남/33)는 과거 ADAMTS-13 활성 결과 확인 전 혈소판 수 미만으로 급여기준 투여 대상에 적합하지 않고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 사용에 의한 이차성 혈전미세혈관병증에 배제되지 않아 불승인된 바 있다.

이후 C씨는 ADAMTS-13 활성 결과가 49%로 확인되고 혈소판수, 빈혈수치 저하 및 신기능 감소가 진행돼 혈액투석을 시행하며 솔리리스를 투여했다. 그럼에도 C씨는 LDH 정상 상한치의 1.5배 미만으로 투여 대상으로 정한 활성형 혈전미세혈관병증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약물(면역억제제 투여), 기타(감염)에 의한 이차성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판단돼 급여기준 제외 대상에 해당했다.

8월 사례에서도 D씨(남/23)는 혈소판수 정상 하한치 이상, LDH 정상 상한치 1.5배 미만 및 분열적혈구가 명확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심평원은 D씨의 신장 조직검사 소견은 만성신장질환 소견이며, 초기의 응고이상 소견을 동반한 발열, CRP상승, D-dimer 상승 소견 등을 참고해 패혈증 및 감염 등의 이차성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솔리리스의 aHUS 사전승인 심사는 낮은 승인율을 보이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해외에 비해 국내 aHUS의 급여 기준이 까다롭다고 평가하지만, 심평원은 재투여 기준을 일부 손봤을 뿐 사전승인 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 결정에 따르고 있다.

오히려 심평원은 급여 기준이 까다롭더라도 임상 현장의 경험이 축적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누적 신청 건수가 많을수록 승인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데이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18년부터 지금까지 aHUS의 사전심사 승인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심평원 이진수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은 "구체적 예시를 언급하기 조심스러우나 2022년까지의 기관별 승인 현황을 분석했을 때, 누적 신청 건수가 많을수록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솔리리스도 신청 건수도 많아지면 급여 기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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