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전문간호사 골막 천자 사건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진료지원간호사(PA)로 인한 교육기회 박탈을 우려하던 사직전공의들 사이에선 돌아갈 이유가 더 사라지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12일 대법원은 간호사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를 지시한 서울아산병원에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뒤집고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다. 정부는 간호법 제정 이후 하위법령에 마련될 진료지원업무 내용·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자문단을 운영 중이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은 진료지원업무 내용·범위에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의 경우 기존에도 PA로 인한 교육기회 박탈을 겪고 범위 확대를 우려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사이 PA 활성화 정책부터 간호법 통과가 이뤄졌고, 진료지원업무 범위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골막 천자 사건 유죄 판결마저 뒤집히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재영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최안나 의협 회장 후보 선대위원장)는 12일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허탈하다'는 사직전공의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장 사직전공의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의료개혁이란 악법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그 와중에 수련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들이 속수무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과를 비롯한 수술과 사직전공의들 우려는 더 크다. 지금도 전문의 취득 후 펠로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술도 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 같은 현상이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장 사직전공의는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골막천자부터 수술실 1st 어시스트 등 업무가 하나씩 넘어가면 결국 전공의는 수련받을 기회나 이유가 사라진다"며 "결국 전문의는 줄어들 것이고 이는 의료 질 저하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리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지난달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참고인으로 나선 수련병원 교수 발언에 대해선 '절망적'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한 수련병원 교수는 '골막천자는 간단한 술기라 간호사나 전문간호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숙련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숙련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는 것이 전공의가 하는 것보다 검체 질이 더 좋다'거나 '이번 고발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못하고 전공의가 하게 돼 검체 질이 떨어졌고, 환자가 피해를 봤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장 사직전공의는 "골막천자 공개변론을 본 전공의들은 절망적이었다"며 "PA에 가장 밀접한 과는 소위 필수의료과인데,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작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공의와 PA 숙련도를 비교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업무범위와 연결지은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장 사직전공의는 국가가 발행하는 면허 업무범위를 단순히 숙련도로 나누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숙련도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하지 못할 의료행위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숙련도만을 기준으로 업무범위를 나누면 면허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직전공의인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역시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전공의는 근로자인 동시에 피교육자라는 점을 언급했다. 피교육자인 전공의 숙련도가 낮은 것을 문제삼는 것은 전공의 교육 의지가 의심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임 이사는 "피교육자인데 숙련도가 문제라는 건 교육시킬 생각이 있긴 한 건가. 사실상 전공의 하지 말란 것 아닌가"라며 "수련기관에서 나올 만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판결은 사태 해결 후에도 전공의 복귀에 영향을 미칠 하나의 사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계엄과 포고령 처단 문구로 전공의 복귀가 한참 멀어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한걸음 더 멀어지게 하는 사건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임 이사는 "복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라 본다"며 "계엄이란 사건으로 지원율이 폭락한 마당에 이번 사건이 더해지며 복귀는 더 힘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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