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알리바이용 여의정협의체…의학회·KAMC 나와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협의체 통한 의료현안 해결 의지 없어"
의대 정원 확대 아닌 의료 환경 개선이 핵심
응급의료체계 모순…병원과 의료진 책임 전가 심각
"정부의 진정성 없는 의료개혁, 필수의료 파탄 해결 불가"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11-28 13:09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의정협의체를 '알리바이용 협의체'라고 비판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협의체를 통한 의료현안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에 의학회와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여의정협의체에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구성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허수아비위원회'라고 지칭하며 이를 통해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의료정책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필수의료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차 회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달 30일 한동훈 대표가 '여의정협의체'로 가장 시급한 민생과제인 의료대란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또 2025년 정원까지 의제로 올리겠다며 의료계 참여를 요청했다. 이후 한 대표는 여의정협의체에 제대로 참석도 하지 않더니 이달 26일에는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며 "의협 비대위도 지역의료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의사들이 제대로 일 할 수 있게 병원을 지원하고 충실히 만드는 것이지 의과대학 신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은 여의정협의체가 '알리바이용 협의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와 국민의힘은 여의정협의체란 것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이들은 '협의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의대정원 증가로 인한 의학교육의 악화가 가속화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비대위는 "약 3000명을 가르치던 전국 의과대학이 최대 7500명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교육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10월부터 11월까지 의대생들을 설득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제 의대 교육환경 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많은 의사가 배출돼 평생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만일 비대위가 '협의체'에 참여하면 의대 교육환경 파탄이 해결되나? 전혀 아니다. 의대 교육환경 파탄을 막을 주체는 교육부다. 정부는 대책은 만들지 않으면서 '알리바이용 협의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리핑을 통해 비대위는 최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 대한 법원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며, 응급의료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정부는 책임을 회피한 채 병원만 처벌하는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3월 19일 119 구급 대원은 전화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이하 병원)에 후두부 부종 환자 진료가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병원 의사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머리쪽 진료는 안 되고 다른 응급실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구급대원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 그 후 지난해 27월 21일 보건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했다며 시정명령 및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했다. 이에 병원은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9월 26일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며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는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한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경외과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한 수용거부의 정당성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한다. 만일 환자가 직접 응급실을 방문한 상황이라면 보건복지부의 판단은 합당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응급의료체계를 이용한 경우라면 전혀 다르다. 응급의료체계는 병원 전 단계와 병원 후 단계로 구별해 운영한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119 구급대원은 이송 전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능력을 확인하고 응급환자의 상태 및 응급처치 내용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그리고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을 때는 지체 없이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 복지부는 응급의료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 응급의료시스템에 따른 병원을 처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결 판결에도 일관성이 없는 점을 짚었다. 비대위는 "지난해 10월 법원은 소장이 꼬인 생후 5일 신생아 응급환자 수술에 과실이 있었다며 한 병원에 10억원의 배상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3·1절 연휴에 병원에는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없었다. 지체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외과의사가 응급수술을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내과, 외과, 소아과 등 25개 전문의가 있다. 내과에는 소화기, 순환기 등 9개의 분과전문의 영역이 있다. 외과에는 다시 간담췌, 대장항문, 소아 등 7개 분과전문의 영역이 있다. 법원은 외과 전문의일지라도 소아외과를 잘 모르는 외과 전문의가 왜 소아환자 수술을 했냐며 가혹하게 판결했다. 그런 법원이 이제는 배후진료과 의사가 없어도 응급실에서 무조건 응급구조사의 환자 수용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언급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응급구조사가 전화로 후두부 손상 환자 진료가 가능하냐고 물어 오면 무조건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해야 하나, 무조건 환자를 받아 진료하다 문제가 생기면 거액의 배상판결을 받고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녀야 하나, 그리고 법원에 의해 나쁜 의사라고 단죄 받아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모순된 상황, 막다른 골목을 만들어 놓고 전공의들에게 수련을 받으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게다가 일주일 최대 88시간이라는 가혹한 근로조건을 법의 이름으로 강요하면서 수련을 받으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이런 핵심적 문제는 외면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로 채운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허수아비위원회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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