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검진 받고 암 발생?"…의료방사선 대책 촉구

숙박검진 방사선피폭 인한 암발생 위험 10만명당 335.6명
"피폭량 기록 및 고지 의무화 필요" 여론

김민아 기자 (dymphna@medipana.com)2014-04-16 12:10


5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호화 숙박검진으로 인한 의료방사선 피폭으로부터의 암발생 위험이 인구 10만명당 최대 335.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무분별한 건강검진과 중복촬영 등이 만연한 국내 상황에 맞는 의료방사선 노출 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16일 국회입법조사처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방사선 노출 피해 예방을 위한 토론회'(시민방사능감시센터·남윤인순 의원 주최)에 참석해 의료방사선 피폭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이윤근 소장이 의료방사선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암검진과 숙박검진 등 연간 선량한도를 크게 웃도는 높은 수준의 방사선 피폭이 확인됐다.
 
서울소재 10개 대학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총 190개의 종합검진 프로그램의 방사선 피폭량을 분석한 결과 기본검진의 방사선 피폭량은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1mSv) 미만이었으나 암정밀검진은 11.1mSv, 숙박검진은 24.1mSv로 연간 선량한도를 각각 11.1~24.1배를 초과하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검진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병원 간 유효선량에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 숙박검진의 경우 유효선량이 가장 낮은 병원은 평균 14.6mSv였으며 가장 높은 병원은 30.8mSv로 2.1배 차이가 났다. 유효선량이 높은 병원은 대부분 PET-CT를 포함하고 있어 해당 검사의 유무가 유효선량의 크기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검사 항목이었다.
 
아울러 검진비용이 증가할수록 유효선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료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발생 위험을 비교한 결과 숙박검진(24mSv 기준)의 경우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평생동안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남자는 220.8명, 여자는 335.6명 정도였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암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방사선 노출, 국민건강 피해 방지 위한 제도 개선 시급"= 문제는 무분별한 건강검진과 중복촬영 등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 결과 CT 촬영시 1년간 일상생활에서 받는 방사선량의 25~50배 노출되며, 급여비용 청구 모니터링 결과 CT 촬영 후 30일 이내 타의료기관에서 재촬영하는 비율이 2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의료방사선 노출에서 국민건강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피폭량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설정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입이 모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의료방사선 피폭량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 설정 등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김혜정 운영위원장은 "CT 촬영이 질병진단의 필수 코스가 되다시피하면서 병원을 찾는 수많은 시민이 선택의 여지 없이 의료방사선에 피폭된다"면서 "그동안 질병의 진단과 치료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의료방사선 피폭 문제는 정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의료방사선 노출 실태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의료방사선 피폭에 관한 정보를 고지받고 불필요한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시민들이 의료 방사선 노출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피해 실태를 알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진환자에게 방사선 피폭량 기록과 고지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윤근 소장은 "검진 시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량을 고지하고 진료기록부에 방사선 노출량 기록을 의무화해 국가 방사선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지만 의료계는 환자에게 오리혀 공포심만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는 이익집단의 생각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관계당국도 방사선 피폭량 기록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방사선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다만 환자에게 피폭량을 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형수 방사선안전과장은 "예전에는 청진기와 문진에 의존한 진단이었다면 전세계적인 흐름은 영상의학 진단"이라면서 "때문에 식약처 역시 환자선량권고량을 의료계가 잘 지킬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보급 중이고,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방사선을 사용했는지 기록관리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다만 고지 의무화에는 의견이 좀 다른다. 우리는 의료방사선의 해로움을 알지만 진단을 통한 이익을 최대화하며 검사를 받는 것이다. 정책에 있어 전략이 필요한데, 고지의무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다. 현재 기록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계가 기록 의무까지 받아준다면 거기서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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