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거, 전체 회원 참여" 제안…醫 "비현실적"

강희경 후보 "후보 전원 동의하면 규칙 변경하자"
의료계 "회장도 아닌 후보자가 정관 부정, 위험한 주장"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12-10 05:5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43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전체 회원이 참여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후보로부터 제기됐다. 의료대란이란 초유의 사태에선 전체 회원 의지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해 후보자 전원이 동의할 경우 선거 규칙을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실현될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의료계에선 회장도 아닌 후보자가 정관을 부정하는 건 위험한 주장인 데다 정치적으로 비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9일 강희경 의협 회장 후보는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협 회장 선거 전회원 선거권 부여를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선거는 의료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 중 치러지는 만큼 전체 회원 의지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의협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회비 납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회원의 경우 2022~2023년도 의협, 지부, 분회 연회비 완납 ▲지난해 면허취득 회원의 경우 입회비와 2023~2024년도 의협, 지부, 분회 연회비 완납 ▲올해 면허취득 회원의 경우 입회비와 올해 의협, 지부, 분회 연회비 완납 등 조건을 충족한 회원만 선거권이 부여된다.

강 후보는 이미 시작된 선거 도중에 규칙을 변경하는 건 예외적이나, 현 상황 자체가 예외적이라는 점에서 모든 후보자가 동의한다면 선거 규칙을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선관위가 각 후보 동의 여부를 확인해 이번 회장 선거에 반영해 달라는 주장이다.

의협회장 선거 전체 회원 투표는 강 후보 첫 번째 공약이기도 하다. 강 후보는 '모든 의사 회원을 위한, 회원에 의한, 회원의 의협을 만들겠다'는 슬로건 아래 의협 투표에 전체 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지난 4일 후보자 설명회에서도 이를 선관위에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후보는 "지난 6월 총파업 결의 때에는 전회원 투표를 했던 것처럼, 대통령 선거 때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선거권을 박탈하지 않는 것처럼 의협은 대한민국 의사 유일 법정 대표단체로서 의사면허가 곧 선거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과도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 A 대의원은 선거권 문제가 후보자 합의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안고 있는 숙제는 맞지만,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을 회장도 아닌 후보자들이 합의로 결정하는 것은 원칙과 절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찬반 주장이 공존하는 사안이란 점도 언급했다. 법인단체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에게 별다른 차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선거권마저 부여된다면 오히려 회비를 낸 회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A 대의원은 "해묵은 숙제인 건 맞지만 원칙과 절차가 있는 문제를 후보자 합의로 결정하자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며 "회장에 당선된다면 변화를 위해 노력하면 된다. 잘 모르시니 하신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 캠프에 속해 있지 않은 지역의사회 B 관계자 역시 위험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에 명시된 사항을 후보자 합의로 바꾸자는 주장은 의협 조직 체계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란 이유다.

특히 찬반이 공존하는 사안에 대해 찬성을 주장하며 타 후보자 동의를 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동의하지 않는 후보가 있을 경우 공격할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 관계자는 "그런 주장은 평상시에 요구하거나 회장이 되면 거버넌스를 만들어 추진할 일이지, 후보 합의로 하자는 건 의협 조직 체계와 규정,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정관이 있는데 '그럼에도'라는 주장을 적용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광송 의협 선관위원장은 해당 주장에 대해 "선관위는 규정에 따라 선거를 실시할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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