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섬유종증'에도 '희망'이…운명처럼 다가온 '코셀루고'

[연중기획 희망뉴스] 증상 있고 수술 불가능한 총상 신경섬유종 동반 만 3세 이상 소아 환자에 적용
'대증적 치료'를 벗어나 '종양 크기'와 '통증' 감소시킨 최초이자 유일한 약물 치료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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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J(8세·남)는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을 앓고 있지만, 부모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씩씩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자와 만난 J의 가족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났다. J의 부모는 아이가 아주 어린 나이에 신경섬유종증을 확진받자 슬퍼한 적은 있으나,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프다는 소리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막막했던 적도 있죠. 하지만 아이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긍정적인 기운이 아이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이런 J의 가족에게 운명처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셀루고(셀루메티닙)'가 나타났다. 


그동안 신경섬유종증은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었고, 수술을 하더라도 일부에 국한돼 있었다. 마냥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J의 부모는 코셀루고의 임상에 참여하게 된 것을 '천운(天運)'이라고 표현했다. 


J는 2020년 6월 30일부터 지금까지 코셀루고를 복용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를 눌렀던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면서, 키도 자랐다. 


J의 부모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요? 아이가 이 병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뛰고 즐기며 살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네요."


◆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신경섬유종증'


'신경섬유종증'은 신경계, 뼈,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신경섬유종증 환자의 85%는 1형(Neurofibromasis type 1, NF1)이며, 10%는 2형 (Neurofibromasis type 2, NF2)에 해당해 두 가지 아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경섬유종증 1형은 17번 유전자에 존재하는 NF1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NF1은 뉴로파이브로민(Neurofibromin)이라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NF1 환자의 약 50%는 상염색체 우성 형질로 유전돼 가족력에 의해 나타나는 한편, 50% 가량에서는 무작위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NF1의 유병율은 2,500~3,000명 중 1명 꼴로, 모든 민족과 인종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신경섬유종증 1형의 임상 증상은 환자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증상이 경미해 진단조차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연한 갈색 반점과 특정 부위의 주근깨 등이며, 이에 더해 척추측만증 등의 정형외과적 문제 및 인지기능장애,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사춘기 이전에 5mm 직경 이상 혹은 사춘기 이후 15mm 이상의 갈색 반점이 6개 이상 ▲2개 이상의 신경섬유종이나 하나 이상의 총상신경종증 ▲겨드랑이나 서혜부의 주근깨 반점 ▲시신경교종 ▲2개 이상의 홍채 과오종 (Lisch nodule) ▲날개뼈 변형이나 정강이뼈 가관절증과 같은 특징적인 골성병변 ▲1촌 내 가족력 등 증상 중 2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진단된다.

 

증상은 보통 아동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사춘기, 임신과 같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더욱 뚜렷해진다. 연구에 의하면 환자의 67%는 생후 1세 이전에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파나뉴스 희망뉴스 인터뷰_서울아산병원 이범희 교수님.jpg

 

J의 부모가 신경섬유종증을 처음 인지하게 된 것은 J가 1살 때였다. 소아과 의원에 방문했을 때, 담당 의사가 J의 점을 보고 질환을 의심했으나, 특별한 증상은 없어 지켜보기만 했다. 게다가 신경섬유종증은 별다른 치료 방법도 없었다. 

 

J는 자라나면서 감기에 자주 걸렸는데, 어느 날 폐 촬영을 했더니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그렇게 J의 가족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대사과 이범희 교수<사진>를 찾아오게 됐다. 


J는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큰 점이 있고, 등이 조금 굽어 있는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MRI 촬영을 하자 J의 신체 내에 놀랄만한 소견들이 발견됐다. J의 CT와 MRI를 보면 종격동, 즉 심장 근처와 척추 뼈, 폐 주변으로 신경섬유종이 광범위하게 자라있었다. 폐가 눌리고 심장에도 압박이 가는 상황이었다.

 

이 교수는 "5세 때 J를 처음 만났을 당시, 겉으로 봤을 땐 등 쪽에 큰 반점이 있고 다른 곳에는 자잘한 커피 반점이 있었다. 종양이 폐를 누르면서 물이 차고 호흡이 가쁜 상태였고, 흉막 삼출로 흉수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특히 J는 NF1 환자 20~50%가 경험하는 총상신경섬유종(Plexiform Neurofibroma, 이하 PN)도 있었다. PN은 종양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비대해지고 주변 조직에 침습적으로 형성돼 몸의 변형을 일으키며 자라는 특징이 있다. 

 

이 교수는 "PN은 1형에서 생길 수 있는 섬유종의 하나인데, 포도알처럼 연결돼 자라면서 주변 조직으로 잘 파고드는 특징이 있다. 조직을 파고들면서 뼈를 녹인다든가, 혈관을 감싸고 신경을 누를 위험이 있다. 또한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신에 걸쳐 나타나는 PN은 대다수 환자에서 신체적 기형을 유발하고 외관을 크게 변화시키는 양상을 보인다. PN은 신경을 따라 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데, 안면 및 사지, 척추 주위,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깊은 위치까지 모든 신체 부위에서 발생 가능하다. 


종양이 점차 커질수록 언어 장애나 거동 능력 이상, 방광 및 내장기능 저하 등을 수반할 수 있다. 종양 발생 위치에 따라 시력 및 청력 손실을 유발하거나 심각한 통증과 무력감, 마비감 등의 불편을 동반한다. 


이 교수는 "수술할 수 있는 부위라면 수술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J는 거미줄처럼 얽힌 종양이 폐와 심장을 침범하고 있었고 뒤에는 척추 뼈가 있어 수술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J는 이때까지만 해도 '추적 관찰'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J에게 '코셀루고'를 투약할 수 있는 임상시험 참여 기회가 찾아왔다. 


J의 아버지는 "약이 있기만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희망적이었다"고 말했다. 


J의 어머니는 "수술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이가 수술도 못 하는 상태였기에 작은 확률이라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환자들이 기다리던 '코셀루고', NF1에도 치료 개념 도입 


과거 신경섬유종증 1형은 특정 치료 방법은 없었다. 주로 표면적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을 개선하는 대증 치료가 이뤄졌으며,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물리치료, 통증 관리 등이 진행됐다. 


보통 종양에 통증이 동반되거나 감염, 외관상 문제가 있을 경우 수술을 통해 절제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었다. 


다만 수술이 가능한 사례가 크기와 위치에 따라 일부에 국한돼 있었고, 이마저도 불규칙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특징 때문에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려웠다. 또 수술 이후에도 재발의 위험을 안고 있어 환자들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았다.


이 교수는 "유전질환 중 치료법이 있는 질환은 5%에 불과하다.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켜보자는 말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했다. 이 사실이 의사로서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코셀루고'는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 신경섬유종 동반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로 개발됐다. 만 3세 이상 소아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한 치료 옵션이다. 권장 용량은 1회 25mg/m2로, 하루 2번 공복에 경구 투여한다.


코셀루고는 만 3세 이상 신경섬유종증 1형 소아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SPRINT 2상 임상시험에서 전체의 68%(34명) 환자가 종양이 20% 이상 줄어드는 부분 반응을 나타냈고, 이와 같은 반응의 지속 시간 중간값은 7.2개월로 나타났다(range: 3.3개월 to 1.6년). 


코셀루고에 부분 반응을 보인 환자 34명 중 82%(28명)는 약 1년간 반응이 지속되는 결과를 보였다. 


3년 F/U 시점에 질병 무진행 생존(progression-free survival) 비율은 비처치 시 일반적으로(Natural History of Neurofibromatosis Type 1) 15%이나, 코셀루고 처치 시 84%에 달했다.


그리고 전체 환자 중 62%는 용량 조절 없이 복용을 유지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난 이상사례는 1, 2단계의 위장 증상(메스꺼움과 구토, 설사)과 무증상 크레아틴인산활성효소 농도 증가, 여드름 형태 발진, 손발톱 주위염이 나타났다. 이상사례로 인해 복용량을 조절한 환자는 28 %(14명), 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10%(5명)였다. 


좌심실 박출률에 증상적인 변화를 보이거나 망막 혈청 분리 또는 시력에 위협을 주는 다른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SPRINT 임상에서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개선 정도도 2차 평가지표로 평가됐다. 숫자 평가 척도(NRS, Numeric Rating Scale) 11점 척도로 확인한 결과, 환자와 보호자가 보고한 PN 연관 종양 통증 강도는 74%의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인 2점 이상의 감소가 확인됐다. 


◆ 직접 눈으로 확인한 '코셀루고'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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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6세에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하고, 약 1년동안 알약을 복용하는 연습을 했다. 


코셀루고는 물 이외의 음식이나 음료 없이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투여 전 2시간과 투여 후 1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다. 

 

코셀루고는 물과 함께 통째로 삼켜야 하는데, 씹거나 녹이거나 열면 안 된다. 캡슐을 통째로 삼킬 수 없는 경우 이 약을 투여해서는 안 된다.


이범희 교수는 "코셀루고는 알약이지만 굉장히 작다. 그렇다고 약을 씹어 먹어서는 안 되고, 통째로 삼켜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작은 사탕으로 연습을 시켜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J도 1년 동안 약 먹는 연습을 끝낸 후, 7세부터 코셀루고를 복용할 수 있었다. 


J의 어머니는 "식사 2시간 전 공복에 먹어야 하기 때문에 J를 아침 6시에 깨워 약을 먹이고 다시 재운다. 또 12시간의 간격을 지켜야 해서 다시 오후 4-7시 사이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친구들과 놀다 보면 공복을 지키기 힘들기도 할 텐데 다행히 잘 참고 따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현재 J는 코셀루고를 1년 넘게 복용 중이다. 변화는 금세 확인이 됐다. 특히 가까이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는 바로 알아챘다. 


J의 아버지는 "아이가 뛸 때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전에는 매달리기를 못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손에도 힘이 생겼다. 요즘은 잘 걷고 달리면서 비틀거리지 않고 반듯이 뛴다. 등에 있던 혹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범희 교수도 J의 변화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J는 처음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했을 때 호흡 곤란 증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J의 종격동 부위 종양은 30% 감소했고 흉수도 사라졌다. 성장 문제도 이 병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키도 상당히 컸다"고 말했다. 


코셀루고로 희망을 갖게 된 환자는 비단 J 뿐만이 아니었다. 


이 교수는 "임상을 하면서 크게 느꼈던 점은 코셀루고를 복용하기 전/후 환자들의 표정이었다. 우울해 하던 환자들도 태도가 크게 바뀌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셀루고는 통증 감소에 빠른 효과가 있는 약이다. 그래서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다가 코셀루고를 복용한 후 잘 잔다는 환자도 있다. 비대한 종양으로 신경 손상이 심해 휠체어 타고 다니다가 종양이 줄어들자 혼자 서고 몇 발자국 걷는 환자도 있다. 목에 종양이 있던 환자는 종양이 줄어 양압기를 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코셀루고 임상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부가적인 혜택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해당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며, 아산병원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이범희 교수는 "미국 연구에서는 임상 참여자의 70% 정도에서 종양의 크기가 20%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됐으나, 우리나라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는 모두가 조금이라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임상의로서 살펴보니 키나 인지 능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어 향후 논문화 해 공유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가 나왔다. 이범희 교수는 그동안 치료법이 없어 지켜보기만 했던 환자들에게 치료적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앞으로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의사로서 희망적인 사례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코셀루고를 통해 환자들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많은 의학적 근거가 쌓이게 되면 코셀루고를 사용할 수 있는 연령 적응증이 이른 나이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믿을 만한 안전성도 확보된다면 예방적 목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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