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지원 예산 확정…의료계 “보다 적절한 집행 필요”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 예산 931억원 삭감
지도전문의 기능 및 역할, 보상체계 등 구체적 계획 있어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전공의 임금구조 개편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2-12 05:56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내년도 전공의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예산이 당초보다 931억원 가량 삭감돼 확정됐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수련할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예산 삭감은 당연하지만 책임지도 전문의 수당 지급 등 구체적 수련계획에 바탕을 둔 현실적인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 예산이 931억1200만원(23%)이 삭감된 2991억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내년도 전공의 복귀 불투명이 반영돼 이 같은 감액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2025년도 정부예산안은 전년 대비 3630억9900만원 증액된 3922억4200만원이 편성됐었다.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사업'을 세부 사업별로 보면,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사업'과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사업' 크게 두가지다.

이 중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사업'에는 책임지도전문의, 교육전담전문의, 수련지도전문의 수당 및 파견수련 수당 등이 포함된다. 또 전공의 1인당 술기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것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개선 비용, 지도전문의 자격관리 체계 마련 등 사업운영비로도 예산이 집행된다.

이에 대해 A수련병원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가 이런 식의 아이디어를 내서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사업' 예산안을 짰는지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분은 전공의 수련 지원인데 실제로 보면, 주된 부분이 수련 담당 지도전문의 수당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방향이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존보다 강화된 수련계획과 이에 따른 기대 효과가 예산안에서 나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찾을 수 없다. 특히 현 의정갈등으로 수련병원마다 인력부족으로 업무 과부하 상황인데 지도전문의가 진료를 줄이고 수련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수련시켜야 할 전공의들 역시 거의 없다. 그렇다면, 소수의 전공의들마저 제대로 수련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지도전문의라는 명목으로 수당만 더 지급하는 것이 아닌가"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복지부가 이런 예산안을 발표했더라도 국회에서 이러한 예산을 조목조목 따져봤어야 한다. 현 의정갈등으로 내년에 전공의 복귀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예측해 931억원을 삭감한 것이라면, 이 같은 허점투성이 예산안을 제대로 따져서 절반 이상 삭감을 하거나, 하반기로 보류하는 방안도 고민했어야 한다"고 예산심의에 대해 반발했다.

B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예산 삭감에 대해 당초 잡혔던 정부 예산안이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었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전공의 등 육성지원 사업인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 관리' 사업의 경우, 2024년도 예산이 291억4300만원인데 2025년도는 3922억4200만원으로 3630억9900만원을 늘려서 잡았다. 이렇게 큰 금액을 확대했는데 자세히 보면, 구체적 계획도 없다. 결국, 의정갈등 상황속에서 의료계를 달래려는 의도 등 진지하게 계획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 분석보고서에도 '전공의 수련교육 개편과 관련해 각종 지도전문의의 기능 및 역할, 구체적인 보상체계 등에 관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며,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둘러싼 의료계-정부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어 지원 대상(지도전문의) 산출의 기준점인 전공의 수를 예측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비상대책위원장은 개인SNS를 통해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예산 편성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2025년도 예산 편성부터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보다 적절한 수련교육 환경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교육 수당을 지급한다고 그동안 부재했던 교육이 다시 활성화될 리 없다. 교육 수당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 진료에 매몰돼 있는 교수들의 업무 과중을 해소해 전공의를 교육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재정이 마련된다면 전공의 교육과 근로를 분담할 전문의를 충원해 업무를 분산시켜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진료와 교육에 전문의 인력을 어떻게 분배해 투입할 것인지에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공의 임금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은 월 338시간, 평균 임금은 월 397만 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1700원이다. 정부는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만 취급하며 교육보다는 노동을 강요했다. 현재 전공의 임금은 정당하지 않다. 병원 자체적으로 임금 구조를 개편할 수 없다면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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