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수정 보존해도‥실수vs조작 입증 '난제'

故전예강 사건에도 진료기록 수정 명백하지만‥법원 "고의 입증 할 수 없다" 판결

조운 기자 (good****@medi****.com)2018-03-15 06:03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진료기록의 작성 취지는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즉, 의료분쟁의 시시비비는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기록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강이 사건, 신해철 사건 등 굵직한 의료사고 분쟁으로, 지난 2월 28일 국회는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의 원본·수정본 모두를 의무적으로 보존·열람·사본 교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일명, 진료기록 블랙박스법)을 개정해 의료분쟁에 있어 의료진의 진료기록 조작을 방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사고 당시 작성된 진료기록부에 수정기록이 밝혀져도, 재판부가 의료진의 수정 행위가 단순한 실수인지, 조작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오히려 분쟁을 붙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4년간의 법정공방 속에 최근 1심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은 故전예강 양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4일 언론 앞에 선 예강이 엄마 최윤주씨와 환자안전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전예강 어린이의 대학병원 응급실 사망 사건에 대한 1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형사 재판 결과가 병원에 유리하게 나온 가장 큰 이유가 법원 재판부가 의료진의 진료기록 수정이 의료진의 실수 때문이라고 인정한 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턴 김모씨는 전예강 양에 대한 응급진료기록을 작성함에 있어, 내원 당시 전예강양의 맥박(PR)이 분당 137회였음에도 불구하고 80회로 기재하는 등 응급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이에 대해 피고 김모씨는 착오에 의한 실수일 뿐 응급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직접 망아 전예강을 진료한 바 없고, 응급진료기록부 작성 시각이 망아가 사망하기 훨씬 전인 점 등을 고려하면 망아의 진료내용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당시 인턴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직접 진료하지 않은 소아응급환자의 응급진료기록부 작성업무까지 맡다보니 안이하게 기록을 작성하였던 것으로, 그 경위에 일부 참작할 점이 있다. 피고인의 거짓 응급진료기록부 기재가 망아의 진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김모 인턴에게 벌금 100만원 형을 주문했다.

또한 전예강 양에게 13시 55분경 제1적혈구 수혈이 이뤄졌고, 15시 4분경  제2적혈구에 대한 수혈이 이뤄졌음에도, 12시 11분 경 수혈이 시작된 것처럼 간호기록지에 기재한 간호사 유모씨에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유모씨 역시 사실과 다르게 간호기록지를 작성한 것이 실수일 뿐 고의로 거짓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고, 재판부는 예강이가 위급한 상황이었고 다른 환자에 비해 수혈한 혈액양이 많았던 점 등을 들어 유모 간호사가 착오로 두 개의 적혈구를 묶어 수혈시작 시각을 실수로 잘못 입력한 것으로 봤다.
 
 ▲ 14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시위 중인 故전예강 양 어머니 최윤주 씨
 
故전예강 양의 어머니 최윤주 씨와 환자단체연합회는 재판부가 엄연한 진료기록 조작을, 단순 실수로 보아 제대로된 판결을 내리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강이 사건을 계기로 진료기록 블랙박스법이 생기게 됐음에도, 정작 예강이 사건은 의료진의 진료기록 수정 행위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의료계는 진료기록 블랙박스법이 모든 진료기록 수정을 무조건 '고의적 조작'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없는 의료기관, 특히 대학병원 응급실의 경우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료기록 작성이 어렵고, '수정'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조작'했다고 의심을 받는 다는 것이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이라는 반발이다.

이에 진료기록 블랙박스 법이 의료분쟁의 명쾌한 판결은커녕, 오히려 분쟁을 더욱 키우는 것이 이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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