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회장 선거 D-3, 무자격자 영상이 야기한 진흙탕 선거전

권영희 후보 약국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에서 시작된 진흙탕 싸움
박영달, 2차 토론회부터 최광훈 후보와 한약사회장 밀약 주장 
최광훈, 정확한 근거 요구하며 허위사실 명예훼손 주장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12-09 05:57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말 그대로 진흙탕이 됐다. 

권영희 후보(기호 2번) 약국의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이 공개되면서 약사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박영달 후보(기호 3번) 측에서 이 영상을 공개한 배후가 한약사 측과 통합약사 밀약을 나눈 최광훈 후보(기호 1번) 측이라고 주장하면서 본질은 가려지고 최광훈 후보와 박영달 후보의 난타전이 발생했다. 

결국 선관위는 긴급 회의를 통해 해당 주제를 다룬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내린 상태다. 당장 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급작스럽게 고소전으로 지저분해진 선거판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사건의 타임라인을 차근차근 되짚어봤다.

◆ 발단 - 권영희 후보 약국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 논란

11월 27일

유튜브와 언론 매체 제보, 직장인 및 약사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권영희 후보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카운터를 보던 권영희 후보의 남편(무자격자)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 클린약국 유튜브 캡처
11월 28일
여러 전문지에 권영희 후보 약국의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이 기사화됐고, 이에 권영희 후보는 당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권영희 후보는 "악의적으로 편집된 동영상이 급작스레 유포됐다. 이 음해는 가장 강력한 당선후보인 저를 낙선시키려는 한약사회나 상대후보의 농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으나 "CCTV는 고장나서 볼 수 없다"고 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후보, 사진=조해진 기자
11월 29일
영상에 대한 권영희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약사단체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은 권영희 후보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2월 2일
약준모는 서초구보건소에 해당 영상 관련 민원의 적극적인 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항의 방문 및 정식 민원을 접수했다. 

12월 3일
권영희 후보 측은 "공익제보라기 보다는 선거판을 뒤흔들려는 정치적 음해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강경대응을 시사했고, 12월 4일 유성호 선대본부장과 황금석 대변인이 서초경찰서에 권 후보 약국에 대한 게시글과 동영상 링크를 최초 게시한 불상자에 대한 수사의뢰 및 고소장을 제출했다. 

권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영상의 원 촬영자는 한약사이며, 한약사에게 영상의 사본을 전달받은 모 후보자의 캠프 인사가 모 사이트에 게시글과 동영상 링크를 최초 게시한 자라는 믿고 싶지 않은 소문이 있다"면서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정치공작이다. 상대 후보를 낙선 시키려고 한약사와 손잡고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면 이는 선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다. 수사기관에서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 박영달 후보, 2차 토론회에서 해당 영상에 대한 의혹 제기

12월 4일

박영달 후보는 이날 진행된 2차 '제41대 대한약사회장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권영희 후보가 본인에 대한 비방글과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 게시 및 유포자를 고발했다. 저는 절대 아니고, 저희 캠프에서 한 일도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소문에 대해 부인했다. 

이어 "권영희 후보의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이 유포된 것과 관련해 한약사 측과 이야기가 오고 간 분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최광훈 후보를 향해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최광훈 후보는 "무슨 근거롤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라며 "토론을 하는데, 증거를 공개하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응수했다. 

박 후보는 "한약사회도 회장 선거가 있다. 이를 앞두고 한약사 회장과 서로의 당선을 다짐하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제보도 있다. 같이 당선돼 의료일원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면서 "이런 사실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최 후보는 "증거를 가지고 얘기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사진=2차 토론회 유튜브 영상 캡처
이와 관련해 권영희 후보는 박 후보에게 자세한 제보 내용을 말해달라 요청했고, 박 후보는 "한약사회장과 최광훈 후보와 대화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 이상은 제3자 입장에서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기자단은 권영희 후보에게 동영상에서 남편이 의약품을 전달한 행위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말해줄 것과, 영상에서 어떤 부분이 악의적인지, 공작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권영희 후보는 영상 속 남편의 행위에 대한 판단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최광훈 후보가 한약사회장과 협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인 것 아닌가. 정말 악의적인 계획이나 모함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기자단은 박영달 후보에게 최광훈 후보에 대해 받은 제보와 관련한 증거를 공개해달라 요청했다. 박 후보는 "분명히 제보라고 말씀드렸고, 소송 등이 진행된다면 출석을 해서 그 부분에 대한 증거나 답변을 준비할 것"이라고 증거 공개를 거절했다.

이에 토론회는 구체적인 증거 없이 의혹만 남긴 채 종료됐다.

◆ 박영달 vs 최광훈 고소전

12월 5일

박영달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권영희 후보 약국의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이 한약사회에서 제작됐으며, 한약사회가 이 동영상을 공개하기 전 최광훈 후보에게 공개여부를 사전에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또한, 최광훈 후보가 재임 중 대한한약사회 임채윤 회장과 만나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의료일원화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녹취록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고 했으나, 관련된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 후보는 "회원이 거부하는 통합약사를 회원 몰래 거래한 그 자체만으로도 최광훈 후보는 약사회의 공적"이라며 "약사 면허까지 자진반납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언제든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최광훈 회장은 같은 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시사했다. 

최 후보는 한약사회장과의 만남이 수차례 있었다는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2022년 임기 초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밥을 먹은 적이 있고, 이후 올해 9월 용산 시위 당시 마주한 것 정도가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어 "저와 한약사 회장이 야합을 했다면 문서 또는 둘의 대화를 담은 녹취와 같은 명확한 증거를 당장 공개하기 바란다"고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하면서 "약사 회원 여러분 본인의 비전과 정책을 설명해야 하는 선거에서 음해와 네거티브만 일삼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 후보는 "같은 약사로서 약사사회의 미래를 위해 그런다면 100번 양보해 받아들여야 하나, 한 분은 모두 무자격자 판매, 한 분은 한약사 고용 경력이 있는 분이라 회장 후보가 아닌 약사로서의 자격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후보들의 역린을 지적했다. 

기자회견 이후 최 후보 캠프는 서초경찰서에 박영달 후보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날 박영달 후보의 의혹 제기 보도자료로 인해 권영희 후보의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 논란이 영상 자체가 아닌 '누가' 해당 영상을 올렸는가로 초점이 다소 옮겨지게 됐다. 

박영달 후보는 최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 끝에 "한약사회에 의해 무자격자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영상이 나오게 된 원인을 제공한 권영희 후보 역시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후보(좌) 사진=조해진 기자, 박영달 대한약사회장 후보(우) 사진=최인환 기자
12월 6일
최광훈 후보의 고소장 제출에 박영달 후보도 재차 공격을 가했다. 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박영달 후보는 최광훈 후보의 반박은 거짓이라며, 제보를 받았다는 녹취록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부분은 한 남성이 다른 남성과 통화를 한 것으로, 서로 재선되고 난 후 의료일원화를 도모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히는 짧은 내용이 담겼다. 

박 후보는 이 녹취록의 남성 두 명은 각각 제보자와 임채윤 한약사회장이라면서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한 마디라도 위증을 했는지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추가 녹취록 공개에 대한 기자단의 요청에는 제보자의 신원 노출이 우려된다며 끝내 응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 박영달 캠프 측은 서초경찰서를 방문해 최광훈 후보를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가 진흙탕 싸움이라고 비난하지만, 선거가 상대의 검증을 통한 '자정효과'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선관위 "해당 주제 관련 선거활동 금지"
대한약사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 사진=조해진 기자
12월 6일 
2차 토론회 이후 불어닥친 뜨거운 선거 이슈에 대한약사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렇다 할 대응이 있지 않았다. 

이에 출입기자단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 전 박영달 후보에 출석을 요구,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박영달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것과 동일한 자료만을 선관위에 공개했고, 추가 증거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선관위는 박 후보의 출석에 감사하면서도, 자료 미제출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또한, 긴 시간 회의를 거친 결과 최종판단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히는 것으로 정리하고, '두 후보는 향후 두 주제(동영상 사주 의혹, 통합약사 관련)를 활용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관련 내용이 들어간 문자 발송 신청 등은 모두 반려했다고 밝혔다.

◆ 고소 후에도 공방 이어져

12월 7일
 
최광훈 후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특정 사안을 왜곡하고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태는 이제 약사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의 산물"이라며 "약사사회는 정치판이 아니다. 특히 음모론에 가까운 허위 비방을 통해 흑색선전을 자행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는 박영달 후보가 제기한 '한약사회장과의 밀약' 의혹에 대해 "한약사회장과 어떠한 거래, 협의, 밀약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권영희 후보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동영상 유포 문제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박영달 후보는 과거 한약사를 고용했던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한약사회와 야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할 수는 없다.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제, 어디서, 어떤 근거로 제가 한약사회장과 야합을 했다는 것인지 명확히 증거를 공개하라. 그렇지 않다면 윤리적·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달 후보 측도 빠르게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임채윤 한약사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사일원화(통합약사)는 평소 소신이다. 상대 단체장인 최광훈 회장을 만났을 당시 이러한 약사일원화의 필요성을 말씀 드린 적이 있고, 이후에도 행사 자리 등 마주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례적으로 덕담 차원에서 언급했던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약사회장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그런 말은 두 번 다시 입밖에 꺼내지도 마라'고 일침을 놓았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통합약사 이야기를 주고 받은 사실이 선거국면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깨닫고 박영달 후보를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불법인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 논란으로부터 촉발된 대한약사회장 선거 후보자의 공방은 끝내 고소전으로 치달으며 그 심각성이 더해졌다. 선관위의 중재에도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영상과 이로 인해 불거진 진흙탕 싸움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약사들의 표심은 어디를 향할 것인지, 그 결과는 3일 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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