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한미약품이 오는 19일 기로에 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는 한미약품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박재현 대표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오로지 '한미맨'이었던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지난해 3월 한미약품 지휘봉을 잡았고, 이후 현재까지 약 20개월 간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다.
20개월은 그의 한미 인생 속에서 짧고도 짧은 기간이지만,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7년 연속 원외처방 매출 1위라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고, 거의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시켰다.
'H.O.P(Hanmi Obesity Pipeline)'로 명명된 혁신 비만 신약 개발 사업 전략을 이끌어냈고, 2033년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지속가능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한미약품그룹 현 최대 과제인 경영권 분쟁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그를 압박하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박재현 대표 해임안이 다뤄진다. 수차례 고소·고발도 받고 있다.
이에 4일 직접 대면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유난히 차분하고도 섬세했다. 그 때문일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중함과 진심이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박재현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한미약품이 전문화된 조직을 바탕으로 올곧게 성장해나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자신보다는 한미약품이 갖고 있는 성장가능성을 높게 쳤다. 그러면서 이제는 단합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출입기자단은 4일 박재현 대표를 직접 만나 짧게는 이번 임시주주총회 대응 계획부터, 길게는 10년 중장기 성장전략까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봤다.
Q. 19일 임총에서 해임안이 다뤄질 예정인데.
그날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직접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 명확한 해임 사유 없이 해임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번 해임안은 단순히 경영성과나 윤리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Q. 횡령 등에 대한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저는 잘하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비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제하자는 원칙이 있다. 그럼에도 고소 고발이 이어지다보니 어느 순간엔가 내부적으로도 의구심을 갖는 상황이 생겨서 '이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400주를 사서 아직 팔지도 않았는데 내부 정보 이용해서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전임자가 계약했던 부분을 제가 했다고 고발한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이제 무고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Q. 한미약품에서 30년 이상 근무하셨는데, 최근 한미그룹이 겪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개인적으로는 계속되고 있는 이 상황이 속상하다.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결돼야 된다는 부분은 다 같은 생각일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가능하면 본부 체제로 돌아가는 회사 상황을 유지해서 경영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때문에 본부장 분들과 만나면 가능한 목표했던 업무 얘기만 하고 있다. 물론 어렵다는 것도 알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그 덕분에 그나마 한미약품이 매출 성장 부분에서 유지가 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30년 넘게 품질관리, 생산, 영업,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부문을 두루 경험하면서 '한미가 잘 할 수 있고, 잘 해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철학을 갖게 됐다. 한미약품 모든 부서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고 독려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앞서 발표된 중장기 성장 전략에 따르면, 2033년까지 10년 내에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충분히 계산된 전략인지.
좁은 의미에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넓게 바라보고 싶었다. 10년 뒤 목표를 정해놓고, 전 직원이 한 단계씩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과정이 좋다고 생각했다.
5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연평균 15% 이상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렇기보다는 어느 순간엔가 점핑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해야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목표를 직원들과 저에게 각인시키면서 이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여,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저희들이 가야되는 곳은 해외라고 생각한다. 해외 시장에서 1차 목표로는 개인적으로 한미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알리는 것이다. 올해 해외에서 100차례가 넘게 콜드콜을 했고, 지금 현재 접촉하는 곳은 10여군데다. 이렇게 조금씩 한미약품과 제품 우수성에 대한 인지도를 넓히다보면, 향후 신약이 나올 때쯤이면 그 신약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중장기 성장 전략을 위해선 지주사 협조가 필요하지 않나.
한미약품이 지주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원활한 업무지원과 협조다. 핵심 사업회사의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지주회사가 앞장서 지원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데, 현재는 오히려 업무를 방해하고 흠결 없는 경영진들을 고발하고 있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미약품이 올바른 경영 철학을 가지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가능성', '예측가능한 경영 상황',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 수립'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이달 19일 열리는 임시주총에 상정된 저에 대한 해임 안건은 더욱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한미약품을 위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저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전문경영인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대주주들이 만들어 주셔야 하는 것이고, 또 이러한 기업 문화 가운데서 제 뒤를 이어나갈 후배 전문경영인들이 꿈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30년 넘게 몸담은 한미약품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앞장서 걸으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 왔다. 많은 분들이 현재의 한미약품을 걱정하고 염려하시지만, 저는 지금의 위기가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히 굳어지는' 시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는 '한미약품이 잘할 수 있고, 한미약품만이 해낼 수 있는 일, 한미약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더욱 매진할 것이다. 한미약품이 흔들림 없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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