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M·인슐린펌프 지원에도 1형당뇨 환자 '치료격차' 심각"

[인터뷰]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CGM·인슐린펌프, 보험 아닌 '요양비' 적용…제품 관리및 교육 적용 난관
올바른 사용 위한 시스템 개선 절실…취약계층, 특히 고령환자 위한 지원 확대 필요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2-04-05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기술 발전 속에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유의미한 혈당 조절과 삶의 질 개선을 가져다준 당뇨병 관리기기가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 받고있다.

바로 연속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 주입 용량을 자동으로 주입하는 '인슐린 펌프'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2년 가이드라인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 사용이 1형 당뇨병 환자 혈당 변동폭을 줄이고 저혈당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내 학회 역시 2021년 당뇨병 진료지침을 통해 1형 당뇨병에서의 당뇨병 관리기기 활용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국내서도 2020년 1월부터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두 기기의 건강보험 지원 범위를 확대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해 실제 환자 접근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비 지원 방식의 급여 적용으로 실질적 부담은 그대로고, 교육 수가 미비로 병원이 처방을 꺼리면서 제대로된 기기 활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메디파나뉴스는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최신자료 TFT이사)를 만나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펌프 국내 사용 한계점과 1형 당뇨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Q.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는 주로 1형 당뇨병 관리에 적용되고 있다. 2형 당뇨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당뇨병은 크게 1형(인슐린 의존성) 당뇨병과 2형(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등으로 구분되며, 1형 당뇨병 경우 신체 면역체계의 자가면역반응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 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거의 또는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

인슐린 분비 능력이 없는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오르내림이 급격하고, 저혈당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만큼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한데, 주로 소아를 포함한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면 24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인슐린 주입을 환자 상태에 맞게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2형 환자에게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주로 1형 환자에게 인슐린 펌프가 적극 권고되고 있고, 여러 학회에서도 1형 당뇨 환자의 관리에 있어 인슐린 펌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Q. 국내 인슐린 펌프 및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우리나라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의 건강보험 지원은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구분돼 있다. 

요양비란 환자가 우선 모든 비용을 지불한 후 공단에 환급을 신청해야만 돈을 받는 개념이다. 기기의 기능이나 종류와는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 및 비율로만 요양비를 돌려준다. 

이는 환자가 환급을 신청해야만 공단이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정확한 시장 규모, 가격, 구입처를 알기 어렵다. 국가가 직접 약가를 관리하는 전문의약품에 비하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를 직접 구매하고 별도 교육없이 사용을 하는 경우도 많아 올바른 기기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이다.

1형 당뇨병 경우 치료 난이도와 중증도, 의료 비용 측면에서 중증 난치성질환의 특성을 가진다. 지금은 연속혈당측정기가 등장하면서 보다 정확한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해졌지만, 예전에는 혈당 모니터링도 잘 할 수가 없어 사망률이 굉장히 높고 합병증도 많은 질환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1형 당뇨병은 경증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럴 경우 1형 당뇨병에 대한 수가가 대학병원, 개원가와 관계없이 동일해 환자가 충분한 치료 및 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다. 

1형 당뇨병이 난치성질환 및 중증 질환으로 구분되려면 의료비가 100만원 이상이어야 되는데,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은 요양비로 구분되기 때문에 의료비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같은 질환이라 하더라도 치료 교육 시스템에 따라 나라나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치료 교육 시스템이 잘 돼있는 나라에서는 1형 당뇨병도 예후 데이터가 매우 좋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이다.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가 요양비로만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교육 격차는 더 벌어졌고, 취약계층의 접근성은 더 떨어지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보험이 적용됐는데도 처방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Q. 국내에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사용한 치료 비율은 높은 편인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수준인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인슐린 펌프 사용 비율이 굉장히 낮다. 

일례로, 이웃나라인 일본은 병원이 인슐린 펌프를 보유하고 그 기기들을 환자들에게 빌려주는 '렌탈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또한 수가에 포함된다. 

나라에서 렌탈비를 70% 보조해주기 때문에 좋은 펌프가 나오면 모든 환자들이 부담 없이 최신 기기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렌탈비도 제품 기능에 따라서 다르게 매겨진다. 연속혈당측정기, 연속혈당측정기과 연동된 펌프, 일반 펌프 등을 기능별로 나누지 않고 인슐린 펌프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인정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큰 차이점이다. 

결국 사용 비율은 환자 선호도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 관리가 어려운 환자는 보다 많은 수가를 책정해야만 관리가 가능하다.

일본은 병원에서 넣을 주사를 집에 가서 넣어도 수가를 모두 인정받는다. 당연히 의사가 인슐린 주사 처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우리나라에도 인슐린 펌프 자체는 오래 전부터 들어와 있었지만 기기 처방 및 교육에 대한 수가 없이 기기 및 소모품에 대해서 요양비만 적용되고 있어 일본처럼 의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Q. 이러한 국내 치료 비율을 감안할 때, 현장 적용을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는?

의료진을 비롯해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병을 중증 질환으로 구분 해달라거나, 인슐린 펌프 등 의료기기 구입 비용을 요양비 대신 사보험 적용이 되는 의료비로 구분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해오고 있다. 

모두 보험 급여 적용과 관련된 것인데, 이러한 요구들이 모두 반영돼야 1형 당뇨 환자들이 부담없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현재 당뇨병 진료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은 바로 70대 이상의 고령 환자분들이다. 우리나라 1형 당뇨병 환자 중 70대가 가장 많고,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을 포함해도 7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소아 경우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 인슐린 펌프를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반해, 고령 환자들은 인슐린 펌프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쉽지 않고 그 자녀들도 부모 치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즉, 방치되고 있는 고령 환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의미다. 고령 환자 경우 합병증 동반 위험이 높으며, 이것은 곧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돼 국가 의료비 예산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당뇨병이 있는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더 많은 인슐린 펌프와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시스템 구축과 교육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Q. 마지막으로 다른 의료진이나 환자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평소 꿈꾸는 것이 하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 환경 안에서 더 나은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러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만들고, 관련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콩팥 질환 경우 신부전이 말기신부전으로 그 증상이 심해지면 중증 질환으로 구분해 나라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해당 질환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투석 전문 병원도 생겼다. 

인슐린 펌프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제대로 된 당뇨 환자 관리를 위해 인슐린 펌프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진의 실력이 떨어지거나 의료기기의 성능이 좋지 않아서가 절대 아니다. 시스템 구축이 되지 않아서다. 그 첫걸음으로 인슐린 펌프 급여가 하루 빨리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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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2022.04.08 10:59:57

    좋은 기사네요.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항상 1형당뇨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해주시는 김재현 교수님 감사합니다. 좋은 기사 내주신 박선혜 기자님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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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2022.04.06 11:44:14

    펌프사용자가 적다보니 그나마 사용중인 환아들을 보는시선에 상처를 받는거 아닐까요? 안경처럼,보청기처럼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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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2022.04.05 10:54:16

    좋은 기사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1형당뇨 지원폭이 너무 미비합니다... 의료비로 지원이 확대되어 인슐린펌프 교육도 체계적으로 되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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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2022.04.05 10:20:31

    1형당뇨 관리의 개선점을 조목조목 잘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한 기사입니다 김재현교수님께서 1형당뇨인들의 어려운 부분을 잘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사를 내어주신 기자님께도 감사드려요 
    평생 관리해야하는데  미비한 의료시스템과 지원이 잘 갖춰져서 건강하게 관리해나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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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2022.04.05 10:19:41

    1형당뇨 자녀를 둔 부모로서 너무 감사한 기사네요
    의견을 내주신 김재현교수님, 기사를 작성해주신 박선혜 기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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