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 6일 '제4회 환자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뜻깊은 표창장이 수여됐다.
환자 또는 보호자로서 환자에게 완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거나, 환자의 투병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거나,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개선한 공익 활동을 평가한 상이다.
이날 한국건선협회의 김용빈 씨가 수상을 하게 됐다.
그런데 건선협회는 표창장을 받는 자리에서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수상 소감을 말하러 나온 김용빈 씨는 "아직 농포성 건선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며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건선협회는 현재 농포성 건선을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건선은 판상 건선이 85~90%를 차지할만큼 흔하다. 중증 판상 건선은 2017년 6월부터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이하 산정특례)'에 포함돼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치료비를 경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증 건선 환자가 산정특례에 신규 등록을 하려면 약물 치료와 광선치료 '모두'를 실패해야 가능했고, 5년마다 재등록을 해야 하는 기준에는 '치료 중단'이란 조건이 붙었다.
한국건선협회는 중증 건선에 대한 산정특례 '신규 등록'과 '재등록'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2021년 국회의원을 만나고 직접 원주까지 찾아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 바 있다.
그 결과,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기준이 바로잡히게 됐고 건선의 치료 환경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됐다.
현재 중증 보통 건선의 산정특례 기준은 ▲메토트렉세이트·사이클로스포린 ▲아시트레틴 ▲피부광화학요법(PUVA), 중파장자외선(UVB) 중 2가지 이상을 선택해 도합 6개월(24주) 이상 치료를 받았음에도 ▲체표면적 10% 이상 ▲PASI 점수 10점 이상의 임상 소견을 보인 환자다.
재등록 기준도 치료 중단 없이 의료진의 임상 소견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하나를 해결했더니 보이지 않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농포성 건선은 농포 형성과 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국내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희귀질환 중 하나이다.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손발바닥 위주로 증상이 집중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판상 건선 보다 증상이 심해 환자 삶의 질을 수직 하락 시키며, 최악의 경우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발바닥과 전신 농포 건선 환자는 국내에서 약 2만 명 이하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이 농포성 건선은 정부로부터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 않고, 산정특례 대상도 아니다.
중증 판상 건선 환자들은 국가의 지원을 통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지만, 질환의 진행이나 예후가 더 중증인 농포성 건선은 치료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 3월, 대한건선학회 및 한국건선협회는 농포성 건선에 대한 희귀난치 질환 지정 신청 제출을 완료했다.
전신 농포성 건선의 경우 지난 2018년 대한건선학회가 희귀질환으로 신청했으나 미지정 처리된 바 있다. 대한건선학회는 포기하지 않고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을 통해 전신 농포 건선에 대한 희귀질환 지정을 다시 신청했다.
한국건선협회 역시 손발 농포성 건선을 대상으로 질병관리청에 희귀난치 질환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만약 농포성 건선이 희귀질환에 지정이 된다면 산정특례 적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병원비 등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더불어 농포성 건선 치료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에 대해서도 접근성이 높아져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내에는 농포성 건선 치료에 마땅한 방법이 없어 증상 완화를 위한 스테로이드 등의 대증요법이 많이 이뤄졌다.
다행히 2021년 5월, 한국얀센의 '트렘피어 프리필드시린지주(구셀쿠맙)'이 보편적 치료에 반응이 불충분한 중등도에서 중증의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제로 건강 보험 급여를 받았다.
급여 대상은 만 18세 이상 중등도-중증의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다. 올해 6월부터는 급여 기준이 확대돼 ▲PPPASI 12 이상, 아시트레틴 또는 메토트렉세이트 또는 사이클로스포린을 치료 용량으로 3개월 이상 투여했음에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혹은 ▲광선요법으로 3개월 이상 치료했음에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트렘피어 치료에 대한 급여가 인정된다.
트렘피어는 손발바닥 농포증과 건선 발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IL-23의 하위 단백질인 p19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IL-23의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 또는 저해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스페비고(스페솔리맙)'도 올해 8월 성인 전신성 농포성 건선 치료제로 허가됐다.
스페비고는 IL-36 수용체에 결합하는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루킨 수용체 하위 신호전달을 억제해 전신 농포성 건선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농포성 건선이 산정특례 대상이 되지 않는 한, 고가의 치료 비용으로 인해 지속적인 투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국내 희귀질환 농포성 건선 환자들이 보다 나은 치료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다양한 단체와 창구를 통해 희귀질환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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