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다이소의 제약사 건강기능식품 판매가 약사사회 이슈로 부상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져가는 가운데, '건기식'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관리 시스템 및 규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이소에서 제약사의 이름을 건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를 시작했다. 이 문제를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다. 약사회 임원들은 약사들을 대표하는 분들인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달라."
지난 25일 열린 '서울시약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한 약사가 기타안건 시간에 건의한 내용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종합생활용품 가게인 '다이소'가 제약사와 손을 잡고 매장에 '건강기능식품' 코너를 신설해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면서 약사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다이소와 입점 계약을 맺은 제약사는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등 3곳으로, 이들은 종합비타민 미네랄, 비타민B, 밀크씨슬, 루테인, 칼슘·마그네슘·비타민D, MSM, 코엔자임Q10, rTG 오메가3, 비타민C, 콜라겐, 쏘팔메토, 프로바이오틱스 등 다양한 건기식을 1달 분량 기준 3000원, 5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제공하게 된다.
제약사들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다이소에 납품하는 건기식 및 건강관리 제품은 소비자의 수요가 많은 제품으로 구성했으며, 새로운 원료가 아닌 기존에 쓰이는 원료로 활용해 제품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약사사회와 소비자…상반된 반응
다이소의 건기식 입점 이슈에 대해 업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이미 건기식 시장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가 확대되고 있었던 만큼 약국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약사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들의 의약품을 반품한다거나, 해당 제약사에서 주문하던 품목을 패싱하고 다른 제약사에서 대체 약품을 주문하겠다는 등 강한 표현을 할 정도로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약사단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도 2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이소 PB건기식 가격은 그간 제약회사에서 약국에 공급했던 가격을 뛰어넘는 상상도 못했던 수준"이라며 "과거 알뜰 비타민C를 시작으로 많은 회사가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용도로 약국을 이용한 후 인지도가 쌓이면 다른 유통경로로 제품을 풀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의 성분이나 구성이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가격을 크게 낮춘 것과 같이, 일반의약품에서도 보험급여 등재가격으로 공급되는 덕용포장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포장만 다른 동일한 약'의 약국공급가가 약 4배 차이가 나는 사례를 언급하며, 대한약사회 측에 제약사들이 약국에 의약품과 건기식을 공급 시 약사들에게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닌지 시시비비를 따져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약사사회에서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 달리,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해당 소식을 전한 포털 뉴스 등의 댓글을 통해 "경기도 안 좋은데 건기식이라도 싸게 살 수 있겠다", "같은 제약사 제품이면 다이소로 가야겠다", "선택의 폭이 늘어난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것 같다", "유통기간 짧고 용량이 적으니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등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함량이 다르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저 가격에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 "영양제는 온라인에서 사지 약국에서 산 적이 없는데 약국에 타격이 있나", "3000원 영양제를 믿어도 될까" 등 다양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 건기식, 약은 아니지만 과해서 좋을 것 없어…관리 시스템 및 규제 재정비 필요
이처럼 제약사의 다이소 건기식 진입에 약사와 소비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 약업계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에 대해 "일반 마켓에서 저가로 판매하는 건기식은 성분 함량이나 수량을 줄여서 저렴해 보이도록 한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 10년전 한 회사가 마트에 건기식을 공급하면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유럽산 프리미엄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광고를 하다가 실제로는 중국산 원료로 만들어 저가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 건기식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라며 "이때부터 약사회가 이를 '기만행위'라는 부분으로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았고, 이후 건기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그동안 눈치봤던 제약사들이 건기식을 외부 시장으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진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관계자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건기식 회사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해당 물질들을 다루는 데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진 제약사들이 시장에 나오지 못했던 건 나름대로 답답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제약사는 본연의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의 기술개발 및 판매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제약사들의 이런 행동에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건강기능식품까지는 약국으로 수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건기식은 약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는 약처럼 여겨질 수 있다. 또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복용에 대한 지도와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이 생산시설이나 광고심의, 패널티 등의 부분에서 매우 엄격한 관리 아래 있는 것과 달리, 건기식의 규제는 그렇지 않아 진입이 너무 쉽다"고 지적하며 "나라에서 건기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대국민 홍보를 통해 알리고, 건기식 관리 시스템 및 규제 강화 혹은 재정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약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전 서울시약사회장)은 다이소 건기식 판매 이슈 건의에 대한 답변으로 26일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 측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날 약사회 측과 제약사 측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독자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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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전
특히 이 사태에 앞장섰고 이전부터 약국을 호구로 대해온 대웅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뤄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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