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환자 전신마취 안돼요'는 옛말, 마취도 세부전문화 시대

[기획 전·학·시] 대한노인마취통증학회 김태엽 회장(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초고령사회 돌입 눈앞… "노인 관련 세부전문의 인정과 수가지원 필요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1-07-1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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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마취과는 환자가 잠들어 있는 동안만 보기에 감사 인사 없어 그 쓸쓸함이 좋다." 한 유명 소설가 아들이 과를 지원한 이유로 잘 알려진 말이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독립적 영역을 가진 과로, 수술실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의사들이다.

환자를 단순 마취하는 것은 여느 의사라도 할 수 있지만, 마취 시간, 환자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보며 수술 이후 인체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마취통증의학과만이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2002년부터 과 이름도 기존 '마취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밀도가 높은 고령화 시대에 노인 층 수술 건수 역시도 증가하면서 마취통증의학과의 영역도 세분화 돼 학문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지난 2016년 세부학회로 시작한 대한노인마취통증학회 김태엽 회장(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을 만나 노인마취 학문의 발전상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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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 내 복합적 사안이 마취에 영향… "노인 마취는 일반인과 다르다"

의학교과서에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또 다른 개체"라고 소개하듯, 노인 역시 해부학적, 생리적 그리고, 신경학적 부분에서 성인과 뚜렷이 차별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마취분야는 인체 내 복합적 사안들이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더 주의가 필요하다.

김 회장은 "노인은 심장과 폐 기능이 감소하고 이 때문에 부위 및 전신 마취 위험은 증가한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환자가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적 치료나 전신마취가 배제되었던 관행을 기억할 것이다"고 회상했다.

이어 "노화 진행에 따라 근육량과 체액량이 감소하고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며, 자율신경계 조절도 둔화하는 데다가, 약물 대사와 배출이 지연되므로, 건강한 성인에 비해 약물 선택과 투여량 조절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령층에서는 보통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한두 개씩은 안고 있다. 따라서 장기간 복용 중인 약제들과 마취제와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김 회장은 "특히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노인환자 수술 후 섬망 발생은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발생빈도를 줄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산하 '연구회'에 불과했던 노인마취 영역이 지난 2016년 '대한노인마취통증학회'로 승격돼 학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김 회장은 "학회에서는 5년간 학술대회를 진행하며 노인환자 수술을 위해 주의해야 할 주술기 합병증 관리, 술중 심장기능부전에 대한 대처 및 관리, 술후 섬망, 주술기 치매와 파킨슨병 등 최신지견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마취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초음파에 대해 워크숍을 통한 회원들의 최신 마취기법교육뿐만 아니라 노인의학 세부전문의 체제 구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25년 초고령사회 돌입 눈앞…"노인 관련 세부전문의 인정과 수가지원 필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7년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 사회로 들어갔으며, 2025년 노인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돌입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의학적 트렌드와 정부 정책도 만성질환과 치매 등 노인성 질환 대응에 맞춰지고 있다. 이에 노인의학 세부전문의 지정과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회장은 "노인의학 세부전문의에 대한 인정과 그에 맞는 병원 시스템적 지원과 보험수가 뒷받침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노인환자들의 환자안전과 질적인 의료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인의학 세부전문의는 의학계 내부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각 과학회별 이해에 따라 대립이 첨예하다. 만약 이 문제가 학계에서 정리된다면 자연스럽게 정책적 지원이 따라와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정부는 노인환자 수술에 있어 주술기 환자안전을 책임지는 노인마취에 대한 적절한 수가 책정과 함께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첨단기구 사용에 대한 합리적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70세가 넘어가면 마취가 힘들 정도로 노인수술 난이도가 무척 높고 잘못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런 부담 속에 수술이 진행되지만, 나이와 관련된 별도의 추가 수가는 없다.

생사와 직결되는 부분이 많기에 법적 분쟁에서도 항상 날 위에 서 있기에 이에 대한 법적 보호와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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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분화 된 마취통증학과 물론, 타과와 소통은 필수"

모학회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산하에는 노인마취통증학회는 물론 소아마취학회 등 16개 자학회가 활동 하고 있다.

수술장에서 행해지는 마취만 해도 각 수술과 특성에 맞춤 마취를 행해야 하기에 세부학회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수술장 외에도 중환자실 환자관리로 중환자의학회와 통증치료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통증의학회 등 유난히 많은 세부전공학회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부학회가 많지만, 결국 본류는 같기에 이들 학회 간 최신 지견 교류는 필요한 영역이다. 이런 이유에서 김 회장은 '소통'이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날로 새로워지고 확대되는 마취통증의학 전반에 걸친 넓은 지식과 각 세부학회의 좀 더 세밀하고 깊은 지식을 통합적으로 습득하는 지혜가 개인회원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학회에서 매년 수차례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개인회원들이 최소 2개 이상 세부학회에 가입해 활동함으로써 세부분야 지식 습득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학회가 마취통증의학 전 영역을 망라하는 세계적 전문가가 주도하는 학술 프로그램이 포함된 대규모 국제학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전반적 마취통증 분야뿐만 아니라 각각의 세분 분야의 최신지견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대학병원에서는 수술방 오픈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타과와 소통이 응급환자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다.

김 회장은 "증가하는 고령 및 초고령 환자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수술 및 마취 관리에 대한 최신지견 공유와 타과 협업 증진을 위해 노인마취통증 지침서를 발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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