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김선 기자] 항암면역치료제 연구개발 기업 박셀바이오는 최근 기업설명회를 통해 '박스루킨-15' 품목허가 이후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박스루킨-15는 세계 최초 반려견 항암면역치료제로써 개발 중인 치료제로 관련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박셀바이오 기술이사인 공주대학교 반려동물실험과학과 김상기(수의사 & Ph.D)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세계 최초의 반려견 항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와 자세한 진행상항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동안 NK세포를 이용한 암면역치료를 연구하면서 주로 사람의 암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구했으나, 수의사이기 때문에 동물용 항암제가 없다는 것에 갈증이 있어왔다. 이런 배경에서 2008년도부터 동물용 항암제 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에는 동물용 항암제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연구비 수주 등 연구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이제중 대표님이 해당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후원해줘서 계속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누구도 관심이 없었던 당시부터 연구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 일답.
현재 반려견 항암치료는 어디까지 이뤄지고 있고 박스루킨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 개의 암 발생률은 사람보다 높고, 노령견의 경우 40~50%에 육박한다. 하지만 현재 반려견의 항암치료는 종 특이적인 치료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사람에게 쓰이는 항암제를 용량만 줄여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과 개는 유전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고자 '박스루킨-15'는 개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그만큼 더 높은 항암효과와 낮은 부작용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의학 분야에서 항암제 개발 트렌드는 어떤가.
- 사람에게서 암은 그동안 3대 치료법으로 알려진 수술·방사선·화학요법 등을 통해 시행됐다. 하지만 이는 낮은 치료율, 심각한 부작용, 높은 재발, 높은 전이율 등의 단점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면역항암제다. 보통 인체의 외부에서 비정상 세포가 들어오거나 만들어지면 면역세포가 작동해 이를 제거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면역계가 잘 작동하지 못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면역계를 올려주면 자연스럽게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면역항암제이다. 수의학 분야에서 동물의 암을 치료하는 방식도 기존에 사람에게서 암을 치료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시행되어 왔다. 최근 동물 전용 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 항암제에서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려견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는?
- 박스루킨-15는 면역항암제 개념을 적용해 몸속의 면역세포를 증폭시켜주고 강력한 항암 능력을 유도해 암을 치료한다. 특히 몸속에서 암세포에 대항하는 주요 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와 NK세포의 증식을 유도하고, 암 살상능력을 현저히 증가시킨다. 부작용이 적고, 전반적인 면역계를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어떤 암종이든 범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동물을 대상으로 수행한 독성시험에서 박스루킨-15를 반복투여 했을 때 부작용을 전혀 관찰하지 않았고, 임상연구에서는 가벼운 구토 등 Grade 1 정도의 부작용만 발생했다.
물론 박스루킨-15 자체가 암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고 백신처럼 면역세포를 강화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림프종 등의 혈액암에서는 단독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덩어리가 큰 고형암에서는 완치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모든 면역항암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 중 하나다. 기타 요법과 병행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18년도에 진행한 임상에서 고형암에서도 상태를 유지하거나 암의 사이즈를 줄여주는 효과는 관찰됐다. 박스루킨-15 역시 방사선과 화학항암제 등 기존 치료 방식과 병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자 한다.
'박스루킨-15' 진행 현황은 어떠한가.
-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승인 아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도에 일차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에서 보호자 만족도 93%, 질병 조절률 66.7%라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반려견에게 암이 발생하면 밥을 잘 먹지 못하고 활동력이 떨어져 보호자 분들이 많이 걱정하시는데, 박스루킨-15를 투여하고 반려견들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현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로 임상연구기관을 확대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KTR에서 진행한 독성시험을 토대로 안전성을 확인했고, 2018년 진행한 15마리 암환견 대상 임상시험은 경상대학교 유도현 교수가 맡아서 진행했다. 그리고 김상기 교수는 약물 투여 후 면역학적 분석을 담당했다. 총 15마리의 대상 암환견은 혈액암 9마리, 고형암 6마리였고, PR 5마리, SD 5마리, PD 5마리로 DCR(질병 조절률) 66.7.%를 관찰했다. 특히 림프종 환견 2마리에서는 거의 암이 모두 사라지는 것까지 확인했다.
반려견 외에도 대상이 확대될 예정인가.
- 반려동물 중 사람과 가장 가까우며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반려견을 첫 타겟으로 잡았다. 반려견 전용 박스루킨-15를 개발한 후에는 반려묘 등을 대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연구중에 있다. 김상기 교수 연구진에서 동물용 CAR-NK도 개발하고 있는데, 특히 해당 기술은 김상기 교수 연구진과 오하이오 대학 두 군데서만 확립한 연구이다. 또한 박스루킨-15와 방사선, 화학항암제 등 표준 치료법과의 병용요법의 임상시험도 고려중이고, 반려묘 전용 박스루킨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CAR-NK는 CAR-T와 차이점이 있다. CAR-T의 한계 중 대표적인 것이 집중치료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CAR-NK는 일반 병원 시설에서도 주사가 가능하다. 또한 CAR-T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CAR-NK는 1/10~1/50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다. 이와 함께 자가만 가능한 CAR-T와 달리 CAR-NK는 동종도 가능하다. 또한 CAR-NK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증명됐다.
세계 최초 항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당사의 파이프라인은 면역계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아우르고 있다. 선천면역계를 구성하는 NK(자연살해세포)를 이용한 Vax-NK플랫폼이나 적응면역계의 최첨단 차세대 치료제인 Vax-CAR 등이 있다. 박스루킨-15같은 경우에는 면역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해주는 물질인 싸이토카인의 일종인 IL-15(인터루킨-15)를 사용해 개발했다. 이처럼 특정 면역계 구성요소에 집중하지 않고 각 암종에 따른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추가 임상연구를 잘 마무리한 이후, 검역본부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품목허가 이후에는 국내 출시와 더불어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더 높은 치료효과를 보기 위해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등 표준치료와 병용하는 방식도 계획하고 있다.임상연구가 마무리되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고, 승인을 받으면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동물병원 중심으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현재 논의중으로 밝힐 수 없으나 해외에서도 제품 판매 형식으로 진행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반려견 항암치료제 시장규모는 어떠한가.
- 2021년 기준 국내 반려견 총 개체수는 약 586만 마리로 추정된다.(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기준) 개의 암 발생률은 평균 25%로, 약 147만 마리 정도가 우리가 타겟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반려견들이 암에 걸려 병원에 가면 1회 치료하는데 100~2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박스루킨-15의 경우 임상연구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제품 단가가 결정되지 않았고, 반려견의 체중 및 치료횟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매출규모는 산정하기 어렵다.
다만 일반적인 항암치료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글로벌 반려견 치료제 시장은 6% 정도의 연평균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대략 6천억달러 정도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고, 그중에서 면역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율을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기 때문에 충분한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현재 품목허가를 위해 전체적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세계 최초로 반려견의 유전체를 바탕으로 설계한 동물용 의약품인 만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글로벌 업체와 논의를 통해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박셀바이오 기술고문이지만 주 업무는 교육자와 연구자이다. 그동안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를 개발해오며 시장의 관심이 낮아 연구실 유지 등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 관심도도 높아지고 관련 분야 개발도 많아져서 연구자로서 반갑고 기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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