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정부가 내달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통해 비급여 관리 강화와 실손보험 구조 개혁을 예고하면서, 이미 발표된 1차 실행방안 속 비급여·실손보험 관련 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2차 실행방안도 1차의 연장선일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그런데 의료계는 1차 실행방안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지만 타당한 방향성을 담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자 거대 민영보험사의 실손 적자를 방어하기 위한 편들기로, 국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2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통해 비중증 과잉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위해 여러 다양한 제안을 듣고 민간 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과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급여·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은 의료개혁 특위 논의를 거쳐 12월말 확정·발표할 예정으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발표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의 비급여·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 중 비급여 관리 강화방안을 보면 ▲병행진료 급여 제한(혼합진료 제한) ▲주기적 의료기술 통해 문제항목은 비급여 목록에서 퇴출 ▲비급여보고제도 및 실태조사 ▲종별·지역별 세부 비급여 진료비 정보, 상세 분석 등 공개 ▲비급여 분류체계 등을 통한 표준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방안의 경우에는 ▲경증환자 상급병원·응급실 비용 본인부담 상향, 건보 본인부담 보장 단계적 축소 등 차세대 실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제 강화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가능 여부 등에 대한 광고·설명 및 보유 여부 질문 금지 제도화(의료법 개정) ▲보험사-의료기관간 협의에 따른 비급여 기준·가격 설정 및 실질적 심사방안을 검토해 현재의 양자 구조(환자-보험사)에서 3자 구조(환자-보험사-의료기관)로 전환 등을 추진한다고 했다.
이 같은 비급여·실손보험 제도개선방안에서 쟁점은 혼합진료 제한과 비급여 표준화 부분이다. 특히 가격 편차가 큰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계 협의를 통해 시장가 또는 급여가 기반 '비급여 참조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의대 오주환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비급여 참조가격제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봤다.
오주환 교수는 "개별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닌, 같은 서비스에 대해 비교가 가능하게 하고, 같은 서비스라면 다르게 받기 어렵게 해야 한다. 즉, 같은 서비스에 대해 가격이 다른 이유를 공급자가 구매자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구매자가 납득을 못하기 때문에 거래가 안 일어나는 정상 시장화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건당국이 '실손 개선 사전협의제'를 신설해 비급여 항목 심사를 강화하고 양자(가입자-보험사)에서 3자(의료기관 포함) 구조로 전환하는 정부 방안에 대해서는 "급여 보장으로 재원소요와 우선순위가 낮아 공유자원인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외국에서 급여하고 있는 항목이라면, 바로 확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항목일 경우 보충형 준 공공보험으로 관리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정부에서 비급여 질 관리 취지로, 주기적으로 의료기술 재평가(보건의료연구원)를 거쳐 효과성 검증‧공개, 문제 항목의 경우 비급여 목록에서 퇴출하는 것과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능 여부 등에 대한 광고·설명 및 보유 여부 질문 금지 제도화(의료법 개정)에 대해서도 동의를 나타냈다.
반면, 일반과개원의협의회 좌훈정 회장은 의료개혁 특위에서 내놓은 1차 실행방안의 '비급여·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말이 안 되는 정책으로,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을 비급여 진료 규제로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좌훈정 회장은 비급여 혼합금지 방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불가능한 정책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주사를 놓는데 어떤 것은 급여가 적용되고 어떤 것은 급여가 안 되고, 약도 급여가 되는 약과 비급여 약을 같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며 "대부분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분리하기 어렵고, 분리할 경우 환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다. 일례로, 감기몸살 환자가 진료를 받으면서 영양제도 맞고 가고 싶다고 하면, 내일 오라고 해야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정부는 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된다. 전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참조가격제 도입 역시 무의미하다. 비급여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겠다고 하지만 원래 비급여는 의사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환자가 어느 정도 지불할 수 있는 능력 범위 내에서 정해지고,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급여 표준화방안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에 고개를 저었다. 일례로 같은 도수치료라도 치료시간, 술기의 숙련도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말하는 표준화는 의학적인 표준화가 아닌 가격의 표준화, 가격의 획일화라며 날선 비판을 날렸다. 아울러,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법 개정에 대해서도 "최악의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좌훈정 회장은 "국민들이 건강보험 진료 받으러 갈 때 본인 보험증을 제시해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하듯이 의료기관에서도 보험증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는 진료를 더 받게 하기 위한 유도행위가 아닌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 환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실손보험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환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비급여라도 실손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가입을 한 것일 텐데 실손보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진료에 대해 설명이나 안내도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1조97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과 대비해도 4437억원 적자 규모가 커진 수치다. 보험연구원도 민간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추세가 앞으로 10년간 유지된다면 2031년에는 한 해 22조9000억원에 이르러 보험업계 전반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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