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건강관리서비스·영리병원·정밀의료 "집요해"

국회 거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행정독재로 밀어부쳐
건보공단, 심평원 등 공기업도 본연 업무 아닌 돈벌이에 내몰아.."민영화 의도"
복지부 "일방적인 의견 난무..윈윈 정책도 많다" 반박

서민지 기자 (mjseo@medipana.com)2016-07-19 12:40

[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화상투약기, 원격의료, 영리병원, 자회사허용, 정밀의료, 건강관리서비스까지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을 쏟아내고, 이들 정책을 국회에서의 입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나 '유권해석' 등 행정독재 방식으로 밀어부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정부의 독단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에 맞서기 위해서는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대체입법을 통해 저지키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 정의당 국민건강복지부, 건강권실현을 위한 의료단체연합 등이 주최한 '박근혜정부 4년 의료영리화 정책과 대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먼저 원격의료와 화상투약기 등의 정책을 밀어부치는 것과 관련, "다른 나라의 원격의료 허용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도입하려고 한다. 당뇨병 일부 연구에서 원격의료시 3% 포인트 떨어졌을 뿐, 다른 질환은 특별한 차이나 근거가 없고, 비용효과성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도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어 정부가 사기업에 의한 건강관리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이는 개인의 질병정보를 사기업과 민간보험회사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민영보험 회사가 의료서비스 전반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결국 미국 HMO 방식으로 가게 돼 현재의 '건강보험-비영리병원'이라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틀을 완전히 깨버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재생의료, 신의료기술에 대해 규제를 완하해주려는 정부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국민건강이 아닌 기업들을 위해 자행되고 있다"며 "규제 완화가 아닌 오히려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의료영리화 정책들이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어져오고 있다"면서 "4.13 총선을 통해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도, 계속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좋은 말은 다 갖다 쓰고 있지만, 사실은 국민 맞춤형이 아닌 대형병원, 메이져병원,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외국 영리병원기업 등의 입맛에 맞췄다는 표현"이라며 "의료영리화가 마치 국가 발전 전략이자, 국민 위한 것인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사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회 배재하고 '행정독재' 방식으로 각종 영리화 정책 밀어부쳐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 같은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정책국장은 "창조경제를 빌미로 메디텔로 시작해서 인수합병 허용, 영리병원 및 영리자회사 추진, 6차 투자활성화, 서발법 추진, 신의료기술 간소화, 원격의료까지 시행하려 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는 얼빠진 정부"라고 폄훼했다.
 
이어 "사기 기업에다가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해주다가 망신을 사자 자회사, 지주회사 아닌 정밀의료, 재생의료 등을 성장동력이라면서 치켜세우고 있다"면서 "빅데이터 등을 통해 맞춤형 진료를 하는 정밀의료는 아직까지 연구단계에 있는데, 산업화를 통해 시장에 먼저 판매하겠다고 야심차게 말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또한 "안전성 확보되지 않은 것들이나 임상시험 중인 것들에 대해 3상을 이미 없앴고, 2상시험까지도 없애려고 한다"며 "이 모든 일들은 국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입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정책국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영리병원, 자회사는 가이드라인으로 시행했고, 건강관리서비스도 가이드라인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기술지주회사의 경우는 유권해석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 중이다. 즉 국회를 우회해 행정독재 방식으로 각종 영리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심평원 등 공기업 보험자마저 민영 돈벌이 회사로 전락 중
 
특히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건강보험 재정·지출관리, 심사평가 등의 본래의 기능과 역할이 아닌 '돈벌이' 사업에 내몰리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은 "공단과 심평원이 자신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해외에 건강보험 노하우를 수출, 상품화하고,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판매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TV나 라디오를 통해 광고 중"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심평원이 실손보험의 심사 위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 황당무계한 말이다. 국민 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데, 민간보험회사의 손해율 감소를 위해 심사, 평가를 하겠다는 소리다. 곧 공기업을 민영화하려는 모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대체 입법을 통해 이 같은 정부의 정책들을 모두 막아야 한다면서, 정 국장이 고안한 개정안을 제안했다.
 
해당 개정안을 보면, 먼저 부대사업 관련해서는 대통령령에 위임한 부분은 그냥 두더라도, 복지부령 부분은 삭제하고 '환자편의' 부분만 놔둬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인수합병과 관련해서도 민간이 아닌 공공의료기관만 가능하도록 수정했다.
 
또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모르는데, 법적으로 해당 회의록을 모두 공개토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복지부 "인식의 차이 있다..수익활동시 윈윈 가능하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익활동에 대해서는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훈 보건의료과장은 "오늘 토론회는 다른 인식을 가진 패널이 부족한 것 같다. 반대만 있다"고 지적하면서, "먼저 병원이 비영리기관이지만 의료라는 목적사업을 수행하면서, 수익활동을 할 수 있다. 목적사업을 위한 수익창출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대사업, 자회사 등이 검토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심평원 빅데이터 등의 활용, 상품화의 전제는 비식별, 익명화"라며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부분도 있고, 일부는 기업의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지만, 전제는 개인정보의 비식별화로 이뤄진다"며 기업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해명했다.
 
임상시험 간소화 정책 비판에 대해서는 "치료약 없는 난치질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기업만 생각한 정책이 아니고, 건보 가입자와 환자들을 위한 고민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에 VIP검진센터 등을 수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발법 추진에 대해서는 "주관부서가 아니다. 다만 의료부분만 놓고 보면, 7대 서비스 분야 중 가장 노동집약적이며 인력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관심이 큰 것 같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7대 서비스 중 1순위로 꼽히는 것으로 본다"며 서발법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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