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원과 감정원 사이 의료감정학회 "학술단체가 중심 잡는다"

[전·학·시] 대한의료감정학회 백광흠 회장(한양의대 신경외과)
"사지마비 기대여명, 국가 인프라와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판단 달라"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1-12-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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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의료사고로 소송이 진행될 때, 과실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공신력 있는 단체에 '의료 감정'을 요청해 사실 조사를 진행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의료행위 과실 유무 및 인과 관계가 규명되고 후유장애 발생 여부가 가늠된다.

현재 국내 의료 감정과 관련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하 감정원)이 대표적 기관으로 꼽힌다.

다만 기관 태생 배경에 따라 운영 방향이 다소 다를 수 있기에 학술적 중립을 지키며 연구하는 분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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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메디파나뉴스는 대한의료감정학회(이하 의료감정학회) 백광흠 회장(한양의대 신경외과, 사진)을 만나 학회 운영 방향과 특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백 회장은 "현재 중재원과 감정원이 공신력 있는 기관이며 학회는 학술단체지만, 이 두 기관보다 더 이른 2003년부터 19년째 '의료 감정'과 관련해 학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1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2012년 중재원이 설립됐다.

중재원은 소송으로 진행되기 전, 의료 분쟁 조정과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데, 생명과 직결된 규모가 큰 소송보다는 주로 소액 다툼 건수가 많다.

법적 구속력 있는 판단이 아니라, 화의와 권고 수준에 머물지만 주로 피해자 처지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기에 소비자원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반면 감정원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료사고 및 복잡한 의료분쟁 관련해 세부전문 인력풀을 구성해 교차 또는 복수 감정을 하는 기관이다.

감정원 설립은 2018년 '횡격막 탈장 환아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전문가 1인에 의존한 의료감정 때문에 의사들이 구속되자 '체계적 감정이 필요하다'며 만들어진 것.

각 전문 과목 전문의들로 구성돼 전문성은 높지만, 대한의사협회장 직속 기구로 의사회원 보호 성격이 있다는 것이 한계이다.

자칫 잘못하면 환자의 주장과 의사 권익에 치우칠 수 있는 '의료 감정' 영역에 학술적 중점을 잡는 것이 의료감정학회 역할이다.

백 회장은 "의료 감정은 기본적으로 의학 영역이지만, 사회과학 성격도 있고 기관 태생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학회는 환자나 의사, 어떤 그룹의 이권에 속해있지 않는 곳으로 순수하게 의료감정에 대한 학술적 연구에만 집중한다"고 전했다.

의료 감정은 한국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야지만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분야이다.

의료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법적 지식이 부족해 감정업무에 미흡한 점이 많고 장애 판단 관련 의료계, 법조계와 보험업계가 합의하는 기준은 미흡하다.

이에 학술연구가 선행된 상태에서 진료 경험과 의학적 지식을 더해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한 상황.

백 회장은 "예를 들어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지마비가 됐을 때 '기대여명'을 규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를 통계적으로 10년으로 해석해 의료감정에 활용하고 있지만, 이것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며 "그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프라와 영양상태 의료기술 등을 고려해 복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사지마비 기대여명도 환경과 시기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 해야하듯, 의료감정을 위한 제반 사안은 학술적 연구가 그 바탕이 된다. 의료감정학회가 그 기본 토대를 탄탄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의료사고가 증가하고 의료영역도 다변화됨에 따라 향후 의료감정 영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의료현장 경험이 많은 의사들 자문이 더 귀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은퇴한 의사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백 회장은 "40대~50대 의사들은 진료가 많아 자기 분야만 보이기 때문에 의료감정에 관심을 두기 어렵지만, 외래가 줄고 경험이 쌓인 의사들은 의료를 종합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이런 분들에게 의료감정 진출은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의료사고 재판이 늘면서 감정의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있다.

끝으로 학회는 다가올 미래 '의료 감정' 영역 확대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 회장은 "학회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이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여러과 전문의들이 장애판정에 대해 같이 연구하고 토론해 더욱 나은 적절한 평가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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