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가 글로벌 헬스케어 1위 되기까지‥125년의 발걸음

[비하인드 씬] 매년 전체 매출의 약 20% 연구개발(R&D)에 투자
전 세계 체외진단 1위 '진단사업부'와 바이오의약품 1위 '제약사업부' 양날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11-08 06:06

타이틀_수정1.jpg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1896년, 한국에서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俄館播遷)이 일어난 해였다.

그 당시 스위스 바젤의 호프만 라 로슈(Hoffmann-La Roche)는 의약품 대량 생산이 질환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진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회사를 창립한다. 

불과 28세의 젊은 청년이 세운 회사는 글로벌 헬스케어 리딩 기업 '로슈'가 된다.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합친 정도의 면적과, 서울보다 적은 인구를 가진 스위스는 로슈 덕분에 헬스케어의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자그마치 125년이다. 로슈는 이 긴 시간동안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서 의미있는 활약을 해 왔다. 

[비하인드 씬]에서는 125년 동안 환자와 가족의 삶을 바꿔 온 로슈의 '혁신'에 대해 알아본다. 

로슈.jpg

◆ 로슈의 혁신성 1 : 매년 20% 넘는 R&D 투자

로슈가 글로벌 헬스케어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첫 번째 이유는 '과감한 연구 개발(R&D) 투자'를 꼽을 수 있다. 

1896년 설립 이래 125년 동안 로슈는 혁신을 기조로 미충족된 의학적 수요 해결에 매달렸다. 

로슈는 매년 전체 매출의 약 20%를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전 산업군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내일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오늘 행하라(Doing now what patients need next)"는 로슈의 그룹 미션이다. 여기엔 기업의 단기적 이윤이 아니라, 환자의 내일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고 혁신하자는 중장기적 관점이 반영됐다. 

로슈는 적극적인 R&D 투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1968년 로슈는 미국에 진단검사 R&D 센터인 '로슈 분자생물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1969년에는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젤 면역 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로슈는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하며 진단 분야의 혁신 기술을 만들어 왔다.

제약 분야에서는 UC샌프란시스코대학교의 교내 벤처 회사였던 제넨텍을 인수해 '허셉틴', '리툭산', '아바스틴' 등 항암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와 같은 로슈의 혁신 추구 노력은 전대미문의 보건의료 위기였던 '코로나19'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로슈는 코로나19 검사법 상용화에 성공했고, 1년만에 무려 15여 개의 코로나19 검사법을 개발·출시했다. 이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충분한 수량이 확보되기 전까지 확진자를 격리해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무기가 돼 줬다. 

한국에서는 지난 6월 로슈진단의 '엘렉시스 코로나19 항체검사'가 국내 최초의 코로나19 항체검사 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친숙해진 'PCR 검사 기술'도 노벨상 수상 이후 로슈에서 마케팅 권리를 획득했다. 로슈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 의료 현장에서 이 PCR 검사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 로슈의 혁신성 2 : 핵심에 집중한 '맞춤의료'

로슈 성공의 두 번째 비결은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다. 

로슈 그룹은 현재 '진단사업부'와 '제약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과거에는 이외에도 비타민과 정제화학약품(fine chemicals), 향수, 향미료 등 여러 사업 분야가 있었으나, 로슈는 핵심 영역인 '진단'과 '제약'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환자를 위한 혁신'이라는 큰 틀 아래,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기 위한 과감한 시도였다. 

이후 로슈는 2006년부터 '맞춤의료(Personalised Healthcare, PHC)'를 핵심 전략으로 삼으며, 진단사업부와 제약사업부의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고 있다. 

진단사업부와 제약사업부의 공조는 스크리닝부터 진단, 치료, 모니터링까지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토탈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게 했다. 

한 예로 로슈는 '동반진단 검사법'을 통해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등 특정 표적 및 면역항암제에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해 치료했다. 로슈는 이를 '맞춤의료 1.0'이라 불렀다.

wflqj.jpg

이제 로슈는 '맞춤의료 1.0'을 넘어, '맞춤의료 2.0' 실현을 견인하고 있다. 맞춤의료 2.0은 디지털 기술을 데이터에 접목해 유의미한 통찰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가 적기에 최적의 치료를 받도록 한다.

최근 로슈는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 네비파이 튜머보드(NAVIFY Tumor Board)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진출했다. 

네비파이 튜머보드는 환자와 관련된 임상연구, 가이드라인 등 방대한 양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규격화된 형태로 수집, 분석한다. 이는 의료진의 임상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는 맞춤의료 활성화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 로슈의 혁신성 3 : 사회와 조화 이루는 '지속 가능성'

로슈단체.jpg

로슈가 내세운 마지막 혁신성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 

로슈는 다우존스 지속 가능성 지수에서 전 세계 가장 지속가능한 헬스케어 기업으로 11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로슈는 환자를 위한 혁신을 이끄는 것을 넘어, ▲ 직원에게 좋은 일터를 제공하고, ▲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며, ▲ 환경 보호, 지역 사회 기여에 앞장서 왔다.

글로벌 임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Global Employee Opinion Survey, GEOS)에는 로슈 그룹의 68%가 참여하고 있으며, 여성 리더는 31.9%, 여성 임원은 40%에 달한다.

그리고 2020년 한 해동안 진단에서는 39개, 제약에서는 92개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환경 분야에서도 로슈는 유럽과 글로벌 수준에서 탄소 효율을 가장 크게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으며, 2015년 이후 에너지 소비량은 19%, 일반 폐기물은 26%, 물 소비량도 2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로슈는 2003년부터 HIV, AIDS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를 위한 걷기 대회' 글로벌 CSR 캠페인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63개국 151개 지역에서 24만 8,000명 이상의 로슈 그룹 임직원들이 참여해 약 256억원이 모금됐고, 아프리카 최빈국 어린이를 위한 식수 지원, 교육 개선 등 어린이 복지 및 교육을 위한 기금이 전달됐다. 

또한 로슈는 2005년 국제적십자사의 초기 창립 회원이다. 2006년부터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우간다, 부룬디, 에리트레아, 기니, 말리 등 여러 나라에서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위생을 개선했다. 

지금까지 로슈의 의약품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890만명, 로슈진단 제품으로 수행된 검사는 234억회에 달한다.

로슈는 지난 125년을 '삶이 가장 값진 선물임을 알아온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삶을 축하하고 기념한다(celebrate life)'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는 전 세계 100여개국, 10,000여명에 달하는 로슈 그룹의 임직원이 모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로슈는 지난 125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았다. 보다 나은, 건강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125년, 그 이상을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 간 로슈의 과학적 호기심과 혁신에 대한 노력은 인류의 기대여명을 2배로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로슈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에 과학적 진보를 꿈꾼다. 환자를 위해 의학적 발전을 이끄는 것 외에도, 사회의 의료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마지막.jpg

로슈의 CEO 세베린 슈완(Severin Schwan)은 "과거, 현재의 성취도 자랑스럽지만, 우리를 진정으로 기쁘고 신나게 하는 것은 미래다"라며 "환자 중심주의에 기반한 로슈가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 로슈와 함께 할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꼬리말3_1.jpg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