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의료계 역사에 남을 한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지난 2월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로 시작된 의정갈등은 어느 때보다 큰 파장을 의료계에 몰고 왔습니다.
일방적 의료개혁에 동의하지 못한 전공의와 의대생 대다수는 진료·교육현장을 떠났고, 여파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정갈등 한가운데서 41대 이필수 회장이 사퇴하고 42대 임현택 회장은 탄핵당하며 두 개의 비대위와 두 번의 회장선거를 치르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의정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국회가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여야도 입장차를 보이며 한 테이블에 앉는 데 실패했습니다. 여당은 반쪽짜리 여의정협의체라도 개문발차 했지만, 정부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일부 의료계 단체마저 탈퇴, 사실상 해체됐습니다.
의료계가 혼란에 빠진 사이 간호법은 일사천리 법제화에 성공했고, 수가협상에선 환산지수 차등적용이 통과됐습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에서 '처단' 대상으로 명시된 의료계는 상황 반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메디파나뉴스는 다사다난했던 의료계 10대 뉴스를 통해 2024년을 돌아봤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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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 필수의료 4대 패키지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올해 2월 1일, 의료개혁이라는 명분하에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일 윤석열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재했으며, 이날 정부는 필수의료 살리기 해법으로 4대 정책 패키지를 확정·보고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필수의료 4대 정책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이 담겼다.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국민 누구나 필요할 때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담대한 의료개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5일이 지난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방안을 최종 발표하는 데 이르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00명을 공개해 한 시간만에 논의를 끝낸 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조규홍 장관은 "정부는 부족하나마 1만5000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명 의사 인력을 확충코자 한다"며 "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돼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의료 취약지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000명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복지부는 의사 인력 수급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며, 의대 입학정원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2. 병원 떠난 사직전공의, 사직서 수리
지난 2월 6일, 정부는 의료개혁을 내세우며 갑작스레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에 빅5 병원 전공의들을 필두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2월 19, 20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3월 중순이 되면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2000여명이 근무지를 떠났으며 최종 1만30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월 19일 '진료유지명령(사직서 수리금지명령)·업무개시명령'으로 응수하며서 강력하게 전공의 복귀를 촉구했다. 이어 3월 20일에는 7088명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발송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동시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겠다고 했다.
행정명령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공의 복귀가 요원해 지면서 6월 4일, 정부는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반발했다. 취소가 아닌 '철회'였기 때문에 전공의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의료계는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명령의 전면 취소를 요구했다.
사직서 수리 시점 역시 논란이 됐다. 2월 사직시점이라면 6월까지 못 받았던 전공의 급여 지급 등이 뒤따라야 하고, 6월 시점이라면 새로운 사직서 수리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수련병원으로 전공의 사직서 수리가 미비했다. 이에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7월 15일까지 사직서 수리를 완료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에 빅5 병원은 7월 15일을 사직 수리시점으로 하되, 2월 29일을 사직효력발생시점으로 하기로 하고 7월 16일까지 복귀 및 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17일 사직을 일괄 처리했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병원에서 사직서 수리가 급물살을 탔다.
사직서는 수리됐지만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가 뒤늦게 처리됨으로써 이직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법적인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9월 10일 사직 전공의 900여명이 빅5병원을 비롯한 40여곳의 소속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3. 서울의대 필두 빅4 병원 무기한 휴진과 휴진 철회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대병 병원들의 잇따른 휴진 확산으로 의료붕괴현상까지 점쳐 졌다.
하지만 서울의대비대위는 내부 투표를 진행해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환자들의 피해를 고려하고, 휴진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닷새 만에 휴진을 철회했다. 그로 인해 예정돼 있던 빅4 병원들의 무기한 휴진도, 전면 휴진을 내세웠지만 자율적인 진료조정으로 진행됐다. 특히 휴진에 앞서 환자들에게 예약 취소 등에 대한 상세한 안내 등을 통해 현장 혼란을 줄였다.
당초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투표를 거쳐 6월 17일부터 전체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이 휴진에 들어갔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은 제외했다.
서울의대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의료사태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 시행, 의료진의 번아웃으로 인한 휴식 필요 등을 내세웠다.
연세의대비대위도 6월 27일부터 정부가 현 의료 및 의대교육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 시행을 결의하면서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도 휴진에 동참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7월 4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7월 12일을 기점으로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적 휴진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 강릉아산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등 8곳은 ‘무기한 휴진’ 선언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4. 의료대란 여파, 비대면진료 전면허용 파장
올해 2월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격상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첫 행보로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비대면진료는 여러 논란 속에 지난해 6월부로 시범사업까지 시행됐으나, 의료계에서는 줄곧 비대면진료 시행을 반대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의료계에서 벌어진 의사 집단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진료대책 방안 중 하나로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을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별도 신청이나 지정 없이 희망하는 의원과 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발표한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은 "정부는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해 의료진의 소진을 방지하고,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역 내 2차 병원급에서, 경증 외래환자는 의원급에서 각각 진료토록 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병·의원 외래 수요 증가에 원활히 대처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3일부터는 보건소와 1341개소 보건지소에서도 비대면진료가 허용됐다. 정부는 공중보건의사 파견으로 인해 의료취약지역 진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월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비대면진료 처방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정감사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의료접근성 해소라는 취지와 달리 비필수·비급여 분야 과잉진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5. 칠전팔기 간호법, 법제화 성공
올해 8월 28일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간호법은 재석 290명 가운데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을 기록했다.
간호법은 앞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까지만 해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계류된 상태였으나, 26일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야당 쟁점 수용 의사를 밝히며 급격히 통과까지 이르게 됐다.
이후 9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10일 후인 9월 20일 공포됐다. 간호법 제정안은 공포 후 9개월이 경과한 2025년 6월 20일에 본격 시행된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이 공포된 것에 대해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간호법이 만들어져 간호사가 해도 되는 직무와 하지 말아야 할 직무가 명확해져 국민 모두에게 안전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며 "전국 65만 간호인은 언제나 그래왔듯 국민 곁에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법은 올해 9월 법제화를 이룰 때까지 수많은 노력이 있어왔다. 간협은 간호법 법제화에 대해 19년 만에 이룬 성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4월 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며 법제화 가능성을 높였으나, 의료체계 악화를 우려한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법제화를 막았다. 이후 국회에서 재의표결이 이뤄졌지만, 끝내 부결돼 폐기됐다.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수정된 간호법이 다시 발의됐으나,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간호법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론이 상당했었다.
6. 의학회·KAMC 참여로 시작된 반쪽 여의정협의체, 의대생 휴학 승인
의정갈등이 끝을 모르고 지속되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의료대란 위기감이 커지자 국회가 해결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당초 협의체 제안은 민주당에서 먼저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여야의정협의체를 제안하며 대통령실도 반응을 보여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2025년 의대정원은 조정이 불가하단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체는 표류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2025년 의대정원을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불가하단 언급이 반복되면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역시 변하지 않는 여당과 대통령실 입장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달 반을 표류하던 여야의정협의체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여를 결정하면서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여야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의료대란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대통령실은 '내년 정원은 끝났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민주당은 이 같은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다.
결국 첫 제안이 나온지 두 달만에 여야의정협의체는 야당 참여도 의료계 대표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여의정협의체'로 개문발차했다.
반쪽 여의정협의체는 한달을 넘기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2025년 의대정원 조정을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이달 초 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를 떠났다.
다만 의료계 입장에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의학회와 KAMC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휴학 승인을 따낸 것. 교육부는 각 대학 의대생 휴학 승인을 막아왔고, 10월 집단유급을 앞두고도 휴학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후 교육부는 휴학을 대학 자율 판단에 따라 승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한의학회와 KAMC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입장문,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 건의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의정갈등 중재안 등 대학 현장과 국회 등 사회 각계 의견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며 "정부와 대학, 의료계 등이 여야의정협의체를 통해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건설적 대화를 나누며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7. 임현택 회장 탄핵까지 이어진 의협-젊은 의사 갈등
의정갈등 국면에서 투쟁 전면에 나선 젊은 의사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임현택 42대 대한의사협회장과 젊은 의사 갈등은 끝내 탄핵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임 전 회장과 젊은 의사를 이끄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갈등은 지난 6월 표면으로 드러났다. 의협이 의협 중심 의료계 단일대오와 대화창구 일원화를 강조한 데다 '새 요구안'을 언급하면서다.
당시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 7대 요구안이나 의대생 8대 요구안이 있음에도 집단휴진 여부와 관련한 '세 가지 요구안'을 내놨다. 투쟁 전면에 나선 건 전공의와 의대생이지만, 의협 차원에서 대화창구 일원화나 새로운 요구안을 내놓자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박 위원장은 SNS에 '임현택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이냐'라거나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며 임 전 회장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회장은 지역의사회와 협의되지 않은 무기한 휴진 카드를 꺼내며 때 이른 레임덕을 자초했다. 의료계 입장에서 최후의 보루인 무기한 휴진 카드를 16개 시도의사회장단과 협의 없이 총궐기대회 현장에서 발표하면서다. 이날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 소식 역시 발표 당일 전해 들은 시도의사회장단 불만이 폭발하며 임 전 회장 리더십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의대생 역시 임 전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사태 진전 기대를 안고 시작된 국회 의대정원 청문회에서 과거 임 전 회장이 SNS에 올린 과격한 발언이 조명되며, 의료계 입장이나 현장 심각성보다 막말 논란에 이슈가 몰리면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3대 요구안 제시와 막말 논란을 되짚으며 '무능, 독단 의협 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젊은 의사 지지도, 산하단체 지지도 잃은 채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역시 시작과 동시에 해체 요구에 직면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은 불참 의사를 공개 표명했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역시 해체를 권고한 것.
결국 지난 10월 말 임 전 회장 탄핵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박 위원장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원팀'을 만드는 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틀어진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고, 끝내 임 전 회장은 반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8. 환산지수 차등적용까지 맞은 의협 수가협상
5월 31일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수가협상)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당초 의협은 2025년도 수가협상 참여 시 ▲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철회 ▲회의 생중계라는 두 가지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1차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은 이러한 선결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협은 2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1, 2% 수가 인상으로도 현장에 미칠 영향이 커서 의원들이 폐업이 아닌 살아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끝내 결실은 맺지 못했다.
당시 의협 최성호 수가협상단장은 "3차 협상 2차 회의에서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검체, 영상, 처치, 수술 다 합쳐서 1.9%, 여기에 플러스 0.2%를 준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 플러스 알파가 환산지수차등으로 판단됨에 따라 2차 회의를 끝으로 이 협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결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협 최안나 이사는 "처음 수가협상 때부터 행위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불가라고 분명히 말해왔다. 그런데 명확한 답을 안 했기에 끝까지 기대를 가지고 여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1.9%에 0.2%를 준다는 데 뭘 나눠줄지, 지금 결정하는 게 아니라, 수가협상 끝나고 다시 내용을 보고 논의하자고 한다. 말장난이다"라며 "공단, 나아가 복지부는 정상적인 수가 반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9. 의료계 실현가능성 의문에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추진
9월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고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신청 접수가 이뤄졌으며, 이후 상급종합병원 신청이 이어져 12월 6일 기준으로 총 44개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이 47개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이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의료 질 개선을 위해 지역과 병상 수준에 따라 5~15% 수준의 일반 병상을 축소한다.
인력구조도 전환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전체적인 진료 규모를 축소하고 응급·중증진료에 집중해 인력 감축 없이 현행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전문의, 간호사 등의 팀 진료로 변화된다.
앞서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된 중증 분류 문제에 대해서는 중증으로 간주하는 예외기준을 신설하고, 단순히 상병기준으로 중증 환자를 분류하는 것을 개선한다. 이를 위해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 TF'를 구성한다.
또 의료계에서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을 이룬 후에도 운영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여러 방향으로 보상을 강화한다.
예로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중증환자 비중 상향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은 중환자실 수가는 현행 수가 50%를 가산하고, 중증수술 수가와 마취료 등도 50% 인상이 이뤄진다.
정부는 이같은 사업 추진을 위해 연간 3조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한다.
정경실 단장은 "병상 감축 이행 성과, 적합 질환 환자 진료비 중 진료협력 실적 등을 고려해서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 이러한 성과평가에 따른 지원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유인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성과 지표는 계속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0.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포고령에 명시된 '처단'
의정갈등 출구가 보이지 않던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변곡점이 만들어졌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군은 포고령을 발표했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계엄 선포 155분여 만에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고, 다시 3시간 반 뒤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문제는 당시 발표한 포고령이다. 포고령에 의료계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 포고령 5항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해제 후 국민과 국회는 물론, 의료계 역시 들끓었다. 국회는 탄핵 절차에 들어갔고, 의협 회장 후보자들과 지역의사회 등은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포고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지난 14일 가결됐고, 국회는 19시 24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전달, 해당 시각부로 대통령 권한행사는 정지됐다.
의료계가 '처단' 대상으로 명시되면서 의료개혁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비상계엄과 의료개혁을 연결지으며 의료개혁 중단·철회를 촉구하고 나섰고, 응급의학의사회는 '의료계는 지난 2월부터 계엄과 마찬가지인 상태에 처해 있었다는 목소리를 더했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과 직무정지가 의료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상계엄으로 독선적 정책 추진 단면이 드러나며 의료개혁 역시 동력을 잃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막연히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 분노가 높은 것은 확인됐지만, 독선적 의료개혁 추진에 대해선 어느 정도로 공감할지 미지수이기 때문.
의료계는 탄핵 직후 연달아 입장문을 발표하며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계엄령을 깃털처럼 여기고 국민 생명을 경시하는 윤 대통령에겐 복잡한 의료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일고의 노력도 없었다"며 "계엄포고령을 작성한 자를 색출해 강력히 처벌해야 하며, 의대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킨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주시기 바란다"며 "의료농단이 저지되고 의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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