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지출보고서 공개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우려가 뒤따르고 있어 선제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26일 진행한 윤리경영 워크숍에서는 '지출보고서 공개제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출보고서 실태조사와 결과 공표 의무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지출보고서 공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출보고서 공개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협회는 윤리경영 워크숍에서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를 사전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실제로 발제에 나선 김&장 법률사무소 강한철 변호사를 비롯해 각계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우려를 제기했다.
◆신상정보 공개범위부터 갈등 해소 방안까지 논의 필요성 대두
먼저 강한철 변호사는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를 미국의 '선샤인 액트'와 비교해 설명한 뒤 우리나라의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와 관련한 다섯 가지 논의 주제를 제시했다.
▲의료인의 신상정보와 관련해 지출보고서의 구체적인 공개범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공개된 지출보고서의 정확성과 관련한 검증 절차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지출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분쟁 발생 시 적절한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지출보고서 공개제도 관련 대중의 정확한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인식 제고 방안은 무엇인가? ▲제도 시행에 대해 의료인, 의료기관과의 예상되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상정보와 관련한 지출보고서의 구체적인 공개범위의 경우 약사법 시행령에서 비식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비식별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실명을 공개했는데, 적법한 경제적 이익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이라는 표현 때문에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제약사는 적법한 경제적 이익이기 때문에 기입을 했지만 위험성이 있을 수 있고, 위법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 제공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조리돌림 당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인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나 명예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해봐야 하며,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에 대해 비식별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지, 부작용과 효과를 고려해 어느 정도가 적절한 범위일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증 절차와 분쟁 발생 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는 이어졌다.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제출의무자에 의해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고된 수령자의 검토절차 및 기간의 필요성이나 동명이인 이슈 등 정확성 확보를 위한 보안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지출내역서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놨지만,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제약사와 의료인 사이에 서로 다른 주장이 오갈 수 있는 만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보고서 공개 담당 기관이 분쟁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를 통해 공개되는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이 위법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이를 왜곡해 받아들임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이 조장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끝으로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의료인이 많아, 공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가 많다"며 "어느날 갑자기 지출보고서가 공개되고 비식별조치를 취하더라도 본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됐을 때 의사들의 반발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의료계서도 유사한 우려…복지부 "반영할 수 있는 상황"
강한철 변호사의 문제 제기에 제약산업계와 의료계도 비슷한 우려를 전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율준수관리전문위원회 위원장인 동아에스티 소순종 전무는 강 변호사에 공감을 표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만과 영업위축, 합법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음성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을 위해 CSO에 위탁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소순종 전무는 "CSO의 지출보고서 내역을 위탁 제약사가 받아서 제출하게 돼있는데, 받아보면 거의 없다고 돼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지출보고서를 성실하게 작성한 회사의 피해가 예상된다. 지출보고서 공개제도는 무력해지고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조장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윤리위원회 위원장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홍명표 상무 역시 공감을 표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비식별화 조치에 대해서는 회원사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된 우려를 표하는 회원사가 있는 반면, 법의 목적이나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실명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원사도 있다는 것으로, 우려가 크다면 이러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더했다.
의료계 패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민양기 교수와 대한의학회 학술진흥이사인 고려대구로병원 은백린 교수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양기 교수는 "제일 걱정하는 것은 국민이 의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라면서 "의사가 무엇을 하든 합법적이라도 똑바로 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큰 상황에서 지출보고서 공개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합법적인 이익 제공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의료 발전이나 제약사의 활동까지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백린 교수도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 제고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의료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각하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홍보가 필요하다"면서 "학회에서 국민을 상대로 홍보하면 의도가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정부에서 홍보를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에 대해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자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여정현 사무관은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제도를 세팅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는 하지만, 위안이 되는 것은 변경 가능성이 아직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제도를 세팅할 때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제기된 우려들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비식별화 조치의 경우 입법 목적을 생각하면 비식별화를 하지 않을 필요도 있겠지만, 공개했을 때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특정 정보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로 판단되며,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정요청과 관련해서는 의료인이 사전 공개를 통해 지출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 사실과 다른 경우 정정요청을 하는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쟁에 있어서는 지출보고서 공개 주체는 제약사이고 원칙적으로 복지부가 개입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나 예시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직접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끝으로 지출보고서 공개제도에 대한 인식 제고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알리는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이해를 유도할 수 있는 홍보 방안을 제시했다.
여 사무관은 "예를 들어 '제품설명회를 할 때 이익 제공이 가능하다'는 표현이 아니라 '올바른 의약품 사용을 위해 제품설명회를 할 때 제공이 가능하다'는 등 목적을 충분히 나열했을 때 설득력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인식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를 알려주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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