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RPA-H' 프로그램, "연구 독립성·자율성 보장돼야"

美 바이든 정부, 지난해 3월 'ARPA-H' 출범…도전적·혁신적 바이오헬스 연구 전담 기구
국내서도 보건안보 확립 등 위해 추진 결정…기존과 다른 접근 필요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10-11 12:00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의료고등연구계획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 ARPA-H)' 설립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국형 ARPA-H' 추진이 결정된 가운데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 6호에서 '보건의료 혁신을 향한 도전, ARPA-H'를 주제로 미국 ARPA-H를 살펴보고, 한국형 ARPA-H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HHS 직할 조직으로 운영…암·만성질환 치료 등 3개 분야 집중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1년 4월 획기적 연구성과를 달성한 국방부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모델을 벤치마킹해 ARPA-H 창설을 결정했다. 

ARPA-H는 보건의료 분야의 난제 해결과 바이오기술 주도권 유지, 보건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도전적·혁신적 바이오헬스 연구를 전담하는 특별 기구로, 지난해 3월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신설됐다.

ARPA-H에는 2022년 한해에만 10억 달러가 투입됐고, 올해에는 15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으며, 내년에는 25억 달러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삶의 질 영향에 미치는 암, 감염병,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진단, 치료를 위해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혁신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불확실성과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가 큰 '고위험-고보상'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생물의학 분야의 난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에 초점을 맞춘 연구자 중심의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혁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형평성을 높이고 의료 및 산업계에서 상용화를 촉진시키려는 목적이다.

ARPA-H는 NIH 내에 설립됐지만, 보건복지부(HHS)의 직할 조직으로 운영된다. 총괄 디렉터가 조직의 전체 운영을 책임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통해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관료주의로 자금 조달 권한 부여, 채용 절차 및 고임금 책정 등 직원 채용의 유연성을 보장한다.

연구자 주도의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선정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프로그램 매니저(PM)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PM은 프로그램의 기획과 선정평가, 진도 점검 및 예산 집행 등 큰 재량권을 행사하며, 프로그램에 따라 3~6년의 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PM은 건강 관련 연구 주제 선정, 연구 수행자 선발 및 감독, 프로그램 수행자들 간 경쟁을 통해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을 추진한다.

ARPA-H는 잠재적 프로그램으로 ▲암 및 만성질환 치료 ▲감염병 대응 ▲의료 접근성, 형평성 및 품질제고 등 세 가지 주요 분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ARPA-H 추진…관료주의·단기 성과주의 등으로 목적 훼손 말아야

국내에서도 지난 2022년 3ㄷ월 정부 120대 과제 중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한국형 ARPA-H' 추진이 결정됐다.

바이오 분야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통한 혁신적·도전적 연구 지원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보건안보 확립 등 국가 보건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 팬데믹 대응이나 희귀난치질환, 필수의료 위기 등 고비용·고난이도나 파급효과가 큰 국가적 해결 필요 과제에 대한 대규모 전략 R&D 프로젝트에 투자해 임무 중심형 R&D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 보건·복지 분야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에 495억 원을 신규 편성했고, 2033년까지 10년간 총 1조9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임무 중심형 한국형 ARPA-H 도입은 기존의 추격형(Fast Follower) R&D 방식에서 선도형(First Mover) R&D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보건의료 혁신 성과 창출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형 ARPA-H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사업 운영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보고서는 미국의 DARPA 및 ARPA-H의 성공 요인과 운영 특징을 종합해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먼저 인력 확보와 조직구성, 예산 집행, 연구기간 등 전권을 부여해 연구의 독립성 및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자 중심의 R&D 전략을 추진하고, 연구 기획의 내실을 강화하며, 평가 시스템을 차별화해 연구 가치와 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평가 환경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행착오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정부나 기업, 연구자들이 혁신에 대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 경험을 자산화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및 과정 지향적(Process-Oriented) 연구문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끝으로 보고서는 "급진적·혁신적 연구의 실패에 따른 행정제재 축소 및 면책조항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기존 R&D의 경직된 관료주의, 단기 성과주의 등 문제점이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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