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외래용어 30여개, 우리말 대체 추진…의료진은 배제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영향…이달엔 '멀티데믹→감염병 복합 유행'
비말→침방울, 진단키트→진단도구,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등
문체부·국어원, '새말모임' 통해 대체어 선정 후 국민 의견 수렴
감염내과 등 전문의 의견 미반영…"활용도, 의학적 의미 고려돼야"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2-11-18 06:07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용어가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에 따라 연이어 변경되고 있다. 다만 일각선 의료진 의견도 반영돼 실효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국립국어원에서는 '여러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함'을 뜻하는 외래용어 '멀티데믹'을 우리말 '감염병 복합 유행'으로 다듬으면서 사용을 독려했다.

지난 8월에도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음'을 뜻하는 외래용어 '네버 코비드'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비감염'을 선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코로나19와 관련된 외래용어에 대해 대체 가능한 우리말을 검토·선정해왔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코로나19 관련 쉬운 우리말 대체어는 총 30여개다.
이 중에는 의료계에서도 주로 사용되는 '진단키트', '비말', '트윈데믹', '코로나블루', '페이스실드' 등도 포함됐다.

쉬운 우리말로 쓰게 되면 비말은 '침방울'이, 진단키트는 '진단도구(모음)'이나 '진단(도구) 꾸러미'가 된다.

트윈데믹은 '감염병 동시 유행',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 페이스실드는 '얼굴 가림막'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엔데믹'은 '(감염병) 주기적 유행, 토착 유행, 일상적 유행', '지표환자'는 '첫 확진자', '롱 코비드'는 '코로나 감염 후유증', '엔데믹 블루'는 '일상회복 불안' 등으로 각각 대체된다.

이같이 우리말로 대체하는 것은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긍정적인 취지라 할 수 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 분야와 무관하지 않은 용어임에도 우리말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은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함께 추진 중이다. 두 기관은 '새말모임'을 통해 우리말 대체어를 선정한다.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음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다.

이어 문체부는 국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새말모임에서 선정된 우리말 대체어에 대한 수용성도 조사한 후 우리말 대체어를 확정짓는다.

우리말 대체어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와 연관된 감염내과 의료진 의견이 반영될 기회는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쉬운 우리말로 대체되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부분"이라면서도 "단어 이해가 어려운 입장에서는 코로나블루 같은 단어가 생소할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취지에 대해 찬성한다. 때문에 '롱코비드'보다는 '코로나후유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리가 이미 많이 사용한 단어는 (대체해야할지)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 또 언어라는 것은 활용도가 있어야 많이 사용하게 된다"며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학적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한쪽에서만 결정하기보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가면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쉬운 우리말 대체어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선정된 말 외에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우리말 대체어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문체부는 정부 부처와 언론사 등에서 주도적으로 쉬운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의료 용어에 대해 일부 자문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에 다듬은 말 검토를 요청해 적절성 여부를 확인한다. 의과대학 교수님 등 전문가께 자문한 경우도 있다"며 "이같이 세부적인 내용은 그간 명시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초부터는 새말모임 위원으로 지역보건소 소속 의사와 민간병원 의사 분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러한 보건 의료 용어가 등장할 때 도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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