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관리자 겸직 및 선임기준 변경, 불가(不可)"

[인터뷰] 장원규 산업약사회 부회장
관리해야 하는 의약품 품목수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 불가능 
산업약사 인력난 해소가 근본 원인 해결 방안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5-13 05:57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약품 제조관리자는 의약품 품질이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직능인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 최근 의약외품 제조관리자 겸직 허용 및 선임기준 정비에 대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산업약사회는 이 주장에 반대한다." 

장원규 산업약사회 부회장<사진>은 최근 한국산업약사회 사무실에서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정부에 전달한 '2024년 킬러·민생규제 개선과제' 내용 중 의약품 제조관리자에 대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항목에 대해 '불가(不可)'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의약품 및 의약외품 제조관리자 겸직 허용'과 '의약품 제조관리자 선임기준 정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의약품과 의약외품 제조관리자의 겸직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제약사가 인력 확보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으므로, 동시 생산 제조소에 한 해 제조관리자 업무 겸직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의약품 제조관리자 약사 선임기준이 경직적이어서 제조소의 자동화에도 유연한 인력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제조소 내 약사 1인 선임 시 그 외 인원에 대한 전문기술자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의약품 제조 관리자 선임기준 정비를 요구했다. 

장원규 부회장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니 사람을 통합해서 줄여서 쓰자는 것인데, 이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제도 역행"이라고 반대 의사를 전했다. 

산업약사회는 이미 지난해 해당 주제로 공문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당시 약사회는 약사의 능력으로 겸직이 가능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불가능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장 부회장은 "우선 의약품 품목 수가 너무 많다. 지금도 각 기업들이 프로세스 변화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식약처 단속에 걸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한데 의약외품까지 더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5개 내외의 원료 및 부자재가 필요하다. 한 제약사에서 생산 및 취급하는 품목이 300개라고 가정하면, 총 4500개에 해당하는 물질 리뷰, 생산 현장 확인·검토, 1차 원료 서플라이어 감시까지 해야 하는 것이 의약품 제조관리자의 일이다. 

만일 제조 프로세스가 변경되면 안전성 시험을 다시 해야하는데, 근무일수 보다도 많은 품목을 전부 리뷰하고 감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해당 업무가 팀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검토해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의약품 제조관리자의 몫이다.

즉, 대한상의가 주장하는 내용은 의약품 제조관리자의 업무가 다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고, 해당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 부회장은 "제약공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기술 공정을 더 잘 알 수 있고, 미생물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QC를 더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약품이 인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제조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균형적인 감각은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의약품 제조관리자 업무를 진행하는 약사가 갖는 역할의 무게감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약사회는 제약사들이 의약품 제조관리자의 의약외품 제조관리 겸직 허용과 선임기준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의 근본적 원인이 '인력난'에 있다고 보고있다. 결국, 산업약사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써 가장 우선돼야 하는 일이다. 
◆산업약사 인력난, 육성책 및 후속 제도 미비가 야기한 결과

그렇다면 산업약사의 '인력난'은 '왜' 나타나게 됐을까. 장 부회장은 산업약사 인력이 부족해진 것은 ▲절대인구의 감소 ▲제도적 육성체계 미비 등 크게 두 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절대인구가 줄어들어 산업인력이 감소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제도 및 육성체계 미비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않은 것과 같다. 

"과거에는 산업약사의 영향력이 컸다. 국가 미래 먹거리가 바이오 및 제약산업에 있다고 보고, 산업의 원동력으로서 전문인력인 산업약사를 많이 육성하려고 한 것이다. 신약개발과 연구실적 향상을 위해 지방약대가 필요하다면서 많은 수를 늘렸다. 그러나 이후 산업약사 육성책이나 후속 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산업약사의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됐고, 자연스레 인력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약사는 임상약사인 개국약사와 병원약사가 절반 이상(75~85%)을 차지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비임상약사인 산업약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임상약사를 중심으로 정책이 세워지고 있다면서 산업약사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력풀이 부족한 것과 함께 실무 경험이 부족한 채로 의약품 제조관리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제약사의 산업약사에 대한 인식을 약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약사들이 의약품 제조관리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중요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직역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해당 인력에 대한 처우를 다른 인력 대비 약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의약품 제조관리자의 이탈을 야기하게 된다. 

장 부회장은 "약사들간 업무에 대한 처우가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업무가 막중하고, 기술적 역할이 많은 산업약사의 인력풀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육성할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약사제도 도입을 통해 산업약사에 대한 명예를 강화하고, 제약사 내에서 의약품 제조관리사로서 산업약사가 갖는 권한에 대한 인정 및 제도적 입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한과 책임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약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전교육제도가 뒷받침 돼야 하고, 산업약사를 보유한 기업에 약사 감시 기간을 늘려주거나, 심화실습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기업에는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산업약사를 육성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 부회장은 "산업약사의 육성을 통해 의약품 제조관리자의 인력풀을 증가시킨 후 총량제를 도입해 제조관리자 1명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한다면 각 기업에 필요한 산업약사 인력 수가 정리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산업약사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다. 그 이후에 관련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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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y7***2024.05.14 14:30:51

    서명 하는것도 벅참
    장기경력자 대체 방안도 고려 필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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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2024.05.14 11:33:30

    사실상 서명만 하면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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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13 10:15:59

    사실상 서명만 하면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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