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중증 암 및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고가 신약'과 '급여기준 제한' 등으로 여전히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건강보험 급여 제도 개선 등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환자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합리적 약가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중증 암 및 희귀난치성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중증 암 및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건강보험 급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서미화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과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공동주최한 것으로 국내 환자들의 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증·희귀질환은 환자와 가족에게 단순히 건강 문제를 넘어 삶 전반에 걸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최근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나 치료 혜택이 실제 환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실제 환자들이 의미있는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대한신경면역학회 회장)은 '임상현장에서 본 환자접근성에 기여한 경평생략제도 및 정책제언'을 통해 "NMOSD(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의 경우 사회경제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 시기에 발병하며, 특히 환자의 90%가 여성에 해당해 개인을 넘어 가정 및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며 "효과적인 치료제를 초기에 사용해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 의료/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평생략(경제성평가자료제출생략) 제도를 통해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 한시가 급한 환자 입장에서는 당장 눈 앞의 약을 써야하는데 급여 기준의 합리성이 없어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더 힘들어진다. 가능하다면 선급여 후평가로 급여 기준을 고쳐나가거나, 건강보험 재정과 별도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기금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희귀난치병 환자 입장에서 겪게 되는 일들과 이들이 생각하는 개선점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 환우회 문종민 회장은 '국내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환경 현황 및 개선점'을 통해 "척수성근위축증(SMA)는 치료제가 ▲졸겐스마 ▲스핀라자 ▲에브리스디 등 세 가지가 존재함에도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치료 및 간병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세 가지 약재 모두 심평원에서 사용승인을 득한 후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지만, 급여 기준에 따라 18세 이전 관련 증상 등이 있었음을 증명해야만 한다. 뒤늦게 발병한 성인 환자는 의무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별 희귀질환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고려를 바탕으로 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며 담당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치료적 필요가 있는 환자에게 최소한의 치료기회를 부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신경척수염 환우 박보람씨는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치료 기회 보장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환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보람씨는 "새롭게 허가된 치료를 받기 위해, 재발을 막아야 함에도 재발을 다시 겪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병의 재발로 인해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 그들의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약을 쓸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그것이 환우 본인과 가족 구성원,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도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지련 신약등재부 부장은 토론자로 나와 "경제성 평가 제도는 도입 이후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 강화에 기여한다는 성과와 동시에 등재 후 비용 효과성에 대한 사후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의료의 미충족 수요가 큰 약재에 대해서는 접근성을 강화하되 임상적 재정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등재 시점에서 우월한 효과가 기대되고 임상적으로 필요하나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재에 대해서는 진입 장벽은 낮추고, 등재 후 임상적 유용성 및 유용성 등 자료를 확인하고 사후 치료 성적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국 등재 이후에 사후 관리가 제대로 돼야 신속 등재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에서는 고가 의약품의 급여 관리를 위한 규정 및 평가 체계 마련을 위해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 효과성이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해당 약재를 신속하게 먼저 등재하고 이후 장기 임상 효과 확인 등 사후 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급여 관리를 하고자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유지하면서 미충족 수요가 큰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약가 제도 운영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토론회 현장에서 제기된 '사후 관리 강화 방향에 대해 진입장벽 낮추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장기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 평가하는 과정 중 사후 관리에 관한 부분이 명확하게 되지 않을 때는 사실 급여 적정성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관련한 사후 관리가 동시에 진행이 돼야 해당 약재 등재가 유연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은 "모든 국민들이 소중하게 모은 재정을 적절한 곳에 쓰기 위한 노력이 현 제도"라며 "약이 곁에 오는 과정이 더디다는 환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제도를 지속 개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분들이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급여 기준 확대 관련 개선 검토 중이며, 심평원과 공단, 복지부가 도움줄 수 있는 부분 지속 검토할 것"이라며 "환자 신약 접근성을 저해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건보재정 부담을 고려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동덕여대 약학과 유승래 교수는 "우리나라 제약사가 아직 소위 말하는 '대체제 없는 약'을 못 만드는 상황에서 최소한 합리적 가격으로 들여와야 하고, 당국에서 노력하는 것처럼 최소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커버를 해야 되는데 지금 과도기에 와 있는 것 같다"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상승했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현재는 외국과 격차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중립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되는데 이제 위험분담제와 경평생략 제도 등으로는 다 덜어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