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M·인슐린펌프' 요양비로는 한계 "의료비로 분류하자"

[기획] 인슐린펌프·연속혈당측정기 정부 지원에도 한계…문제는?②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4-28 06:07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실효성 있는 당뇨병 치료·관리를 위해 학계에서는 현재 요양비로 분류된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펌프 급여체계를 의료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 변화는 요지부동인 상황. 이 시기 동안 피해를 받는 것은 바로 환자들이다. 이에 관련 학회가 나서 정부 당국에 재차 적극 의견 개진에 나섰다.
◆ "췌도 부전 1형 당뇨병부터 중증난치성질환 인정해야"

대한당뇨병학회 문준성 총무이사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크게 저하된 당뇨병을 중증난치성질환으로 인정하고, 현재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과 인슐린 펌프에 대한 급여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형 당뇨병은 당뇨병 중에서도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베타 세포가 대부분 파괴되어 어느 정도의 인슐린 분비가 보존된 2형 당뇨병과 달리 절대적인 인슐린 분비의 결핍을 보이는 당뇨병이다.

이런 1형 당뇨병을 2형 당뇨병과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의 지침은 ▲연속혈당측정 적용 ▲연속혈당측정과 연동된 인슐린 펌프 사용을 추천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널리 보급되지 못한 실정.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연속혈당측정, 인슐린 펌프 급여 체계 변화' 내용을 담은 '1형 당뇨병에 대한 산정특례 대상 질환 검토'를 요청했다.

학회는 검토안을 통해 "원내 의약품처럼 처방할 수 있도록 보험 급여 체계로 편입 및 변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연속혈당측정, 인슐린 펌프 등 고가의 의료기기의 비용을 요양비가 아닌 의료비로 분류해 도매상이 아닌 의료진이 처방 및 교육을 진행하고 의료기기로서 수가를 관리하도록 제안했다.

현재 연속혈당측정, 인슐린 펌프 건강보험 지원은 일반적 의료기기의 지원 시스템과는 별개로 건보공단이 복지 차원으로 원가로 기준가격을 정하고 소모품 90%, 기기는 70%를 '요양비'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있다.

즉 기준가격을 초과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것.

문 총무이사는 "현재 국가에서 인정하는 요양비를 사용하는 경우, 본인부담금 비용은 100만 원이 넘어간다"며 "이런 현실적 문제로 1형 당뇨 환자 10% 미만에서만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이용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런 제도로 인해 의료진에 의한 교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요양비로 지급하는 것이니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알아서 기기를 구해 사용법을 독학으로 익히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최신 인슐린 펌프 'AID', ‘제도 문제'로 국내 도입 늦어

요양비 분류로 의료진 교육이 어려운 환경이 새로운 인슐린 펌프 도입의 장벽이 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과 연동된 인슐린 펌프 중 가장 최근의 형태는 야간과 공복 시의 인슐린 주입을 완전히 자동화한 자동 인슐린 주입(Automated Insulin Delivery, 이하 AID)인데, 이는 야간 고혈당과 저혈당이 나타나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기기이다.

지난 2016년 FDA 승인 후 미국, 유럽은 물론 중동 일부 국가 등 아시아권에서도 수년 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 치료가 한국에서는 2022년 상반기에야 처음으로 도입됐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동 인슐린 주입(AID) 인슐린 펌프 도입이 늦은 이유로 ▲인슐린 펌프 요양비 지원 제도 불합리성 ▲인슐린 펌프 기기 사용 교육 필요성 인식 부재 ▲자동인슐린주입(AID)의 잘못된 이해 등 3가지를 꼽는다.

또한 요양비 지급으로 의료진 교육을 할 수 없으니 AID 인슐린 펌프 활용이 쉽지 않다. 즉 마치 기본적 운전 방법을 전혀 몰라서 자율 주행차가 나와도 타지 못하는 상황과 같은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인슐린 펌프의 작동을 제대로 배운 환자가 거의 없고, 의료진들도 인슐린 펌프를 교육과 함께 처방하는 제도 자체가 없으니 인슐린 펌프의 사용법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출시 지연에 지친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일부는 DIY(Do-It-Yourself) 인공췌장 혹은 오픈 소스 인공췌장 시스템 (open source artificial pancreas system)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

현재 요양비로 묶인 급여체계의 나비효과가 신기술을 막는데 이른 것이다.
◆ 당뇨병은 다 경증질환? "사회 전반 인식개선 선결과제"

향후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당뇨병은 모두 경증질환이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문 총무이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전체 당뇨병에서 1형 당뇨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역으로, 1형 당뇨병의 중증도와 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모든 당뇨병은 경증질환'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연속혈당측정과 인슐린 펌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되어 1형 당뇨병은 의료비 지출이 많지 않다는 인식도 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는 요양비로 분류되어 의료비 통계에 잡히고 있지 않을 뿐 실제 적절한 진료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매월 수십만 원 이상이며 치료의 난이도가 높아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 전반적 인식 개선이 선결 과제이다.

이런 배경에서 학회는 좌절하지 않고 지속해서 정부에 문을 두드려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문 총무이사는 "학회는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 환자단체 및 보건의료 전문가 등과 함께 1형 당뇨병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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